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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돌 Oct 30. 2023

【새끼 꼰대 전성시대】

   

신입사원이 들어왔다. 신입사원은 부서의 활력이 되기도 하지만 애물단지가 되기도 한다. 다만 그 판단은 3개월에서 6개월 정도 두고 봐야 알 수 있다. 생각과 사고가 너무 다르다고 느껴지는 신입, 바짓단은 깡총하게 올라가 발목이 드러나 ‘찰리 채플린’ 같다. 그래도 자신의 패션에 꽤 부심이 있어 당당하다. 나름 부서장과 다름을 강조하며 신세대라 자부하던 주임 녀석도 MZ 날라리들 앞에서는 약간 조로해 보인다. 예전처럼 신입이 왔다고 왁자지껄하게 환영식을 해주는 문화도 없다. 그저 부서에서 소개하면 박수 한 번 쳐주고 “잘 해보자고~”하는 퉁명스런 말 한마디로 때운다.      


그렇게 며칠이 지나면서 아주 우습기도 하고 기가 차기도 한 일이 벌어진다. 갓 주임이 되어 직위가 바뀐 4년 차 직원이 신입사원을 훈계하는 것이다. 옆에서 관찰하면 선배의 갑질이지만, 본인은 신입사원 교육이라 생각한다. 그런데 그 모습이 그 윗 선배가 본인에게 훈계했던 방법과 말투, 그리고 사용했던 단어의 나열까지 빼다 박았다. 부서장을 꼰대라며, 부장님이 자꾸 그러니까 세대차이 느껴진다며 투덜대던 그가 교육이란 이름으로 꼰대 짓을 하니 낯설다. “나 땐 말야~”하며, 자기과시와 몇몇 성공을 내세우는 공치사는 사실 20년 정도 근무한 상사의 모습이라 생각했는데 말이다.      


꼰대는 언제부터 꼰대라고 해야 할까? 생각과 사고가 세대차이로 느껴지면 그때가 꼰대인가? 그렇다면 이 시대 젊은 꼰대의 등장은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 생각이 젊다는 것의 기준은 무엇일까? 자신은 아니라고 난 아직 늙지 않았다고 발버둥 쳐도 부서장인 꼰대는 이미 불혹을 넘어 지천명이니 사고와 운동신경이 예전 같지 않다. 그런데 가끔 조로하는 후배들을 보며 ‘너도 곧 될 거야. 꼰대!’하며 위안을 삼기에는 비겁하고, ‘내가 늙었으니 꼰대 맞다.’라고 인정하기에는 슬프다. 꼰대 없는 세상은 존재할까? 선행경험을 통한 통찰이 중요하다는 교훈과 과거의 성공경험에 매몰되지 말하는 휴브리스가 대립하며, 통섭이 중요하다고 한다. 정반합이 존재하는데, 꼰대와 신세대 사이의 합은 좀처럼 찾기 어렵다. 젊은 친구들의 비난에도 불구하고 가슴 쓸어내리며 밥도, 커피도, 술도 산다. 그들은 먹기만 한다. 그들도 곧 깨달을 것이다. 얼마 지나지 않아 돈도 써야하고 마음도 더 써야함을, 그리고 꼰대로 낙인 찍히는 시점은 점점 더 빨라질 것이다.     


조직 안에서 목격되는 새끼 꼰대의 모습이 그저 재롱처럼 보이다가도, 그들이 감내해야하는 조로에 마음이 쓰이는 것 또한 내 선행경험의 씁쓸함이 있기 때문이다. 늘 주어도 조금만 부족하면 비난의 대상이 되는 꼰대이기에 견뎌야 하는 무게감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당당한 꼰대가 있어서 이 시대가 돌아가고, 조직이 돌아가고, 사회가 안정된다는 점은 나보다 앞선 꼰대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오늘도 이 시대 당당한 꼰대들이 무럭무럭 자라는 새끼꼰대들을 걱정함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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