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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Dec 14. 2024

탄핵집회에 갔다 그런데......

이런저런 이야기 202

남편과 뉴스를 보다 보다 너무 속이 터지고 화가 나서 우리도 탄핵집회에 가자는 계획을 세웠다.


중1, 초1 남매도 뉴스를 볼 때마다 탄핵집회에 가고 싶어 했다. 그래서 행동으로 바로 옮겼다.  LED촛불을 인터넷으로 주문해서 4개를 사고, 방석도 4개를 샀다.


집회 가는 날이 점점 다가올수록 준비물은 계속 늘어났다. 보조배터리, 무릎담요, 초코바, 기타 간식, 장갑, 목도리, 보온병, 털모자, 물티슈, 휴지 등등 배낭가방 3개를 가득 채웠다.


서울집회로 가기 위해 고속버스표도 왕복 4장을 예매했다. 집회를 가는 게 사실 걱정도 많긴 했다. 초1 아들이 아직 어리니 말이다.


20대 조카도 며칠 전 친구들과 서울집회에 다녀왔는데 자기들도 힘든데 초1은 진짜 힘들 거라고 말했다.


어찌해야 하나 고민고민을 하다가 집회 가기 바로 전날이 되었다. 인터넷 검색을 하다가 우리 집 근처에 자가용으로 40분 거리에서 탄핵집회가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남편과 다시 상의를 한 후 서울집회 말고 집 근처 집회에 참여하기로 했다. 그리고 드디어 어제 중1 딸이 학원을 마치고 오자마자 집회장소로 향했다.


금요일이라 그런지 차가 좀 막혔다. 중간쯤 가다가 밥을 든든히 먹고 집회에 참여하자 해서 부대찌개 집에서 맛있는 저녁을 먹었다.


잠시 후 집회장소 거의 근처에 다다랐다. 도로가 8차선으로 엄청 넓고 근처에는 백화점과 터미널등이 모여 있는 번화가였다.


그런데 좀 이상했다. 집회장소 근처는 차도 많이 막히고 사람들도 많다고 했는데. 차도 막히지 않고 모여있는 인파들이 보이지 않았다.


일단 남편은 근처에 주차를 하기로 하고 나는 두 아이와 함께 배낭을 메고 집회장소까지 가보기로 했다. 역시나 모인 사람들은 없었다. 다만 탄핵하자는 현수막들만 걸려 있었다.


주변 상가에 들어가서 물어봤다. 여기가 탄핵집회 장소가 아니냐고. 그랬더니 1시간 전에 벌써 끝났다고.


하아. 아이들도 실망, 나도 허탈. 집회가 시작시간 이후 더 오래 늦게까지 하는 게 아니었나 보다. 밥을 먹지 말고 바로 올걸. 너무 아쉽고 속상했다.


초1아들에게 잘 달래고 설명을 해준 뒤 근처 팬시점에 들어가 사고 싶은 것 하나씩 고르라고 했다. 우리가 탄핵집회에 참여하지는 못했지만 우리의 마음은 전달이 잘 되었을 것이라고. 그래도 너희들이 기특해서 엄마가 대신 선물을 사주겠다고 했다.


아이들은 열심히 이것저것을 보며 한참을 고르더니 자기들이 원하는 것들을 하나씩 득템 했다. 그리고 주차하느라 헤매고 있는 남편에게 연락 후 집으로 돌아왔다.


집으로 돌아온 아들이 목욕을 하고 나서 하는 말.

"엄마, 역시 집이 최고야."


그래 맞아. 집이 최고지. 너희들도, 아빠, 엄마도, 모든 사람들이 마음 편하게 집에 있으려면 꼭 탄핵이 돼야 한단다.


오늘 꼭 이루어지리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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