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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Oct 02. 2024

20년 전 결혼식 테이프를 복원했다

이런저런 이야기 199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서 오래된 비디오테이프를 복원해 주는 행사가 있어 응모를 했는데 당첨이 되었다.


한 달에 5명씩에게만 해주는 행사였는데 이번달에 5명 안에 들어서 20년 전 나의 결혼식 비디오테이프를 복원할 수 있었다.


일주일 후, 집에서 가져간 usb에 파일로 저장된 것을 받았다. 비디오테이프 작동 기기가 없어진 이후로는 결혼식 영상을 본 적이 없었으니 아마 십 년 이상 보지 못한 결혼식이었다.


다음날 아침, 두 아이 모두 학교를 가고 혼자 오붓하게 딸아이 방의 컴퓨터 앞에 앉아 usb를 꽂고 결혼식 동영상을 틀었다.


유행이 다 지난 경음악과 함께 시작된 남편과 나의 결혼식. 촌스러운 내 얼굴의 화장을 보면서 으악 거리다가 남편과 나의 날씬하고 젊었을 시절의 모습을 보니 기분이 묘했다.


지금은 스무 살도 넘은, 그 당시 5살이던 귀여운 조카가 신부대기실 내 옆에서 계속 쫑알거리는 모습에 한참을 웃었다.


그리고 나온 영상을 보고 나는 얼굴이 잠시 굳었다. 작년 이맘때 돌아가신 엄마의 얼굴이 나왔기 때문이다.


고운 한복에 예쁘게 화장과 머리까지 단장하고, 환한 미소로 아빠와 함께 결혼식 손님을 맞이하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나는 갑자기 눈물이 펑펑 났다.


어쩜 이리도 젊으신지.

어쩜 이렇게 환하고 이쁘게 웃으시는지.

마치 살아계신 것 같은 기분이었다.


부모님께 인사드리는 장면, 폐백 할 때 모습, 가족사진을 찍을 때 등등 엄마가 나오는 영상을 돌려보고 또 보았다.


그리고  엄마가 나온 영상의 모습들을 정지시켜 두고 핸드폰으로 사진을 찍어서 아빠와 오빠, 조카에게 보내주었다.


다들 신기해하고 놀라워했다. 또 엄마의 환한 미소를 보고 울컥했다가 웃기도 하고 그랬다.


엄마가 돌아가셨을 때 영정사진에 올릴 사진이 없어  엄청 고생하고 속상했었는데, 이렇게 결혼식 동영상에 환하게 웃는 엄마가 있었다는 걸 전혀 생각도 하지 못했다니.


그래도 지금부터라도 환하게 웃는 엄마의 모습을 계속 볼 수 있다는 게 너무 좋고 감사하다. 곧 엄마의 1주년 기일이 다가오는데 너무나 큰 선물을 받은 것 같다.


"엄마, 날씨가 갑자기 쌀쌀해졌는데 거긴 따스하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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