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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Jul 25. 2020

딱 한 번만 엎드려 자고 싶어

파란만장 난임극복 이야기 스물한 번째

  우리 둥이(귀염둥이의 뜻)는 배속에서 무럭무럭 건강하게 정상적으로 잘 자라고 있었다. 또 유산될까 싶어 열 달 동안 누워만 지내며 지켜낸 둥이였다.


  20주가 지나면서 신비한 태동을 느끼고 만삭 사진도 찍고 했던 이때까지는 참 좋았다. 둥이는 배속에서 아주 잘 지내고 있었지만 나는 잘 지낼 수가 없었다.  점점 임신 6개월, 7개월, 8개월이 되어가면서 몸이 점점 힘들어졌다.

그 힘듦을 한번 정리해 보았다.


1. 배가 점점 남산만 해질 때마다 몸속 장기들을 누르니 소화가 잘 안되고, 숨이 차다.

2. 화장실을 자주 간다. 특히 밤에 자주 간다.

3. 허리가 아프다. 배가 커질 때마다 점점 더 아프다.

4. 밤에 자주 깬다. 이유 없이 깬다.

5. 변비가 생긴다.

6. 음식을 조금만 먹어도 배가 부른다.

7. 발이 붓는다.

8. 자주 졸리다.

9. 감정 기복이 심하다.(그냥 작은 일에 눈물이 자주 나고, 예민하고, 짜증도 나고)

10. 가슴이 커져 불편하고 아프다.

11. 살이 팍팍 찐다.(출산 전날까지 20킬로 쪘음-그중 아기 몸무게는 3.3킬로. 쿨럭.)

12. 덥고 땀이 많이 난다.

13. 손, 발에 쥐가 잘 난다.

14. 체력이 약해지고 무기력해진다.

15. 수시로 배가 고프다

16. 엎드려 잘 수가 없다.


  더 많았던 것 같은데 더 이상 기억이 잘 나지 않는다. 아무튼 이 중에서 내가 제일 힘들었던 것은 엎드려 잘 수가 없다는 것이었다.


  나는 잠자리에 누우면 일단 엎드려 있다가 옆으로 자다가 바로 자는 편인데 임신 중 열 달 동안 한 번도 엎드려 자 본 적 없다.


  임신 초기에는 그래도 엎드려 자도 된다고 의사 선생님이 얘기해주셨지만 그냥 괜히 엎드려 자면 아기가 왠지 눌려서 힘들어 할 것 같고 아기한테 안 좋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항상 왼쪽, 오른쪽으로 자거나 똑바로 잤다. 근데 왼쪽으로 자는 게 태아의 산소호흡에도 좋다는 이야기를 병원에서 듣고 웬만하면 왼쪽으로 많이 잤던 기억이 난다.


  정말 그 당시에는 딱 한 번만 엎드려 자보는 것이 소원이었다.


다음 편에 계속.


집에서 찍은 33주 때 사진-배가 제법 많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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