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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Oct 11. 2020

5분 동안 아찔했던 순간

시시콜콜 육아 이야기 13

  오늘 우리가 사는 동네에 생긴 대형 복합쇼핑몰에 다녀왔다. 주차할 자리가 없어 건물 근처를 돌다가 건물 뒤편에 생긴 엄청 크고 좋은 놀이터를 발견하고 남편은 주차를 하러가고 나는 애들 차에서 먼저 내려 놀이터로 향했다. 놀이터에는 주말인 만큼 엄청 많은 부모들과 아이들이 놀고 있었다.


  4살 둘째 아들은 엄청 흥분해서 놀이터로 들어갔고 딸아이와 나도 계속 둘째를 따라다녔다. 그러다 3층짜리 놀이시설에서 이리저리 놀다가 2층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가고 싶다는 아들의 말을 듣고 딸아이에게 동생이랑 같이 여기 있다가 엄마가 미끄럼틀 아래쪽에 내려가면 동생을 내려보내라고 했다.


  잠시 후 둘째는 신나게 미끄럼틀을 타고 내려왔고 다시 누나가 있는 2층으로 가려고 했다. 나는 아들 손을 잡고 같이 올라가려고 했는데 아들이 미로처럼 된 여러 갈래 길중 한쪽 길로 순식간에 사라졌다. 나는 바로 쫓아갔지만 아들이 어디로 갔는지 알 수가 없었다. 그래서 계속 "복근아. 복근아."(둘째 태명으로 대체)라며 이름을 불렀다.


  주변에 다른 애들은 많이 보이지만 아들의 모습은 전혀 보이지가 않았다. 갑자기 온몸에 진땀이 나고 등 쪽에서 서늘함이 느껴졌다. 2층 쪽을 올려다보니 딸아이의 모습도 안 보인다. 1층 주변을 계속 돌며 미친 듯이 아들 이름을 불렀다. 마스크를 써서 목소리는 크게 안 나오고 갈라지고 마음은 다급해지고 별의별 생각들이 순식간에 떠오르기 시작했다.


  이러다 아들을 잃어버리면 어쩌나, 못 찾으면 어쩌나, 괜히 사람 많은 주말에 여길 왜 왔을까, 놀이터를 데려오는게 아니었는데 라는 생각들이 들었다.


  많은 인파로 힘들게 주차장에서 주차를 하고 있을 남편에게 전화를 걸어야겠다고 생각하며 눈물이 차오르려고 하는데 한쪽에서 큰 딸아이와 둘째 아들이 손을 잡고 서 있는 모습이 보였다.


  두 아이의 이름을 부르며 달려가 두 아이를 껴안았다. 다행히 둘째와 큰 딸아이가 놀이시설 1층과 2층 중간에서 만나 손을 잡고 나를 찾고 있던 중이었다. 내 목소리는 들리는데 엄마가 어디 있는지 두리번 거리며 찾고 있었단다.


   휴. 긴장이 풀리면서 온 몸에 힘이 다 빠졌다. 정말 5분 동안 아찔했던 순간이었다. 다시는 경험하고 싶지 않고 경험해서도 안되는 그런 날이었다.



집근처 놀이터에서 열심히 놀고 있는 남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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