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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Aug 10. 2020

유도분만 그리고 관장

파란만장 난임극복 이야기 스물세 번째

  우리 둥이(귀염둥이의 뜻)는 39주가 넘어도 밖으로 나올 기미가 없었다. 그러자 산부인과 선생님은 2,3일 후인 출산예정일에 유도분만으로 출산을 하자고 하셨다. 자궁문은 2주 전처럼 2센티만 열린 상태였다. 선생님은 집에 가서 걸레질하고 쭈그려 앉기 등을 열심히 하라고 하셨지만 나는 그러다 갑자기 아이가 확 나올까 봐 겁이 나서 그러질 못했다. 어떻게 지켜낸 아이인데 무조건 병원에서 안정적으로 낳고 싶었다.


  출산예정일 하루 전날, 남편과 마지막 만찬을 하러 뷔페를 갔다. 출산하면 모유수유로 인해 매운 것도 못 먹는다는 소리에 매콤한걸 열심히 집어먹으려고 했는데 막상 뷔페에 가니 배는 남산만 해서 의자에 앉기도 불편했고 맛있는 음식들도 맘껏 먹지를 못했다. 조금만 먹어도 숨이 차고 배가 불렀기 때문이다.


  드디어 출산 당일 아침, 출산 가방을 단단히 싸고 아침식사는 병원 가는 길에 있는 식당에서 돈가스와 비빔밥을 남편과 하나씩 시켜서 먹고 후식으로 커피 아이스크림도 먹었다. 사실 입맛이 전혀 없었지만 자연 분만하려면 힘이 나야 할거 같아서 억지로 먹었다. 게다가 후식인 커피 아이스크림도 출산하면 며칠 동안은 입에도 댈 수 없으니 마지막으로 먹어두자 싶어 먹었던 것이었다. 근데 이게 나중에 화근이 될 줄이야. 달달한 걸 먹어서 물이 계속 당겼다. 유도분만을 하게 되면 물을 절대 못 먹게 하는데 물을 마시면 긴장이 풀어지고 유도 분만하는데 도움이 안 된다는 이유였다.


  병원에 도착해서 의사 선생님의 내진을 또 받았고 출산준비가 착착 진행되었다. 먼저 제모를 하는데 아이에게 세균 감염을 막기 위해서란다. 그리고는 관장약을 넣어주고 참을 수 있을 만큼 참고 화장실로 가라고 하는데 5분도 못 참을 정도로 힘들었다. 화장실 가기 전에 실수할까 싶어 겨우겨우 10분을 버텨 시원하게 관장을 마쳤다.


  잠시 후 침대가 쭈욱 있고 침대마다 사이사이 커튼으로 가려진 방에 가운데쯤에 누워 촉진제 주사를 맞았다. 촉진제를 맞으면 움직이면 안 된다고 해서 누워서 소변도 봐야 한다는데 느낌이 참 묘했다. 그리고 아기의 심박동 기계도 바로 옆에 있어서 아기 심장소리도 고스란히 잘 들을 수 있었다.


  그 방에 나 말고 양쪽으로 산모님들이 한 분씩 계셨는데 오른쪽에 있는 산모님은 진통이 오는지 끙끙대는 소리가 들렸다. 그리고 왼쪽에 있는 산모님은 그냥 조용히 계시다가 갑자기 우는 소리가 났는데 알고 보니 청각장애인 산모셨다. 배속에 양수가 새서 아기가 20주밖에 안된 위험한 단계의 산모였다. 잠시 후 의사 선생님의 목소리가 들리는데 양수가 너무 없어서 아기가 잘못됐으니 유도분만으로 아기를 낳아야 한단다. 그 얘기를 듣는데 눈물이 펑펑 나고 그 산모님도, 아기도 너무 불쌍해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기도밖에 없어서 조용히 기도를 해주었다.


  점심시간이 지나 저녁이 되었지만 나는 출산의 기미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유도분만제를 더 맞았고 남편에게는 내 옆에만 있으니 무료하고 지칠 거 같아 근처 PC방에서 시간을 보내다 오라고 했다. 그리고 오른쪽 산모님은 진통이 점점 세게 오더니 막 소리를 지르다가 출산을 하러 수술실로 들어갔다. 진통하는 소리를 들으니 무섭고 떨리고 겁이 나기 시작했다.


  밤 10시쯤 되자 의사 선생님이 오시더니 오늘은 유도분만이 안될 거 같으니 식사하고 다시 관장하자고 하셨다. 헉. 또 관장이라니. 관장하기 싫어서 밥을 안 먹겠다고 말하자 아기가 나올 때를 대비해 힘을 줘야 하니 식사를 해야 한다고 하셨다. 그 힘든 관장을 또 해야 한다니. 흑흑.


  남편에게 전화를 해서 식사 거리를 사 오라 했고 남편은 김밥과 떡볶이 등을 사 와서 식사를 같이 했다. 그리고 한 시간 후 관장을 또 하고 나는 잠이 들었다.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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