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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항상샬롬 Aug 18. 2020

진통 두 시간 만에 순풍 출산기

파란만장 난임극복 이야기 스물네 번째

  우리 딸 둥이를 출산하러 온 첫날밤이 되었다.


출산 예정일로부터 하루가 지난 전날에는 하루 종일 촉진제를 맞으며 유도분만을 시도했으나 실패하고 출산 시 힘을 줘야 하니 또 밥을 먹고 관장하라는 선생님의 명령으로 임무를 완성하고 잠이 들었다.

  

새벽 4시쯤. 촉진제를 다시 투여하고 촉진제 양을 점점 늘리면서 유도분만을 계속 시도했다. 


오전 6시. 조금씩 배가 뭉치기 시작하더니 방귀가 나고 배에서 두두두 소리가 났다.


오전 8시. 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했고 내진을 다시 하니 자궁문이 4센티 열렸다고 하면서 진행이 갑자기 빨라진다고 간호사님들이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오전 9시. 본격적인 진통이 오기 시작했는데 끄응 소리만 나온다. 그러다 잠시 후 퍽 소리와 함께 뭔가 흐는 느낌이 들어 남편에게 간호사님 불러오라고, 뭔가 흐른다고 니 놀라면서 뛰쳐나가는 남편.


간호사님이 들어오시더니 양수가 터졌다면서 내 자궁 안을 마구 휘젓는다. 무슨 마사지라고 하시면서 아기가 빨리 나오게 하려는 그런 손놀림 같았다. 암튼 양수는 계속 나오는데  내 배속에 양수가 그렇게 많이 들어있었던 걸 그때 처음 알았다.


이때 남편이 계획한 대로 가족분만실로 옮겼다. 12시간마다 추가 비용이 드는데 우리는 12시간 안에 아이가 금방 나올 거 같아서 옮기기로 했다.

  

그리고 일반 수술실보다는 가족분만실이 여러모로 좋을 거 같았다. 남편이 옆에서 처음부터 끝까지 같이 있어주니까 든든하고 남편도 내 출산과정을 보게 되니 나와 아기를 더욱 사랑하고 아끼고 의미가 깊은 시간이 될 것 같아서였다.


암튼 점점 진통이 심해지고 진행이 빨라지면서 엄청 배가 아팠다. 끙끙대다 잠이 들고 또 끙끙대고 잠이 들고를 반복하다가 어느 순간 호흡기를 끼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잠시 기절한 새에 호흡 힘들어해서 호흡기를 껴주다고 남편이 설명해 주었다.


계속 소리는 안 지르게 되고 그냥 '끙끙. 아... 아...'소리만 나왔다. 도저히 못 참겠어서 무통주사 좀 놔달라고 하니 간호사분이 내진을 하고 나서는 진행이 70-80%나 되었다고 무통주사를 맞을 필요가 없단다. 헐. 곧 아기가 나온다는 말이다.


오전 10시. 의사 선생님과 수간호사님이 들어오고 진통 올 때마다 응가를 하듯이 힘을 주라고 해서 정말 죽도록 힘을 주었다. 막판에 진통할 때는 신음 소리도 나오지 않았다. 그러다 아기 머리가 보인다고 남편이 힘내라고 하는데 수간호사님이 힘주라고 할 때 힘주고, 하라는 대로 다 했다.


그래도 쉽게 아기가 나오지 않고 호흡이 엉키고 힘을 잘 주지  힘들어하자 수간호사님이 배위로 올라오더니 두 손으로 배를 아래쪽으로 쑤욱 밀면서 눌러주니 아기가 나왔다고 했다. 헉. 이렇게 빨리 쉽게 아기가 나오다니. 진통 두 시간 만에 우리 아기가 순풍 태어난 것이었다.


나는 아기가 나오면 시원한 느낌이 들 줄 알았는데 수간호사님이 내 배를 세게 누르면서 그 눌릴 때가 너무 아파서 아기가 나오는 걸 느끼지도 못했다.


잠시 후 응애 하며 아기 소리가 났고 남편은 아기를 확인하러 옆으로 가고 의사 선생님은 내 자궁 안에서 태반을 꺼내시겠다고 했다.


그리곤 잠시 후 아기를 내 품에 안겨주는데 솔직히 막 울 줄 알알다. 6년 만에 6번 유산 끝에 엄청 힘들게 만난 아이라 감동적으로 펑펑 울 줄 알았는데 그냥 내 품에 있는 아기를 보고"어머"라는 말과 함께 "둥이야. 엄마야."라는 말만 반복했다.


그리고 드는 생각이 '와, 신생아는 정작구나. 그리고 태어나자마자 원래 이렇게 안 이쁜 건가?'

흐흐.


다음 편에 계속.


가족분만실에서 끙끙대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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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brunch.co.kr/@sodotel/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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