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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Jul 17. 2020

스윽스윽 태동을 느끼다

파란만장 난임극복 이야기 스무 번째

  결혼 6년 만에 6번 유산 끝에 만난 우리 아기는 임신 4,5개월 때쯤 의사 선생님이 이쁜 공주라고 성별을 알려주셨다.


  우리 부부는 뛸 듯이 기뻤다. 남편은 결혼초에 첫째는 무조건 아들이길 원한다고 했는데 막상 임신을 하자 "느낌이 딸인 거 같다. 딸이었으면 좋겠다"라고 노래를 부르고 다녔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짜 딸이라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


  딸이어서 그랬는지 그렇게나 심했던 3개월의 토덧(입덧)이 끝나고 내가 당기는 음식들은 과일, 또 과일, 죽어도 과일이었다. 희한하게 고기가 전혀 땡기지를 않았는데 그나마 먹고 싶었던 것은 순대여서 먹고 싶을 때 남편이 퇴근할 때 즈음 전화해서 사다 달라고 자주 요청을 했다.


  어느 날은 갑자기 소머리 국밥이 막 미친 듯이 땡겼다. 마침 남편이 쉬는 날이라 아침 일찍 소머리 국밥을 먹으러 나갔는데, 아니 평소에는 그리도 잘 보이던 소머리 국밥집이 전혀 보이질 않았다. 차로 빙빙 돌아보고 검색도 해보고 해서 겨우겨우 찾아가 먹은 기억이 있는데 평소에 거의 안 먹던 것이 땡기니 참 희한했다. 지금도 지나가다가 소머리 국밥집이 보이면 그때를 남편과 이야기하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초등학생 때부터 절친인, 같이 난임을 겪었던 친구가 있는데 비슷한 시기에 시험관을 해서 나보다 임신이 한 달 빨랐다. 그 친구가 모든 임신 증상과 경험이 나보다 먼저 겪게 되어 늘 항상 미리 얘기를 해주는 편인데 20주가 되니 태동이 느껴진다고 했다. 뭔가 비눗방울이 뽀록 뽀록 하는 느낌이라고 말해 주었다.


  그런데 나는 20주가 되었는데도 태동이 안 느껴져서 괜히 불안하고 걱정하고 있던 차에 20주 하고 4일째 되는 날 갑자기 '스윽'하는 느낌이 들었다. 헉. 이게 친구가 말했던 그 태동이구나 싶었다. 마치 지렁이가 배속에서 기어 다니듯 '스윽, 스윽'하는 느낌들이 나더니 점점 강해졌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 느낌을 남편이 함께 느껴보지 못하는 것이 참 안타까웠다.


  그래도 점점 태동이 강해지자 꿀렁꿀렁 거리기도 하고 배를 뻥 차기도 할 때면 남편이 배에 손을 대서 태동을 느낄 수가 있었다. 남편도 정말 신기해했다. 지금도 딸의 그 태동의 느낌이 잊히지가 않는다.


  그리고 그렇게나 찍고 싶었던 만삭 사진도 이쁘게 찍었다.


  다음 편에 계속.


 속 딸과 함께 찍은 첫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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