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 위해서
운동을 지독히도 싫어하는 나다. 땀 흘리면 개운하지 않냐고? 글쎄. 나는 찝찝하기만 하다. 이런 내가 운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한 건 서른아홉이 되던 해 봄이었던 것 같다. 어느 날 문득 '아, 지금 운동을 하지 않으면 나중에 많이 아플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이 들었다.
물론 운동을 해서 살도 빠지는 효과가 있다면 더욱이 좋겠지만 그것보다는 체력을 키워야 한다는 마음이 더 컸다.(그래서 여전히 살은 그대로인 건가? 대신 종아리 알과 튼튼한 허벅지 근육을 얻었다. 이러다 근육 돼지가 되는 건 아닐까 싶다.) 내가 아파봐라. 애들은 누가 돌 볼 것이며, 집안일은 누가 할 것이며, 제일 큰 일은 아파봤자 나만 서럽지 않나.
돈이 들어가는 운동은 생각하지도 않았다. 이미 수차례 운동으로 돈을 날리는 경험을 해봤기 때문에 더 이상 나를 믿어서는 안 된다. 백만 원을 호가하는 헬스장 PT를 끊어놓고 두 번 가고 끝.(혹시나 길 가다 트레이너를 마주칠까 봐 피해 다녔던 기억이 난다. 은근 소심한 구석이 있다니까.) 요가는 지루해서 싫고 방송 댄스는 무릎에 멍이 들어 싫고 벨리댄스는 동그란 뱃살이 부끄러워 싫고... 그래, 맞다. 하지 못할 이유는 밤을 새워서라도 댈 수 있다.
거기다 남편의 핀잔을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았다. 시작하고 흐지부지 포기했던 일이 줄줄이 소시지 같아서 놀리기 좋아하는 남편에게 또 다른 안주 거리를 제공할 마음은 없었다.
그래서 내가 선택한 것이 바로 '걷기'다. 마침 그즈음에 '걷는 사람, 하정우'라는 책을 읽었던 터라 '나도 한번 걸어볼까?' 하는 생각이 마음 한 구석에 자리 잡고 있었을 때다. 남편은 뛰어야지 걷는 게 뭐 운동이나 되겠냐며 또 살살 성질을 긁었지만 뛰는 건 절대 할 수 없지. 암, 그렇고 말고. 나는 땀 흘리는 걸 매우 싫어하니까.
걷는 시간은 아이들 등교 후 바로 하기로 했다. 아이들을 학교에 데려다줄 때 아예 운동복을 입고 운동화를 신고 모자를 쓰고 나왔다. 집 앞에 주차를 하고 차에서 내려 걷기를 시작했다. 처음엔 5분, (믿을 수 없겠지만 운동을 전혀 하지 않는 사람은 5분만 걸어도 숨이 차고 집에 가고 싶어 진다.) 그다음엔 10분, 그다음엔 '조금 더 걸어볼까?', '저기 보이는 정자까지만 갇고 오자.'며 이렇게 조금씩 걷는 거리와 시간이 늘어났다. 아마 처음부터 '매일 30분을 걷겠어!' 내지는 '하루 5km를 걷겠어!' 했다면 절대 성공하지 못했을 것이다. 나는 나를 잘 알기에 그냥 '걷고 싶은 만큼만 걷고 오자!'라고 아주 가볍게 마음을 먹고 시작했다.
그렇게 딱 3주가 지나니 세상에 이럴 수가! 믿을 수 없는 마음의 변화가 일어났다. 그건 바로 걷는 일이 기다려지다 못해 '빨리 내일 아침이 왔으면.' 하는 생각으로 잠이 들었다. 정말 놀라운 변화가 아닌가? 다시 말하지만 나는 땀 한 방울도 흘리는 게 싫어서 운동을 멀리 했던 사람이었다.
'걷기'의 이로움과 재미는 좀 더 써보도록 하겠습니다.
마흔의 여자는 할 일이 참 많은데요, 그게 다 살기 위해서 하는 일이랍니다 :)
여러분은 살기 위해서 어떤 운동을 하고 계시나요?
by. monica