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넌 왜 그딴 생각을 니 맘대로 하고 그래.”
“예? 그냥, 저~ 그게 더 나을 거 같아서~~”
“야, 넌 생각하지 마. 그냥 시키는 것만 해.”
나는 늦까기 X세대로 회사에 입사했다. 늙지 않고 그대로만 있을 같았던 시간이 지나 한 회사에서 27년을 보내고 나니 귀신같은 꼰대가 되어 있었다. 솔직히 과장 말년까지는 상사들과 느끼는 세대차에 있어 늘 젊은 쪽에 줄을 서 있었다. 아마 나름 좀 말랑말랑했던 것 같다.
그때는 오로지 직진만 하는 상사가 너무 싫었다. 골목길 안으로 돌아가면 나의 발길을 기다리는 맛 집도 있고, 또 돌아가면 작은 아지트 같은 카페도 있어 재미있게 과정을 즐길 수 있는데 상사는 꼭 나에게 자신이 아는 집에서 밥 먹고, 자신이 아는 다방에서 차 마시라고 했다. 어쩌면 그것이 성과를 내기 위한 가장 빠른 길이라 생각했던 것 같다.
목적지는 상사나 내가 생각하고 가야 하는 같은 곳인데, 왜 똑같은 차를 타고 똑같은 길과 똑같은 휴게소에서 밥을 먹고 가야 하는가? 나는 그 시절 그런 의문으로 늘 머리가 복잡했다. 그런데 아뿔싸 그토록 경멸했던 그 모습이 지금 내 모습이 되어 있었다.
밀레니얼세대를 적응하기도 전에 MZ세대가 내 옆에서 같이 일하고 있다. 새로운 신세대로 자부하며 톡톡 튀는 생각과 의식으로 무장됐던 X세대는 그들에게 어쩌면 뒷방 늙은이 정도가 되었는지도 모르겠다. 밀레니얼세대도 이제 신세대라고 말하기에는 쑥스럽다. MZ세대라고 해도 내가 유연한 사고로 그들과 섞이고 대화한다면 뭐가 문제가 되겠는가? 그러나 슬프게도 현실은 그렇지 않다. 지난세월 내 안에 차곡히 쌓여있는 나의 똥고집이 존재한다. 그들이 혹여 내가 경험한 것과 다른 선택, 내가 세워놓은 기준을 벗어나면 내면에 있는 노파심을 작동시킨다. 한 번 두 번은 괜찮다. 그러나 반복되면서 나는 과거에 내가 경멸했던 꼰대가 되고 만다. 팀원들이 나에게 단체로 성토했다. 왜 팀장님은 팀장님만 맞다고 생각하냐고. 순간 정말 화들짝 놀랐다. 그들이 큰 소리로 대들어 놀랐고, 내 권위가 추락하는 것 같아 더 놀랐다. 반격을 할 수 없었다. 한때 청년정신으로 무장되어 있던 현재의 팀장은 이미 새로운 신식 무기로 무장한 청년들 앞에 무장해제 된 채 꼰대정신만 발휘하고 있었다.
아주 위선적으로 그들에게 말하는 나의 모습이 그림처럼 떠올랐다.
“그래 너네들 유연한 사고로 창의력 있는 아이디어를 내봐.”라고 하면서 속으로는 정과 망치를 들고 모나면 두드릴 준비를 하는 사진 같은 영상이 그려졌다. 웃기지 않는가? 그토록 저주하며 ‘나는 저렇게 되지 않을 거야.’ 하면서 하루하루 성과를 더해 지금의 자리에 왔는데 어느 순간 MZ세대의 저주를 받고 있다. 자연스럽지 않다. 아니 아니라고 부정하고 싶다. 딱딱하게 굳은 내가 말랑한 팀원들에게 창의를 이야기하는 모습을 거꾸로 치환하니 과거 25년 전에 뽀송했던 내 모습과 나에게 아이디어를 강요했던 상사의 모습이 그대로 데칼코마니로 겹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