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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Oct 29. 2020

4년 만에 처음 머리 자른 아이

시시콜콜 육아 이야기 14

  둘째 네 살 아들은 좀 예민한 편이다. 병원 갈 때는 말할 것도 없고 새로 산 옷이나 낯선 것들, 안 해본 것들을 처음 해볼 때 정말 엄청 까탈스럽다.


  이발 또한 어찌나 까탈스러운지 태어나서 4살 초반까지 미용실에서 이발적이 한 번도 없다. 두세 번 시도를 하러 갔는데 무섭다며 소리를 지르고 울고불고 생 난리를 쳐서 포기했다. 그래서 늘 집에서 내가 이발을 해주곤 했다. 신기하게도 내가 이발을 해주면 티브이 만화를 보면서 얌전하게 가만히 있다.


  작년 말쯤 둘째가 어린이집에 다니기 시작해서 올해 4살이 되어보니 우리 아들의 머리만 바가지 머리 스타일로 너무 촌스러워 보였다. 이제는 안 되겠다 싶어 큰 맘을 먹고 미용실을 데려가기로 했다. 데려가기 전 미용실을 기분 좋게 가는 내용의 동화책도 열심히 읽어주고 아빠와 누나가 미용실을 갈 때 데려가서 이발하는 모습을 보여주기까지 했다.


  드디어 집 앞 미용실로 향했다. 온 가족이 둘째 이발을 위해 출동한 것이다. 남편과 큰 딸아이까지 말이다. 아들이 좋아하는 음료수와 젤리까지 챙겼다. 그리고 혹시 몰라 둘째에게 수영복 같은 래시가드도 입혔다.


  미용실에 도착해 의자에 앉히려고 하자 죽어도 싫단다. 그래서 내가 먼저 의자에 앉고 둘째를 안았다. 이발 가운을 입히려는데 또 싫다고 소리를 지른다. 미용실 사장님께 아들이 생애 처음 이발하는 거라 조금 예민하다 말씀드리고 래시가드를 입고 와서 이발 가운은 안 입혀도 된다고 말씀드렸다. 그리고 이발 가운은 내가 입고 둘째를 안았다.


  남편이 둘째가 좋아하는 동영상을 틀어줘도 싫다고 하고 딸아이가 놀아줘도 다 싫고 귀찮다는 상황. 미용실 사장님은 후다닥 빨리 잘라 보겠다며 아들을 어르고 달래서 이발을 하기 시작했다.


  아들의 양쪽 옆머리와 뒤쪽을 이발하고 마지막 앞머리 쪽만 하면 끝나는데 또 싫다고 난리를 친다. 그러자 옆에 있던 사장님의 아드님(역시 미용실 디자이너)이 매장에 있던 사탕 열댓 개를 가져와서 보여주며 관심을 유도한다. 어라. 아들이 사탕에 관심 있어하며 초집중한다. 흠, 뭐야. 사탕이면 조용하고 얌전하게 끝날 일이었던 것이냐. 쿨럭.


  사장님은 그사이 후다닥 앞머리 이발을 마쳤고 그렇게 둘째의 이발은 끝이 났다. 미용실 사장님, 사장님 아들, 남편, 딸아이, 나까지 그제야 모두 다 한숨을 돌렸다. 그리고 이발 후 너무나 멋있어진 아들을 보니 온 가족이 뿌듯했다. 구레나룻이 이렇게나 멋있는 건지 새삼 느낀 순간이었다.


  아들은 양손에 사탕을 가득 쥐고 그제야 웃으며 하는 말 "엄마, 얼굴이 간지럽고 목이 따가워."

이발 가운을 안 입고 버텼으니 당연히 그렇겠지. 그나마 래시가드가 큰 일을 했다. 안 입혀 왔으면 옷에 덕지덕지 붙은 머리카락들을 어찌했을까 상상도 하기 싫다.


  이렇게 둘째 아들의 첫 이발을 성공적으로 마쳤고 며칠 전 두 번째 이발을 했는데 엄청 얌전하게 조용히 잘하고 왔다는 사실. 이래서 경험이 참 중요한가 보다. 앞으로 더 많은 경험들을 하겠지. 수많은 경험들을 통해 아들이 더욱더 올바르게 성장하고 단단해지길 기도해본다.





바가지 머리에서 이쁜 머리로 바뀐 아들


마흔넘어 다시 시작된 육아(사진속 둘째를 낳기까지의 고군분투 이야기)

https://brunch.co.kr/@sodotel/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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