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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그라미 May 20. 2024

누구를 위한 언론인가?

그림책 <감기 걸린 물고기>

정부의 언론 탄압이 도를 넘어선 지 한참이다. 최근 벌어지고 있는 Mbc 징계와 언론사 대표의 압수수색 사건들을 보면서 한숨을 거두어들일 수가 없다. 반면 거대 미디어 그룹의 정크 저널리즘(최진봉 교수 기고 참조)이라 불리는 소위 종편 방송사들과 보수 유튜버들의 거짓 선동과 가짜 뉴스 양산에는 별다른 처벌이 없어 보인다. 이유를 짐작 하 수 있지만 아버지를 아버지라 부르지 못하는 홀길동의 심정을 이해하기 바란다.


“얘들아 ~빨간 물고기가~ 감기에 걸렸대~”

그림책 ‘감기 걸린 물고기’는 거대한 심해 아귀가 작은 물고기들을 잡아먹기 위해 가짜 뉴스를 퍼뜨리고, 거짓은 꼬리에 꼬리를 물어 물고기들 사이에 일어나는 분열과 대립을 재치 있게 다룬 이야기다.


현대인들은 수 없이 많은 매체들을 통해 다양한 정보를 접하고 있다. 하지만 그것들의 진위를 가리기란 쉽지 않다. 정보통신 기술의 발달은 뉴스의 생산뿐 아니라 확산 속도가 빨라 그 파급력이 또한 막강하다. 지난 선거기간 동안에는 ai기술로 작성된 진짜 보다 더 진짜 같은 가짜 뉴스들로 인한 문제까지 대두되었다.


현실이 이렇다 보니 우리는 물고기 신세가 되고 말았다. 물고기는 물속에 살면서도 자신들이 물속에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지 못한다. 그들이 경험한 세계가 오직 물 속이기 때문이다.


그림책에서 빨간 물고기가 감기인 이유는 색깔이 빨갛기 때문이다. 열이 펄펄 올라온몸이 빨개진 빨간 물고기. 그렇게 다른 물고기들의 의심을 산 빨간 물고기는 아귀의 뱃속으로 빨려 들어간다.


우리의 인식도 마찬가지다. 거짓된 정보와 뉴스에 오염된 사람들은 더 이상 진실을 받아들이지 못한다. ‘바이든’인지 ‘날리면’인지 알아듣지 못하는 처지가 되고 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진지한 언론이 해야 하는 역할은 무엇일까? 더 이상 사람들을 선동의 대상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그들에게 주어진 사명감이란 무엇일까?


독일 언론인 르네 피스터는 그의 저서 <잘못된 단어>에서 이렇게 말한다.

“인터넷 시대에 진지한 언론이 해야 할 공헌은 사실과 음모론을 분리할 뿐 아니라 열린 논쟁을 조직하여 사회 분열을 막는 것이다,”


열린 논쟁의 조직이란 면에서 이번 총선 전 mbc 100분 토론의 역할을 떠올렸다. 필자가 생각할 때 대표적 정크 저널인 중앙일보의 논설위원을 지냈고, 현재 유튜버로 활동 중인 김진의 발언들을 공중파를 통해 여과 없이 송출한 점. 참 잘한 일이다. 다수의 시청자가 알지 못했던 보수 저널리스트의 저급한 발언과 민낯을 볼 수 있었다. 그에 대비해 볼 때 상대 토론자의 수준 높은 학식과 토론에 임하는 냉정한 자세. 극명한 대조였다.


그림책으로 돌아와 모든 물고기들이 아귀 뱃속으로 들어가기 직전 한 물고기가 말한다.

“감기 걸린 물고기 본 적 있어?”

하지만 때는 늦었고 모두 아귀 뱃속에서 아우성을 치며 자신들이 속았음에 억울함을 토로한다.


이성을 잃은 다수가 헤매고 있을 때 의심의 눈으로 바라보는 누군가가 필요하다. 거대 권력의 횡포에 무릎 꿇지 않고, 진실 앞에서 물러서지 않는 언론이 필요하다.

지금 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곳은 과연 어디일까?

우리는 어디에 힘을 실어주어야 하는지 알고 있다. 이 거대한 아귀 뱃속에서 살아서 나갈 방법을 외면하지 않는 시민이 되기를 바란다.


“저널리스트의 가장 정확한 클리세는 중도좌파 성향인 것 같다.”

격하게 공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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