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답은 없다지만
아내와 결혼하기 전, 결혼을 허락받고자 장인어른, 장모님께 인사를 드리러 갔다. 지금은 아내보다 내가 더 처가댁에 가는 것을 좋아한다. 9년 전 당시에는 긴장한 탓에 심장이 터질 것만 같았다. 장인어른께서 평생 잊지 못할 한마디를 해주셨다. "아무쪼록 둘이 즐겁게 살면 돼. 무조건 재미있게 살아"
장인어른의 말씀을 하루하루 빠뜨리지 않고 잘 이행하고 있다. 둘이서 즐겁게 지내라고 하셨는데 아들, 딸과 함께 넷이서 맨날 '뭐하고 놀지?'만 생각하고 있다. 첫째가 초등학교 1학년에 입학했는데 영어, 수학 공부 등 아무것도 하지 않고 있다. 아내와 나는 크게 개의치 않아 하는 듯하면서도 또 너무 아무것도 안 하는가 싶기도 할 때도 있다. 조급함은 전혀 없다.
어렸을 때 잘 먹고 잘 자고 잘 놀아야 이러한 좋은 기억, 긍정적인 마음들이 성인이 되어서도 가슴 한편에 남아 그 기억과 힘으로 이 무지막지한 현실을 살아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지금 마음껏 놀 수 있을 때 잘~ 놀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매일 뛰어놀고 해야 하는데 너무 덥거나 또 비가 내리면 밖에서 놀지도 못한다. 땀 뻘뻘 흘리면서 놀게끔 하고 싶은데 주변 환경도 신경을 써야 한다.
그나마 집에서 함께 보드게임과 잠자리 독서를 하는 게 전부이다. 학교 방과 후 시간에 바둑&체스부에 들어가서 배우고 있어 체스도 가끔 둔다. 아들과 함께 바둑을 두고 싶은데 아직 바둑은 자신이 없다고 한다. 아들과 체스를 두는 것만으로도 감사하다. 언제 이렇게 커서 아빠 이겨보겠다고 안간힘을 쓰는 모습을 보면 대견하다.
문제는 보드겜이다. 집에 여러 가지 보드게임들이 구비되어 있는데 거의 3개월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하고 있는 '포켓몬스플렌더' 보드게임을 시작할 때에는 봐주거나 져주면서 했다. 그런데 이제는 반대로 내가 안간힘을 써도 진심을 다해서 해도 많이 진다. 아들의 대견함과 동시에 아빠의 승부욕이 불타오르는 일상이다.
지난 주말 토요일 오전에는 내리 4판을 졌다. 내가 집중해서 열심히 하고, 아들이 대충 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결과는 나의 완패였다. 판모밀과 만두로 머리를 식힌 뒤, 오후에 아들에게 스플렌더 한판만 더 해보자고 요청했다. 거의 조르다시피 요청했다. 어차피 4연패한 것 한게임 더 져도 5연패다. 4연패를 끊을 것이냐 5연패할 것이냐. 결과는 겨우 1승 하여 토요일 1승 4패로 처참하게 깨졌다. 7월 14일 자 기준 전적은 6승 16패로 완전히 밀리고 있다. 결과에 연연하지 않고, 아들과 매일 보드게임을 할 수 있음에 감사해야겠다.
초등학교 입학과 동시에 태어났을 때부터 꾸준히 해오던 잠자리 독서 책을 '탈무드'로 읽어줬다. 탈무드는 아이들에게 삶의 지혜를 주는 취지로 읽어주지만, 사실 아빠인 내가 더 흥미롭게 읽고 있다. 탈무드도 7월 14일 자로 3회독을 완료했다. 이제는 각 주제의 첫 단락을 읽으면 대략적인 내용을 기억할 수준인데 내가 다 뿌듯하다.
운동도 공부도 육아도 뭐든 꾸준히 하면 원하는 바를 이룰 수 있다고 생각한다. 늘 이래도 되나 싶을 정도로 잘 놀고 있는데 딱 해야 할 것만 하고자 한다. 조급해할 이유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