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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계진 Sep 20. 2022

박완서 소설집  『엄마의 말뚝』 읽기

하나의 책 <박완서 읽기>  독서모임 후기

2022.8.18. 하나의책에서


지난 8월부터 <하나의책>에서 박완서 읽기를 진행하고 있습니다. (안내글)



이번 모임에서 읽을 박완서 작가의 책은 총 네 권입니다. 한 편의 중단편집과 두 편의 장편 소설, 한 편의 에세이인데요. 처음 읽은 책은 중단편소설집 『엄마의 말뚝』입니다.



실은 이것 말고도 후보작이었던 책이 있습니다. 바로 『대범한 밥상』(문학동네), 『복원되지 못한 것들을 위하여』(문학과지성사)인데요. 두 책 모두 1970년대부터 2000년대에 이르기까지 박완서 작가의 중단편소설을 엄선해 만든 책이에요. 재밌는 건 두 책에 같이 실려 있는 작품이 하나도 없다는 사실입니다. 그만큼 박완서 작가의 소설 세계가 넓기도 하지만 마치 출판사들끼리 자존심 경쟁을 하는 것 같기도 했어요.



두 책 말고 『엄마의 말뚝』을 고른 건, 일단 박완서 작가님의 책 중에서는 가장 많이 읽힌 소설집이라는 점, 작가의 주요 작품인 「엄마의 말뚝」 연작소설이 전부 다 들어가 있다는 점 때문이었어요.



『엄마의 말뚝』은 1980년대에 출간된 소설집으로 1970년대 후반부터 1990년대 초반에 이르기까지의 작품들이 담겨 있습니다.  가장 유명한 「엄마의 말뚝1·2·3」 연작소설뿐만 아니라 「유실」, 「꿈꾸는 인큐베이터」, 「그 가을의 사흘 동안」 등등  다양한 인물들의 시점으로 여러 사회 문제들을 다루는지라 읽는 재미가 쏠쏠합니다.



그런데 1980년대에 출간된 이후에 여러 출판사에서 다양한 편집본들이 나왔더라고요. 제가 생각했던 건 2012년에 세계사에서 출간된 600쪽짜리 책이었는데, 다른 판형의 책을 갖고 오신 분이 두 분 계셨습니다. 한 분은 「엄마의 말뚝1」만 수록된 책을 읽고 오셨고, 다른 한 분은 「엄마의 말뚝」 이외에는 다른 소설들이 실린 책을 갖고 오셨는데 그중에서 「엄마의 말뚝1·2·3」만 읽어오셨어요. 오랜 세월 글을 쓰고 사랑받아온 작가만의 묘미이겠거니 싶었습니다.



모두 같은 책을 읽어오지 않았구나 알게 되었을 땐 순간 아뜩했습니다. 발제문을 준비하긴 했는데, 다 같이 읽은 작품은 「엄마의 말뚝 1」뿐이니 모임이 잘 진행될까 하는 걱정이었지요. 그렇게 걱정하며 모임을 시작했습니다.



「엄마의 말뚝 」은 박완서 작가 본인의 체험을 토대로 쓰인 작품이에요. 어린 시절 개성 부근 시골에 살던 작가의 가족은 엄마의 주도로 서울로 상경해 살기 시작합니다. 엄마는 어린 작가에게 공부해서 신여성이 되어야 한다면서, (사대)문안에 들어가 살고 자식들 대학 보내는 목표를 갖고 살아갑니다. 작가는 그런 엄마가 잘 이해되지 않았는데, 훗날 깨닫게 되죠. 모질게 고생하며 어찌어찌 서울에 꽂았던 엄마의 말뚝이, 실은 지금 자신의 의식이 매여있구나, 란 사실을 말이죠.

 

짧은 이야기지만 다양한 대화를 나눴습니다. 그중에서도 기억에 남는 건, 문안과 문밖을 나누는 사고였어요. 사람살이에 위계를 설정하는 식의 사고는 오늘날도 여전하죠. 넓게 보면 선진국과 후진국, 수도권과 지방, 좀 가까이 오면 강남과 강북으로 나눌 수 있겠는데 강남 안을 들여다보면 또 구역별로 나뉩니다. 그렇게 사람살이에 층하를 두는 건 어디서 시작한 걸까요. 또 계속 유지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각자가 경험한 문밖 의식과 문안 의식에 대해 나눴는데요. 다양한 이야기가 쌓여갔습니다.



각자 현재 갖고 살아가는 의식의 뿌리는 무얼까 이야기도 나눠봤어요. 제가 인상 깊게 있었던 「유실」이란 소설에 대해서도 한 대목같이 읽고 각자의 '세대 의식'에 대해서도 이야기 나눴습니다. 이런저런 대거리를 주고받다 보니 2시간이 훌쩍 지나가더군요. 모임 시작할 때의 걱정은 괜한 기우였지요.



박완서 읽기는 다음 달에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로 이어집니다. 이 책과 『그 산이 정말 거기 있었을까』를 연달아 읽는데, 자전소설로도 알려진 이 책들이 과연 어떻게 읽힐지 궁금합니다.


#박완서 #엄마의말뚝 #독서모임 #하나의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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