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당히 눈치 보는 것들】

by 섬돌

눈치 없는 당당한 것들이 몰려왔다. 상사에게 거침없이 농담을 던지고 자기들끼리 깔깔거리는 무서운 존재들이다. ‘싸가지 없는 것’ 하며 한탄하던 선배들의 모습이 중첩된다. 그래도 시대가 그러니 그깟 쯤이야...


한 부서에서 오래 근무하면 관련되는 분야의 외부 인사들과 많은 관계를 갖게 된다. 그런 관계 중에는 정말 평소에 만나기 힘든 분들이 있다. 그 분들과 저녁이라도 하게 되면 그 분의 삶과 철학, 그리고 후배들을 대하는 모습에 큰 에너지를 받고 오게 된다. 더러 그런 분들과 술자리가 잡히면 나는 언제나 팀원들에게 같이 가자고 했다. 그리고 그 때는 잘 따라왔다. 하지만 부서를 옮기고 그 관계가 이어져 다시 그런 자리가 와서 후임 팀장에게 가자했더니 이런 저런 핑계로 자리를 계속 피한다. 그 아래 팀원들에게 가자했더니 팀장이 가지 않는 곳에 가기가 어려운지 역시 이런 저런 핑계가 끊이지 않았다. 이해는 되지만 씁쓸했다.


나는 어땠지? 나와 함께 참 힘들게 새로운 업무에 기초를 잡아 가던 그 시절 후배들의 모습과는 사뭇 다르다. 그 분야의 전문가가 되기 위해 기회만 오면 모든 약속을 취소하고라도 그 분들과 만나는 자리에 끼워달라고 떼를 썼으니 꽤나 열정이 있었던 것만은 분명했다. 그러나 지금은 정말 당당해서 그러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던 후배들이 새로운 팀장의 눈치를 보느라 그 자리를 피한다. 내 생각에 아마 그들이 그 분을 직접 대면할 기회는 앞으로 오지 않을 것 같다. 화면으로 그 분의 강의를 듣고 그 분이 쓴 책을 백 번 넘게 보는 것과 직접 만나서 거침없는 질문과 진솔한 가르침을 받는 것은 그 차이가 크다.


지금은 다른 회사로 자리를 옮겨 멋지게 자리 잡은 후배 하나가 생각이 난다. 그는 내가 시키지 않아도 주말에 시간과 비용을 투자해 자신의 전문성을 향상시키는 교육에 참석하고, 오히려 팀장인 내게 자신의 관계를 통해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확대할 수 있도록 도와주었다. 그는 물론 나도 그것을 마다 않고 기회라 생각해 빠지지 않았고 그것이 자신의 일에 대한 열정으로 보았다.


2019년 암호 화폐 트론의 CEO 저스틴 선은 워렌버핏과의 식사자리 경매에서 54억 원이라는 최고가를 기록하며 기회를 잡았다. 더 중요한 것은 워렌버핏이 암호화폐인 비트코인을 ‘도박 기계’라 하고, ‘쥐약’에 비유하기도 했다는 점이다. 버핏은 블록체인의 중요성을 인정했지만, 비트코인의 내재 가치는 부정했는데, 이런 버핏을 만나기 위해 54억 원의 거금을 내면서 만나고자 한 사람이 암호 화폐 시가총액 11위인 트론의 CEO 저스틴 선이어서 놀라웠다. 모르긴 해도 저스틴 선은 식사자리를 통해 버핏의 생각을 바꾸고 싶었을 것이다. 이후에 버핏의 생각이 바뀌지 않았을까?


너무나 당당하고 싫은 것은 싫다고 하는 녀석들이 어느 순간 새로운 팀장의 눈치를 보면서 자신들에게 너무나 좋은 기회를 포기한다. 그래 그들은 이제 인터넷과 유튜브로 만나면 되겠지. 밥값도 필요하지 않고 그 분의 강의를 원하는 시간에 원하는 만큼 실컷 들을 수 있다. 그러나 나는 그런 석학을 책을 통해 처음 만났고, 실제로 만날 수 있다는 것에서 지금도 연예인과 함께 식사를 하는 것처럼 행복하고 아직도 어떤 주옥같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을까 하는 기대감에 가슴 두근거림을 주체하기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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