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대야의 산책>과 <매운 음식>
열대야가 시작됐다. 지난 주말, 큰 더위인 <대서>가 지난 후로 여름이 총공세를 하는 느낌이다. 종종 더위를 삭히러 나갔던 밤산책길은 한증막처럼 느껴졌다. 안 그래도 종종 모기 때문에 설치던 밤잠은 더 부족해졌고, 쌓인 피로로 일상은 맥아리 없이 돌아갔다. 이래서 휴가를 가는구나, 절로 떠오른 생각이다.
이번 주엔 괜히 마음이 잡히지 않고 짜증도 올라와서 이따금씩 밖에 나가 한참 걷다 들어왔다. 한 시간 정도 걸었으려나. 밖은 짜증 나게 후텁지근했다. 대체로 바람은 불지 않았는데, 가끔 불어도 더운 바람을 실어갈 뿐이었다. 당연히 온몸은 땀으로 범벅이 됐다. 그래도 이후에 별다른 일정이 없고, 땀 흘릴 걸 뻔히 알고 나가서 그런지 불편하거나 불쾌하진 않았다. 오히려 집에 돌아와 시원한 물을 끼얹으니 개운하기까지 했다. 마음도 산책을 나갈 때보다 차분해졌다.
스트레스를 많이 받을 때면 종종 매운 음식이 당기곤 하는데, 검색해 보니 <열대야의 산책>과 <매운 음식>은 비슷한 원리로 스트레스 지수를 낮춰준단다. 땀을 흘리면 엔도르핀이 배출되는데 이 엔도르핀이란 녀석이 통증을 줄이고 쾌감을 늘려준다나. 아차, 이열치열의 지혜가 멀리 있는 게 아니구나 싶었다.
주말에 너무 더울 때면 시원한 카페를 찾곤 한다. 에어컨 바람을 쐬며 책을 읽거나 영화를 보면 아 이게 피서구나, 싶은데 실은 에어컨에 더욱 길들여질 뿐이다. 이 고약하고 이상한 더위가 에어컨 같은 문명의 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치 않지만 도시라는 구조 속에 별다른 해결책이 없는 것도 딜레마다. 불편함은 갖되 너무 길들여지진 말아야겠다. 그 어떤 최신 에어컨이 개발된다 한들 <열대야의 산책> 후에 느낄 수 있는 개운함이나 상쾌함은 대체할 수 없을 테니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