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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섬돌 Mar 04. 2024

【아빠 손이 도라에몽 손 같아】


  “아빠, 아빠 손이 도라에몽 손 같아!”     

  언젠가 운전을 하는 내 손을 보고 아들이 한 얘기다. 유난히 손이 오동통해서 막일은 못하고 살 팔자라고들 하는 고운 손이다. 한 번은 대학원 동문이 이사를 해서 집으로 초대했는데 나에게 고기를 구우라고 했다. 어른 네 명이 빨리 익기를 기다리며 조그만 고기 불판에 초점을 맞추고 기다리고 있는데, 여성 한 분이 갑자기 외쳤다.

     

  “아니 손이 왜 그래?”

  “왜요? 제 손이 어때서요?”

  “손이... 손이 어쩜 저리 통통해.”      


  그리고 네 명이 동시에 손을 내밀어 대보는데 내 손이 제일 통통했다. 난 내 손이 그렇게 통통한지 모르고 살았다.


  그렇게 손이 돼지임을 알게 된 내게 싱크대에 걸려있는 고무장갑은 거추장스런 장식물에 불과했다. 언제나 설거지를 할 때는 한쪽으로 장갑을 밀어버리고 맨손으로 하니 차라리 내 눈에 안 보이는 편이 낮다. 그러던 어느 날 한 번 껴볼까 해서 고무장갑을 껴봤다. 이런 장갑이 아니라 이건 스킨이다. 이건 아니다 싶어  뺐는데 장갑이 홀랑 뒤집어진다. 나는 그날 저녁 아내에게 나에게 맞는 고무장갑을 사 놓으라고 했는데 한 달이 지나도 아직 소식이 없다. 손이 통통하고 피부하나는 좋게 태어났으니 사실 고무장갑 없어도 그동안 한 번도 탈이 난 적은 없다.     


  손이 통통한 걸가? 살이 찐 걸까? 2017년 결혼 20주년을 맞아 결혼반지를 다시 셋팅했는데, 그 때 나는 반지 사이즈를 무려 네 단계나 올려서 크게 했다. 그런데 그것도 지금 너무 꽉 껴서 벗어 놓고 다닌다. 태생이 통통한 손은 아닌 듯하다. 분명 살이 찐 것이다. 음식을 만들어 먹는 것을 좋아하다보니 남는 음식이 아까워 남김없이 먹는다.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내 몸은 살이 오르고, 살이 오르니 손도 살찌고, 발도 살찌더라. 정장구두를 신고 상가에라도 다녀오면 내 발이 ‘터질 거예요.’하며 비명을 지른다. 발이 그런데, 손이라고 다를까?     


  나는 이제야 전업주부들이 특별히 신경 쓰지 않으면 왜 불혹을 넘기면서 펑퍼짐해지는지 이해가 된다. 내가 만든 음식이 남는 것을 눈뜨고 볼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좀 과감해질 필요가 있다. 이미 만들어져 접시나 그릇에 담긴 음식은 내 것이 아님을 늘 상기해야 한다. 그리고 남겨진 음식이 많다면 오늘 내가 컨디션이 나빠서 음식이 맛없게 되었구나 하고 자책 한 번 하면 그만이다.     


 

  나는 오늘 신중년 외식조리학과에 입학했다. 4개월 과정의 요리조리 배움을 시작한다. 아마도 음식 욕심을 더 내려놔야 할 듯하다. 지금 글을 쓰며 타이핑하는 내 손을 보니 더욱 그러하다. 가끔은 손도 다이어트를 해야 할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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