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북 독서모임 <소설읽기 사람읽기 세상읽기> 모임 이야기
안녕하세요? 강북 독서모임 <소설 읽기, 사람 읽기, 세상 읽기> 새해 첫 모임 소식입니다.
이번 모임에서는 '성장'을 다룬 '유년기 소설' 3권을 읽기로 했어요. (모임소식 바깥고리)
순서대로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 박완서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인데요.
동서양을 아우르며 각기 십 대를 주인공으로 하는 소설들이죠. 함께 책 읽으며 성장의 의미에 대해 고민해 보면 좋겠다, 싶어서 정한 책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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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4일에는 마을찻집고운울림에서 만나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을 읽었습니다.
나쓰메 소세키는 일본의 셰익스피어라고도 하죠. 일본 근현대 최고의 소설가입니다. 1984년부터 20여 년간 1000엔 권 지폐 도안 인물이기도 했다고 해요. 아마 일본에서 모르는 사람은 거의 없겠죠? 나쓰메 소세키는 1905년부터 세상을 뜬 1916년까지 12년 동안 15편의 장편소설과 여러 단편소설과 글을 남겼어요. 가히 엄청난 활동력이죠.
『도련님』은 나쓰메 소세키의 두 번째 장편소설입니다(첫 번째 소설은 그 유명한 『나는 고양이로소이다』죠). 분량이 짧고, 예전에 드라마로 만들어져 전 국민적인 인기를 끌어선지 소설이 엄청 널리 읽혔다고 하네요. 역대 일본인들이 가장 많이 읽은 소설로 꼽히기도 하나 봐요.
1980년대에는 『<도련님>의 시대』라는 만화가 출간되기도 했습니다. 소설 '도련님'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요. 본래 1권으로 기획되던 것이 인기를 끌어 그 시절 다른 작가들의 이야기까지 총 5권까지 나왔어요. 메이지 유신 시대 일본 풍경이 잘 담겨 있어 읽어볼 만한 책입니다.
『<도련님>의 시대』에 따르면 '도련님'은 영국 유학에서 신경쇠약으로 돌아온 나쓰메 소세키가 작가와 교사 생활을 고민하던 시기에 만들어진 소설이에요. 주변 인물들에게서 영감을 받고, 자신의 교사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썼다고 하는데요. 몇 달 만에 구상을 마치고 집필에는 단 12일이 걸릴 정도로 일필휘지로 써나갔다고 합니다. 그래서일까요? 책이 무척 잘 읽혀요. 재밌거든요.
이제 『도련님』 이야기를 해보겠습니다.
'도련님'은 어린 시절부터 대단한 장난꾸러기이자 말썽쟁이로 자라난 주인공이 시골 마을 교사로 부임 받아 벌어진 일을 다루고 있어요. 주인공의 성격이 대단히 당당하고 거침없으면서, 또 대단히 솔직하고 꾸밈없고 정직합니다. 캐릭터의 통통 튀는 매력이 오롯이 살아있는 소설이라고 할 수 있어요. 모임에서는 거침없이 당당한 모습이 마치 MZ 세대를 보는 것 같다는 이야기도 나왔네요.
부모에게서 물려받은 앞뒤 가리지 않는 성격 때문에 어렸을 때부터 나는 손해만 봐왔다.
꽤나 유명한 '도련님'의 첫 번째 문장입니다. 소설가 백가흠은 이 문장을 가리켜 “주제의식을 품고 있을 뿐만 아니라 ‘나’에 대한 소개와 시점과 배경까지 포함된 완벽한 문장”이라고 평한 바 있는데요. 강렬한 힘을 담고 있는 문장임에 틀림없습니다. 회원분들과는 각자 어떤 기질을 물려받았는지, 각자 갖고 있는 천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어요. 곰곰이 생각하다 부모님을 떠올려보기도 하고, 자연스럽게 MBTI 이야기를 나누기도 했습니다.
올곧은 성격의 주인공은 시골 학교에 부임해서 동료 교사들의 세계에 발을 들여놓아요. 자기를 길들이려는 교감에게 뜻을 굽히지 않는 모습이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귀감이 되기도 합니다. 평소 나쓰메 소세키를 좋아하던 회원분은 소세키의 여러 소설에 '정직'이라든가 '순수'에 대한 관심이 많이 드러난다고 말해주기도 하셨어요. 메이지 유신 시대를 거치며 손쓸 틈 없이 밀어닥치던 서구와 자본의 영향 속에 소세키도 많은 고민을 하지 않았을까 싶었습니다. '도련님'에도 분명히 담겨 있는 문제의식이기도 해요. 지금 읽기에도 자연스러운 말들이 많아서 놀랍기도 했어요,
'도련님'이라는 소설의 제목은 사실 주인공에겐 어머니 같은 존재인 하녀 기요에게서 따온 거예요. 부모님이나 형제도 모두 주인공을 이해하지 못하고 멀리하는데, 하녀 기요만은 끝까지 주인공을 믿고 응원하고 지지하며 기다려줍니다. 어쩌면 도련님을 성장시킨 건 하녀 기요의 바다같이 넓은 마음이 아니었을까,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마치 고향 같은 존재였다는 이야기도 함께 나누었네요.
무엇보다 『도련님』은 재미가 있어서, 소설 읽는 묘미를 느끼게 해주는 작품인 것 같습니다. 분량도 짧고, 재밌고, 인물도 매력적이고.. 독서모임 하기엔 참 좋은 책이었네요. 시절이 하 수상하여 일본 소설을 나누기에 마음에 걸림이 좀 있기도 했는데요. 그래도 좋은 이야기는 좋은 이야기이겠죠. 다음 시간, 『데미안』 읽고 이야기 나눌 날을 고대하며 이만 글을 줄입니다.
<소설읽기, 사람읽기, 세상읽기>에서 읽은 책들
2021년 6~8월
-건지 감자껍질파이 북클럽(메리 앤 섀퍼 & 애니 배로스, 이덴 슬리벨)
-투명인간(성석제, 창비)
-경애의 마음(김금희, 창비)
2021년 10~12월 : '가즈오 이시구로' 읽기
-남아있는 나날(가즈오 이시구로, 민음사)
-나를 보내지 마(가즈오 이시구로, 민음사)
-클라라와 태양(가즈오 이시구로, 민음사)
2022년 6~8월 : '여름에 읽기 좋은 소설' 읽기
-세 살 버릇 여름까지 간다(이기호, 마음산책)
-여름은 오래 그곳에 남아(마쓰이에 마사시, 비채)
-28(정유정, 은행나무)
2022년 10~12월 : '인생, 일대기' 소설 읽기
-허삼관 매혈기(위화, 푸른숲)
-밝은 밤(최은영, 문학동네)
-스토너(존 윌리엄스, RHK)
2023년 2월~ : '성장, 유년기' 소설 읽기
-도련님(나쓰메 소세키, 현암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