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 6년 만에 6번 유산 끝에 만난 우리 아기는 임신 4,5개월 때쯤 의사 선생님이 이쁜 공주라고 성별을 알려주셨다.
우리 부부는 뛸 듯이 기뻤다. 남편은 결혼초에 첫째는 무조건 아들이길 원한다고 했는데 막상 임신을 하자 "느낌이 딸인 거 같다. 딸이었으면 좋겠다"라고 노래를 부르고 다녔기 때문이다. 그런데 진짜 딸이라니 정말 기분이 좋았다.
딸이어서 그랬는지 그렇게나 심했던 3개월의 토덧(입덧)이 끝나고 내가 당기는 음식들은 과일, 또 과일, 죽어도 과일이었다. 희한하게 고기가 전혀 땡기지를 않았는데 그나마 먹고 싶었던 것은 순대여서 먹고 싶을 때 남편이 퇴근할 때 즈음 전화해서 사다 달라고 자주 요청을 했다.
어느 날은 갑자기 소머리 국밥이 막 미친 듯이 땡겼다. 마침 남편이 쉬는 날이라 아침 일찍 소머리 국밥을 먹으러 나갔는데, 아니 평소에는 그리도 잘 보이던 소머리 국밥집이 전혀 보이질 않았다. 차로 빙빙 돌아보고 검색도 해보고 해서 겨우겨우 찾아가 먹은 기억이 있는데 평소에 거의 안 먹던 것이 땡기니 참 희한했다. 지금도 지나가다가 소머리 국밥집이 보이면 그때를 남편과 이야기하곤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초등학생 때부터 절친인, 같이 난임을 겪었던 친구가 있는데 비슷한 시기에 시험관을 해서 나보다 임신이 한 달 빨랐다. 그 친구가 모든 임신 증상과 경험이 나보다 먼저 겪게 되어 늘 항상 미리 얘기를 다 해주는 편인데 20주가 되니 태동이 느껴진다고 했다. 뭔가 비눗방울이 뽀록 뽀록 하는 느낌이라고 말해 주었다.
그런데 나는 20주가 되었는데도 태동이 안 느껴져서 괜히 불안하고 걱정하고 있던 차에 20주 하고 4일째 되는 날 갑자기 '스윽'하는 느낌이 들었다. 헉. 이게 친구가 말했던 그 태동이구나 싶었다. 마치 지렁이가 배속에서 기어 다니듯 '스윽, 스윽'하는 느낌들이 나더니 점점 강해졌다. 정말 신기한 경험이었다. 이 느낌을 남편이 함께 느껴보지 못하는 것이 참 안타까웠다.
그래도 점점 태동이 강해지자 꿀렁꿀렁 거리기도 하고 배를 뻥 차기도 할 때면 남편이 배에 손을 대서 태동을 느낄 수가 있었다. 남편도 정말 신기해했다. 지금도 딸의 그 태동의 느낌이 잊히지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