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살 둘째 아들에게는 백만 원짜리 장난감이 있다. 밤색 가죽으로 되어있고 위아래 좌우로 움직이는 기능이 있는데 전원을 꽂지 않아도 우리 아들은 그 장난감 위에서 운전놀이도 하고 뛰어내리기도 하고 높이 올라가기도 하는 등 엄청 잘 논다. 그 장난감 이름은 바로 전신 안마기이다. 쿨럭.
몇 년 전 남편이 큰 맘먹고 할부로 산 안마기이다. 둘째를 낳고부터 등에 담이 자주 오는 나를 위해 쓰라고 사준 건데 나는 사지 말라고 그리도 말렸건만 남편은 자기도 쓸 거라며 기어코 샀다.
사지 말라고 반대한 이유는 분명히 몇 번 쓰고 안 쓰게 될 거라는 걸 알았고 특히나 애들이 어릴수록 집에서 안마기 쓰기란 더 힘들기 때문이었다.
애들이 없을 때 쓰면 되지 않냐고 하지만 막상 애들이 없을 때는 잊어버리거나 바쁘거나 해서 또 안 쓰게 된다. 게다가 나는 전신 안마기를 하면 몸이 그다지 시원한 것 같지가 않다.팔이나 다리 쪽은 안마기를 제일 약한 모드로 설정해도 오히려 아플 때가 있다.
암튼 이 안마기를 산지 벌써 2,3년은 된 듯하다. 둘째가 태어난 후에 산거 같은데 그동안 안마기를 쓴 횟수는 20번도 안된다.
크기가 커서 넓은 공간을 차지하는우리 집안마기는 소파 바로 옆에 나란히 붙어 있다. 놓을 자리가 딱 그곳뿐이다. 그래서 둘째에게는 소파와 같이 취급되어 소파에서 안마기까지 자연스레 왔다 갔다 하고 오르락 내리락하며 논다.
처음에는 올라가지 말라고 얘기하고 혼내고 소리 지르고 했지만 이제는 거의 포기한 상태. 하지 말란다고 말을 듣는 네 살짜리 아들도 아니고 그냥 포기하니 마음이 편하다.
안마기는 아마도 조금 고장이 나지 않았을까 싶다. 그래서 중고로 팔지도 못하고 그냥 둘째의 장난감으로 잘 모셔두고 있다.
그런안마기만 보면 그냥 속이 쓰리다. 백만 원짜리 둘째의 장난감이라니. 쩝. 조만간 작동시켜보고 AS라도 받아야 할 듯하다. 본전을 생각해서라도 억지로 사용하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