빛났으면
'댈입'으로 줄여서 부르는 '대리입금'이란 10대 청소년을 노리는 불법 고금리 사채 문제이다. 주로 10~20만 원의 소액 대출부터 200~300만 원대 대출까지 미성년자들이 원하는 만큼 언제든지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시스템이다. 미성년자들이 돈을 빌리면서 본인의 인적사항은 물론 가족들의 개인 정보 등을 작성한다. 이를 악용해 약속한 날짜에 돈을 갚지 않으면 보호자에게 직접 연락을 하거나 학교에 찾아간다는 협박을 하거나 주변 친구들에게 소문을 내겠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고등학교 1학년 A는 자신의 친구가 사이버도박을 통해 손쉽게 수익을 내는 것을 보고 흥미를 느꼈다. 일단 도박을 하려면 자금이 있어야 하는데 친구 따라 강남 간다고 SNS를 활용하여 50만 원을 대출했다. 그런데 일주일 뒤 원금과 이자를 더해 총 200만 원을 갚으라고 한다. 운이 좋게 도박을 통해 수익을 냈다면 '200만 원쯤이야'하면서 상환했겠지만 이미 수중엔 원금 50만 원도 없는 상황이다. SPO 업무를 하면서 관내 아이들 뿐만 아니라 만나는 아이들에게 물어본다. '주변에 사이버도박을 통해 수익을 낸 친구가 있는지?' 8년 6개월 간 SPO 업무를 하면서 '누가 얼마 땄대요'라는 말은 많이 들었다. 누구면 정확히 누군지, 얼마이면 정확히 금액이 얼마인지에 대해서는 들어보지도 만나보지도 못했다. 정말로 누군가는 수익을 냈을 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내 주변 위기청소년들 사이에서 성공 신화는 단 한 건도 없었다. 이제는 도박 시도 사례조차 듣고 싶지 않다. 한 순간의 호기심과 욕심으로 가장 빛나야 할 10대 청소년 시기에 빚을 통해 빛나려고 하다가 나날이 독촉에 시달리게 되는 것이다. 대출받은 원금은커녕 원금보다 커진 이자를 갚아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되면, 스스로 '대리입금' 시스템을 구축하여 학교 동급생, 동네 선. 후배들에게 "5만원 빌려주면 이틀 안에 10만원으로 갚을게"라며 주변 또래들을 혹하게 만든다. 이렇게 한 푼 두 푼 모아 이전의 대출을 상환하는 것이 아니다. 또다시 어둠의 세계로 빠지게 된다. 소액이지만 욕심부리지 않으면 딸 수 있어 정도의 마인드로 접근해도 수익을 낼 수 없다. 역시나 악순환의 연속으로 일주일 뒤 돈을 빌려준 친구들이 A에게 연락을 한다. "네가 약속한 원금과 이자를 갚아라"며 절대 웃으며 이야기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돈을 빌려준 친구도 이자에 혹해 자신이 취할 이익보다 조금 싸게 돈을 빌린 상황이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는 이제 폭행, 협박 등 또 다른 범죄 행위가 수반될 수 있다. "빌린 돈 못 갚겠으면 몸으로라도 때워라. 만원에 한 대"라고 소위 '퉁'을 치는 경우도 있고, 본인이 직접 해결하지 못하고 동네 형에게 부탁하여 A에게 돈을 받아주면 수수료 3만원을 주겠다고 한다. 수수료를 줘도 자신은 결국 이자로 수익을 내기 때문이다.
청소년 개인의 호기심, 욕심, 주변 친구의 권유, 우연한 기회 등 사이버도박의 시작은 모두 다를 수 있지만 그 결과는 항상 같기 때문에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이 글을 쓰는 이유도 '아쉬움'에서 시작되었다. 각 장마다 청소년 범죄의 유형은 다르지만 결국 이렇게라도 퍼뜨려서 한 명의 행위자, 피해자라도 줄었으면 하는 마음에서 조금이나마 예방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뿐이다.
위와 같이, 미성년자가 보호자의 동의 없이 돈을 빌리는 '대리입금' 행위는 법적으로 민사상 취소가 가능하며, 원금 외 이자를 갚을 의무도 없어, 상대방에게 협박을 받고 있다면, 거래 내역 및 증빙자료를 확보하여 금융감독원 불법사금융 피해신고(1323-3번), 홈페이지를 통해 상담, 신고를 하면 된다.
실제로 만난 아이 중 1명은 사이버도박에 빠져 1년에 200만원씩 세 차례 총 600만원 가량의 큰돈을 수십 명의 또래들에게 빌렸다. 빚 독촉에 시달린 이 아이는 빚을 갚고자 돈을 구해야 하는 상황에서 다니던 아르바이트 사장에게까지 돈을 빌리려다가 해고되었으며, 그 많던 친구들도 얼마 남지 않게 되었다. 부모님에게 사실대로 말하기는 두려운 상황에서 가출을 하게 된다. 도박, 비행, 폭행 등 모든 비행, 범죄 행위가 처음이 어렵고, 한 번이 무섭지, 같은 상황에 처한 아이들끼리 똘똘 뭉치게 되면 두려움이 용감함으로 바뀌어 더욱 대범해진다. SNS을 통해 또래들에게 연락하여 1~5만원을 빌려 모텔에서 숙박을 해결하고, 남은 돈으로는 또 밤새 사이버도박에 빠진다. 뒤늦게 이 모든 사실을 인지한 보호자는 사태를 수습하고자 상대 측 보호자들에게 사죄를 하며 원금을 모두 갚아주었다. 이 아이는 자신의 어리석은 행동에 대해 반성하고 바뀌었을까? 아니다. 더 과감해졌다. 똑같은 행동을 반복하는 상황에서 SPO가 보호자와 지속적인 연락을 통해 현재 위치 파악, 주변 또래들과 어울리지 못하게끔 환경을 변화시켜 보고자 노력하지만 역부족이었다. 청소년들의 중독 문제 특히 사이버도박 문제는 가정 내 보호자, SPO가 아무리 예방하고 신경을 쓴다고 해도 어려운 부분이다. 계속 아쉬움만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