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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Mar 23. 2021

콧물 빠는 아빠

시시콜콜 육아 이야기 24

  지금은 11살이 된 첫째 딸아이가 첫돌 즈음해서 코감기에 처음으로 걸린 적이 있다.

그래서 콧물이 자꾸 나오자 짜증을 내고 힘들어했다.


  소아과에 가서 약도 타오고 약국에서 콧물을 흡입해서 빼주는 도구도 사 와서 콧물을 빼주기로 했다.


  그런데 처음으로 걸린 감기에 처음으로 먹는 것이라 그런지 약도 잘 안 먹으려고 하고 코 뻥이라고 한쪽 끝을 코에 넣고 다른 쪽 고무패킹을 눌러주며 콧물을 빼주는 도구도 사용하려고 하는데 그것도 딸아이는 완강히 거부했다. 그 도구가 아마도 낯설고 무섭게 느껴졌을 것 같다.


  특히나 저녁이 되고 밤이 되면 딸아이는 콧물로 인해 더더욱 잠도 못 자고 힘들어했다. 그러자 안 되겠다 싶었는지 남편은 딸아이의 코에 입을 대고 콧물을 빨기 시작했다. 그러자 콧물이 조금씩 나왔다. 몇 번을 반복해서 콧물을 빼주는 남편이 새삼 달라 보이고 위대해 보였다.


  반대로 나는 난임으로 딸아이를 힘들게 가져서 세상에서 하나뿐인 딸아이에게 다른 건 다해줄 수 있는데 딸아이의 콧물만은 남편처럼 내입으로 빨아서 빼주는 건 절대로 할 수가 없었다. 비위가 약한 편이기도 하고 콧물의 맛을 떠올리기만 해도 기분이 이상했기 때문이었다.


  남편은 그렇게 딸아이의 코감기가 나을 때까지 입으로 코를 자주 빨아서 빼주곤 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남편이 정말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며칠 전부터 5살 둘째 아들이 약한 코감기에 걸려서 콧물이 조금 나길래 남편에게 딸아이의 콧물 빼주던 때를 이야기해주었더니 하는 말.

"내가 그랬어? 와, 나 진짜 대단했네." 그러더니 지금 둘째 아들의 콧물을 빼주라고 하면 못할 거 같단다. 흐흐.


  겸손인지, 나이를 먹어서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딸아이의 콧물까지 빨아주던 남편은 다시 한번 칭찬받을 만하다.



3살이 되자 혼자서 콧물 빼던 딸아이

https://brunch.co.kr/@sodotel/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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