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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Mar 25. 2021

조리원은 엄청 바쁜 천국이다

마흔 넘어 다시 시작된 육아 21

  둘째를 낳은 후 조리원에서 나는 나이가 제일 많은 산모였고, 단유를 제일 먼저 한 산모였고, 손목 반깁스를 유일하게 혼자 하고 있던 산모였고, 아기를 제일 늦게 데려가서 제일 빨리 데려다주는 등의 1등 타이틀이 많은 산모였다.


  첫째 때는 친정에서 산후조리를 하느라 조리원에 가지 않았는데 둘째를 낳고 나서 조리원에서 2주를 지내다 보니 정말 조리원이 천국이라는 걸 확실하게 느낄 수가 있었다.


  일단 내가 지냈던 산후조리원은 음식이 워낙 맛있기로 소문이 난 곳이었다. 매끼 뷔페처럼 되어 있어서 먹고 싶은 것을 먹고 싶은 만큼 마음껏 먹을 수가 있었는데 음식들이 하나같이 다 맛있고 좋았다.


  젖이 잘 돌게 하기 위해 미역국이 매끼 나왔는데 나는 평소에도 미역국을 좋아해서 전혀 질려하지 않고 2주 동안 잘 먹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은 삼계탕 같은 특식이 나오기도 했다.


  게다가 간식 두세 번과 야식까지 있었는데 너무 잘 먹어서 탈이었다. 세끼 식사는 식당에 가서 먹었고 간식과 야식은 각 방으로 배달해주는 시스템이었다.


  나는 조리원 입실 3일째에 단유까지 한 상태라 젖이 잘 돌기 위해 다른 산모들처럼 미역국을 많이 먹지 않아도 되었지만 그래도 열심히 남기지 않고 거의 다 먹었다. 왠지 잘 먹고 잘 지내야 조리원에서 퇴실 후 집에 가서 둘째를 육아할 때 쓰러지지 않고 살아남아야 한다는 의무감이 강하게 들었기 때문이었다. 흐흐.


  그리고 조리원에서는 매일매일 원피스형 가운을 갈아입을 수 있게 제공을 해주었고 혹시나 필요하면 더 받아서 입을 수가 있었다. 레깅스나 내복 또는 양말, 수건 등의 빨래들은 제공된 망에 넣어 저녁에 문 앞에 두면 세탁과 건조까지 다 되어서 다음날 아침 다시 문 앞에 놓여 있어서 정말 편했다.


  조리원 방 안에는 샤워실 겸 화장실이 있고 침대, 냉장고, 티브이, 컴퓨터, 빨래건조대, 옷장, 유축기, 드라이기, 전화기까지 구비되어 있었는데 컴퓨터는 거의 사용하지 않았다. 조리원에서의 생활이 나름 엄청 바쁘기 때문이었다.


  세끼 식사에, 간식과 야식도 먹어야 하고, 두 시간마다 수유나 분유를 먹이러 아기에게 가야 하고 유축도 해야 하고 젖병소독기에 젖병도 넣었다 찾았다 해야 하고 경락마사지도 받아야 했다.


  또 저녁에는 모자동실로 내 방에서 한두 시간씩 아기와 함께 보내는 시간까지. 아침부터 밤까지 엄청 바쁘게 보냈다.


  조리원에는 다양한 프로그램도 있었다. 모유수유 교육, 산후 요가, 모빌 만들기, 신생아 목욕 교실, 산후우울증 예방교육 등등의 좋은 것들이 많았지만 나는 하나도 참여하질 않았다.


  프로그램 하나를 참여하고 오면 1시간이 금방 없어져 버리니 그 시간에 한숨이라도 더 자고 더 쉬는 등 내 몸을 쉬게 하고 편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아무튼 조리원은 정말 지금 생각해도 천국이었다. 모든 것이 다 좋았던 것 같다. 천국은 천국인데 진짜 엄청 바쁜 천국. 그곳이 조리원이었다.



2주 동안 너무나 잘 지냈던 산후조리원의 내방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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