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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Feb 21. 2021

조리원에서 유명인사가 되다

마흔 넘어 다시 시작된 육아 19

  황달 치료를 받고 오느라 나보다 조리원에 늦게 입성한 둘째 복근이(태명)는 조리원에 온 지 4일째 되던 날 아래층 산부인과에서 올라왔다. 복근이가 없는 4일 동안 나는 편하게 쉴 수 있을 거라는 생각과 달리 엄청 바쁘게 보냈다.


  먼저 초유를 열심히 짜서 냉동실에 얼려두었고 같은 건물 2층에 있는 정형외과를 다니며 손목 물리치료를 받았다. 첫째를 임신해서도 같은 증상이었는데 둘째 복근이의 임신 말기 즈음 손목 인대가 늘어나 손목이 너덜거릴 정도로 아팠기 때문이었다. 역시나 첫째 때와 같이 반깁스를 하며 조리원에서 지냈다.


  의사 선생님의 말로는 임신 중 제일 아픈 곳이 평소에 많이 쓰고 약한 부위라고 하셨다. 수학학원강사로 10년 이상을 칠판에 글씨를 쓰다 보니 손목에 무리가 많이 가서 그런가 보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1층에 있는 모유클리닉에 다니며 복근이가 조리원으로 올라오기로 한 날 아침에 단유 마사지를 받았다. 아기가 빨기 힘든 가슴이었고 손목도 너덜거려 아프니 모유수유가 너무 힘들어서 빨리 포기하자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다. 역시 포기하니 마음이 편했다.


  그래서 나는 조리원에서 나름 유명인사였다. 산부인과에서 최장수 입원환자이자 나이도 제일 많은 왕언니뻘 산모인 데다 손에는 반깁스를 하고 다니고 단유를 해서 모유도 먹이지 않는 엄마였기 때문이다. 그래서 '복근이 엄마'하면 조리사 선생님들과 관리하시는 직원분들은 다 아실정도였다.


   42살이라는 나이의 둘째를 낳고 보니 첫째 때와 정말 너무나 달랐다. 체력적으로 어마 무시하게 힘들어서 최대한 내가 제일 편한 대로 둘째 복근이를 육아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덜 힘들고 행복해야 복근이도 잘 봐주고 행복할 테니 말이다.


  조리원 방에 있으면 두세 시간마다 수유 콜이 오곤 했는데 열 번 중 서너 번은 가지 않고 그냥 방에서 쉬었다. 모유수유도 안 하고 분유를 주는 것이니 딱히 가지 않게 되었고 2주 후 조리원에서 나가면 지옥을 맛볼 텐데 조리원에서 조금이라도 쉬고 싶었기 때문이다. 아마 복근이가 첫째였다면 이러지 못했겠지만 둘째라 그런지 마음의 여유가 생기고 나름 융통성이 생긴 것 같았다.


  그런데 막상 혼자서 편하게 쉴 수가 없는 게 첫째 딸아이가 2주 동안 거의 내 방에서 같이 먹고 자는 생활을 했다.  둘째가 태어나기 전 10일 동안 외가 할머니 댁에서 나와 떨어져 지낸 딸이라 엄마와 잠시도 떨어져 있기 싫어했다. 그런 딸이 나도 너무 미안했기에 조리원에서 계속 같이 지냈다. 그나마 6살이고 딸아이라 옆에서 조용히 잘 노는 편이라 다행이었다.


다음 편에 계속.


손목 보호대를 한 내 손과 아주 작은 복근이의 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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