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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다담 Sep 01. 2024

한여름밤의 꿈

-가을초입

 눈이 번쩍 뜨임과 함께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아직 남은 열기가 온 몸을 데워 후끈하다. 흘러내린 눈물이 결국 볼을 타고 내려오는 선연한 촉각이 꿈이었음을 각인시킨다. 


 창에 스미는 옅은 볕과 지속적으로 울어대는 풀벌레가 가을 여명을 알린다. 고막을 찢는 매미 울음과는 다른 창밖의 아스라한 가을 소리는 귀에 거슬리지 않는다.


 기어이 가을이 오는구나. 유난히 뜨거웠던 나의 여름도 이렇게 꿈에서만 나를 달뜨게 하고 서글프게 하고 사라졌구나. 끝을 알면서도 기어이 시작한 뜨거운 여름은 한바탕 꿈으로 가을에게 자리를 내어준다.


한여름밤의 꿈


 차 안에서 느끼는 여름은 그저 아름다웠다, 맑은 날씨와 드높은 하늘, 그 곳을 가득 채운 하이얀 구름, 아래 들판은 그저 원색의 초록 천지이고 나무마다 싱싱하게 달린 초록잎은 생명의 충만함 그 자체이다.


 그 속에서 그저 한 쌍의 생명이었던 우리도 푸르렀다. 천천히 부유하는 구름마냥 시간도 그렇게 더디게 가길 원했으나, 기다려주지 않았다.


한 계절을 겨우 견딘 뜨거운 마음은 쨍하게 타올라 터져버렸나보다. 사방으로 낱낱이 흩어진 불꽃은 바로 직전의 화려함을 간직하지 못한다. 그렇게 터져버린 사랑은 이제 홀로 제 색을 찾아 입을 가을로 간다. 보내야 하는 여름이다. 놓아야 하는 여름이다.


 오늘밤 또 그 여름밤의 꿈을 꿀 수 있을까.


#한여름밤의꿈 #여름보내기 #가을맞이 #사랑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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