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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그라미 Jun 04. 2024

곡소리

요가 그 신비로움 속으로



야심 차게 도전했던 크로스핏은 2회 만에 포기했다.  평소 관절이 좋지 않고 골다공증까지 있었던 50대 아줌마에게 무리인 운동이었다. 하는 동안은 미친 듯이 신나서 몸을 움직였건만 결국엔 병원행. 한의 원에서 침치료를 받고 사혈까지 했다. 정형외과에 골다공증 주사를 맞으러 갔다가, 원장님께 자랑을 늘어놓았다.

최근에 어른에게 그렇게 야단을 맞아보긴 처음이다. 것도 어린 어른에게.

”아니. 이거하시다 조금이라도 삐끗하면 뼈가 부러지는 게 아니라 가루가 날 수도 있어요. 오 이렇게 겁이 없으세요? “

나는 내 뼈에 송송 뚫린 구멍들을 원망하며 선생님께 찍 소리도 못했다.


필라테스를 작년까지 꾸준히 했다. 그런데 나에게는 점 더 숨이 헐떡거릴 만한 무언가가 필요했다. 땀방울이 목을 타고 내릴 때의 쾌감이 얼마나 짜릿한지 모른다.

나의 이런 사연을 듣던 친구가 요가를 추천했다.

요가는 겉으로 보기에는 정적인 운동이지만 굉장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무턱대고 시작했다가 며칠 만에 포기한 기억이 떠 올랐다. 고민이 한창이던 때 그 친구가 사진 한 장 을 보내왔다. 순전히 요가 1년으로 만들어진 쩍쩍 갈라진 근육들. 내가 pt를 열심히 할 때도 그 정도는 볼 수 없었던.


고민하지도 않고 소개해 준 요가원으로 달려가 7개월치를 현금결제했다.

오늘 첫 수업을 하고 왔다. 어지간한 운동에 단련된 나지만 ‘헉헉’ 소리가 절로 나왔다. 바닥에 냅다 눕고 싶었다. 요가 용어를 모르니 대충 눈치로 앞사람들을 따라 하니라 더 바빴다. 시범을 보이시는 원장님은 천상계의 인물이 분명할 것이다. 가끔 교실을 다니며 자세를 잡아 주셨는데 내 몸을 잡아주실 때 그 단단함이 느껴졌다.


뭘 해도 최고로 잘할 마음은 없다. 하지만 꾸준히 하는 사람이고 싶다.

요가를 마치고 집으로  걸어오는 길이 뜨거웠다. 한여름 날씨 같은 햇살이 뜨거웠고 신세계에 빠진 내 의지가 불타올라 더 뜨거웠다.


참 요가인이 되어 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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