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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Feb 02. 2021

조리원에서 4일 만에 만난 둘째

마흔 넘어 다시 시작된 육아 18

  제왕절개로 둘째를 낳고 3박 4일 동안 남편과 딸이랑 1인실에서 열심히 잘 지내다가 산부인과 건물 바로 위쪽에 있는 조리원으로 이동했다. 그날 나를 포함해서 10명 정도의 산모들이 함께 조리원으로 올라갔다. 드디어 산부인과에서 조리원 생활이 시작된 것이었다. 엘리베이터를 타고 조리원에 내려서 내 방을 배정받아 쉬고 있는데 조리원 실장님의 전화 호출이 오더니 사무실로 오라고 했다.


  사무실에 가보니 다른 산모도 한 명이 와 있었고 실장님은 나랑 같이 둘이서 설명을 들으란다. 오늘 조리원에 함께 입소한 10명의 산모들 중 다른 산모들의 아기들은 다 조리원으로 올라왔다고. 그런데 옆에 있는 산모님의 아기와 우리 복근이만 조리원으로 바로 올라오지 못하고 2,3일 후에 올라와야 한단다.


  황달기가 있어 검사를 해보니 황달수치가 12가 정상인데 13, 14로 점점 올라간다는 말이었다. 그래서 황달 치료를 받고 올라와야 하니 며칠만 기다리라고 하셨다. 큰 딸애도 그러더니 둘째도 똑같이 황달 증상이 생겨 참 신기하다는 생각과 함께 속으로 나는 '아싸'하며 좋아하고 있었다. 아기가 없는 그 시간만큼 수유콜을 받지 않아도 되는, 오로지 나만의 휴식시간을 누릴 수 있으니 말이다. 역시 첫째를 낳아본 자의 여유랄까.


  그런데 옆에 있던 산모가 갑자기 눈물을 펑펑 흘렸다. 나처럼 둘째가 아닌 첫아기였으니 걱정이 많이 되고 속상해서 우는 눈물이었다. 게다가 출산 직후여서 모성의 감정이 어마어마하게 풍부한 때라 더욱더 눈물이 많이 났을 것 같다. 아무튼 나는 그 산모를 열심히 위로해 주었다. 황달이 그렇게 무서운 병도 아니고 우리 첫째도 황달로 2,3일 치료받았었는데 바로 정상이 되더라 그러니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말이다.


  그리고는 다시 내 방으로 와서 열심히 유축기로 초유를 쥐어짰다. 그리고 나는 마음먹었다. 42살의 노산 엄마이니 무조건 편하게 육아하기로 말이다.


  일단 복근이가 없는 딱 3일 동안만 초유를 열심히 짜서 모아두기로 했다. 첫째 아이를 임신했을 때처럼 손목 인대가 늘어나  손목이 너무나 아파 유축하는데도 힘들었고 모유수유도 할 수 없는 가슴이라 모아둔 초유만 먹이고 둘째도 첫째처럼 분유 키우기로 말이다.


  복근이가 없는 3일 동안 쉬는 시간이 많고 자유로울 줄 알았는데 바쁘기는 마찬가지였다. 유축기로 모유도 짜야하고 경락 마사지도 받으러 가야 하고 복근이도 면회시간에 맞춰 보러 가야 하고 손목 인대 물리치료받으러 1층에 있는 정형외과도 다녀와야 했다.


  조리원에 들어온 다음날부터 복근이를 보러 첫 면회를 갔는데 조리사님 한분이 나오시더니 미리 말씀을 해주셨다. 복근이를 보고 너무 놀라 말고 마음 아파하지도 말라고 말이다. 광선으로 황달 치료를 하는데 눈에 큰 자극이 돼서 눈 위에 밴드를 붙여 놓았다는 설명이었다. 마음을 단단히 먹고 복근이가 유리창 너머로 나오길 기다렸는데 복근이를 보자마자 나는 눈물이 핑 돌았다.


  그 작고 어린것이 특히나 조산으로 한 달 일찍 나온 우리 아들이 눈에 안경처럼 밴드를 붙인 채 꼬물딱 거리는데 마음이 너무 아팠다. 얼마나 불편할까 싶어 말이다. 다른 아기들은 다 정상으로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데 나처럼 아기를 면회하러 온 가족들은 우리 복근이를 보며 "어머머"하고 놀라기도 하고 "저 아기 어디 아픈가?", "저 아기는 왜 저러지?"라는 등의 소리들을 하는데 그냥 속상한 마음이 막 들었다.


  속으로 '3일만 참고 견디자. 복근아.' 라며 계속 되뇌었고 다른 사람들한테 복근이 모습을 보이기 싫어서 후다닥 복근이를 보고 빨리 들여보내 달라고 했다. 그래서 3일 동안 나는 복근이를 더 오래 보고 싶었지만 어쩔 수 없이 제일 먼저 면회를 끝내고 내 방으로 돌아오곤 했다. 그리고 4일째 되던 날 복근이는 드디어 산부인과에서 조리원으로 올라왔다.


다음 편에 계속.

 

안경처럼 밴드를 붙이고 나온 복근이를 보고 마음이 미어졌다는.

https://brunch.co.kr/@sodotel/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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