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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Mar 07. 2021

조리원에서 1등 산모

마흔 넘어 다시 시작된 육아 20

  조리원에서 2주 지내면서 42살의 왕언니 산모였던 나는 그래도 나름 편한 산모였다. 조리원 3일째 모유수유가 되지 않아 단유 마사지를 받아 단유를 했고 유축기로 젖을 짜지도 않아도 되니 너무 편했다. 그래서 수유 콜 10번 중 3,4번은 가지 않고 오로지 쉬기만 했다.


  조리원 내에 있는 경락마사지를 2주 동안 5번 예약(너무나 인기가 많아 5번도 몇 달 전에 겨우 해두었던 것)을 해서 받았는데 정말 경락마사지를 한번 받을 때마다 1킬로씩 빠지는 내 몸이 너무나 신기했고 일단 온 몸이 너무나 시원해서 살 것 같았다.


  지금 생각해도 10번 아니 조리원 2주 동안 14번 다 받지 못한 게 후회가 들 정도로 경락 마시지는 정말 최고로 좋았다.


  비용이 1회당 10만 원이었는데 그 돈이 아깝다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을 정도로 몸의 부기도 잘 빠지고 아프던 곳도 덜 아프고 편해지는 걸 보니 진짜 신기했다. 그래서 조리원에서 퇴실한 후에도 한 달에 한두 번씩은 경락마사지를 받으러 다니곤 했다.


  매일 저녁 7시가 되면 복근이를 내방으로 데려오는 시간이었는데 모든 산모들이 일렬로 줄을 서서 자신의 아기들을 방으로 데려오기 위해 기다리는 모습은 한편으론 웃기기도 하고 또 한편으론 경이로워 보이기도 했다.


  보통 아기가 첫째인 엄마들은 7시가 되기도 전에 미리 줄을 서 있었고 둘째나 셋째인 엄마들은 7시가 넘어 아기를 데리러 오는 편이었다.


  나는 그중에서도 제일 늦게 가서 복근이를 받았고 제일 빨리 복근이를 다시 데려다주는 1등 산모였다. 흐흐.


  임신 말기부터 손목 인대가 늘어나 반깁스 한 상태로 손목이 너무 안 좋았기 때문이다. 그 작은 복근이가 3킬로밖에 지 않았는데도 어찌나 손목이 아프고 힘이 안 들어가던지. 안아서 분유를 먹이고 트림을 시키는 그 짧은 시간도 무지 힘이 들었다.


  기적같이 생긴 둘째 복근이를 바라만 보고 있어도 참 좋고 행복해서 계속 안아주고 싶었지만 조리원 이후 집에서 복근이를  잘 봐주려면 엄마인 내가 먼저 살고 봐야 하니 미안하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조리원에서 1등 타이틀이 많았다. 나이가 제일 많은 산모였고, 단유를 제일 먼저 한 산모였고, 손목 반깁스를 유일하게 혼자 하고 있던 산모였고, 아기를 제일 늦게 데려가서 제일 빨리 데려다주는 산모였으니 말이다.


다음 편에 계속


꼬물꼬물 너무나 작고 귀여운 복근이


https://brunch.co.kr/@sodotel/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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