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마주혜 Jun 16. 2023

우리가 같이 살 수 있는 방법

지켜주지 못해 미안하다 꾸미야

감기인줄 알았다. 콧물과 재채기는 멈추지 않고 눈은 간질간질하여 자면서도 내내 눈을 비비고 있었나보다. 자고 일어나면 야밤에 소금 한숟가락 추가한 라면먹고 잔 사람의 모양이 되어 있었다. 요즘 감기는 눈병을 동반하고 오래간다던데, 내게 있는 것이 바로 그런 감기로구나 생각하며 한달을 넘게 지냈었다.


그런데 신기하게도 집밖에 나오면 감기가 나았다. 그리고 집에 가면 재채기, 콧물이 시작되었다. 어쩌면 감기가 아닐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자 주의깊게 감기의 패턴을 관찰하기 시작했다. 나는 집에만 가면 감기증상이 나타났고, 이것은 감기가 아닌 다른것이로구나... 하는 느낌적인 느낌이 들었다.


아마도, 알레르기라고 말하는 그것 내게 있었나보다. 집에만 가면 증상이 나타났기에 집안에 무엇이 원인일까 생각하다가... 집에만 있는 존재.


바로 꾸미씨.


어렸을때 아토피와 천식이 있었고, 원인모를 두드러기도 자주 겪었기 때문에 꾸미를 키우기전 알레르기에 대해서도 고려를 했었다. 혈액검사로 알 수 있는 알레르기는 108가지였지만, 난 그무엇에도 알레르기가 있다는 검사소견은 받지 못했었다. 그래서 나에게는 고양이 알레르기가 없다고 생각했으나, 아무래도 검사를 통한 알레르기 확인 방법은 장시간 천천히 노출되는 알레르기 유발 인자까지 잡아내지 못하는게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었고, 만약 정말 고양이 알레르기가 맞다면 이것은 참으로 심각하고도 심각한 일이 되어버리기에 가슴에 납덩어리가 얹어진듯 답답함이 밀려들었다.


꾸미로 인한 알레르기가 맞는지 긴가민가 하던 생각은 시간이 지날 수록 확신이 들었다. 집에 들어서면 눈이 간질거리며 따끔거리는 느낌이 들기 시작하고, 쓰리콤보는 기본인 재채기가 연발한다. 코는 막히고 콧물도 줄줄 흐르고, 얼굴과 몸이 가렵기 시작하면 정신줄이 놓아지고 내가 뭘하고 있는건지 분간할 수가 없어진다. 코가 하도 시큰거려서 두손으로 코를 붙잡고 다니고, 휴지를 어여쁘게 접어 콧구멍에 쑤셔놓고 지내다보니 집에 들어가기가 겁이났다.


방법을 찾아야 했다.


아무래도 꾸미랑 침대에서 같이 자면서 증상이 나타나기 시작한것 같았다. 하긴... 이불 속에서 꼼지락 거리는 내 발가락을 사냥감으로 착각하여 용맹하게 침대를 점프하고, 자다가 머리가 뜨끈하여 눈을 떠보면 꾸미가 내 머리맡에서 똬리를 틀듯 잠들어 있고, 수시로 나의 얼굴과 머리카락을 츄룹츄룹 핥아대는지라 소위 알러지 유발인자가 가득한 밀폐된 방에서 지냈으니... 이것이 원인인것 같았다.


개선해보자!! 하여 방문을 닫고 꾸미와 잠자리를 분리했으나... 여름을 향해가는 계절은 때아닌 열대야를 경험하게 하였다. 결코 방묘문은 달지 않겠다던 나의 굳은 다짐이 무너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우리집엔 방묘문이라고 하는 쇠창살이 설치되었다. 그 쇠창살 안에 들어가는 것은 꾸미가 아닌 나라는게 느낌이 좀 이상했지만 이것이 꾸미와 나의 평화로운 잠자리 분리방법이 되어줄것이라 기대하며 스스로 방안에 갇히기를 감수했다.

따듯하고 폭신했던 잠자리를 잃은것도 서러운데 집사라는 인간은 쇠창살 안으로 쏙 들어가서 쿨쿨 자고 있으니 꾸미는 꽤나 아쉬운 모양이었나보다.

귀여움을 무기삼아 간절한 눈빛을 발사해보지만, 함께 살기위해 잠자리를 분리하는 것이니 흔들리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한다.


쇠창살을 설치한 덕분에 꾸미와 할 수 있는 놀이가 하나 늘었다. 그것은 바로 면회놀이.

면회놀이중

창살 앞에서 꾸미는 꽤나 애교를 부리며 발라당 누워서 손을 열심히 뻗으며 나를 유혹한다. 제법 강렬한 유혹이다^^



두번째, 대책! 베란다 오픈


공기중의 털을 제거하기 위해 환기가 중요하다고 했다. 그동안에는 베란다 방충망이 철망이 아니라 꾸미가 뜯고 놀다가 추락하는 사고가 날까 두려워 베란다를 열어두지 못했었다. 고양이를 키우시는 분들은 아마도 비슷한 고민을 많이 하시나보다. 고민스러운 부분을 해결해주는 아이템은 반드시 있었다.


이것은 바로 ‘방묘망’

무엇보다도 이 아이템으로 가장 행복해하는건 꾸미다. 높은 곳에서 놀이터도 내려다보고 풍경도 보고~ 날아다니는 새도 보면서 무척이나 만족스러운지 거의 베란다에만 나가있는다.


환기도 너무나 잘되어 내 마음도 뚫리는 듯 하였다. 그러나 무엇이든 일장일단이 있는법. 말로만 들었던 ‘스파이더냥’님께서 우리집에 살고 계셨다는것을 알게 되었다.

난 스파이더냥이다옹!!

떨어지지만 말아라... 그럼 됐지뭐...


그래서 나의 알레르기는 잠잠해졌을까?? 방묘문과 방묘창을 달고 집안에 털이 붙을만한 천으로 된 것들을 모조리 치우고, 하루에 세번이상 청소기를 돌리고 돌돌이를 밀고밀어도 소용이 없었다.


꾸미에게 미안하지만... 세번째 방법까지 동원해야했다. 털. 밀. 기.

꾸미처럼 귀엽고 잘생긴 고양이에게 너무나 미안했다. 뛰어난 미모를 지켜줄 수 없어서 미안했고, 소위 ‘털빨’이라는 것이 들통나는 것은 아닌지...  마치 현역 아이돌 스타를 까까머리로 활동하게 만드는 못난 주인이 된것 같아 꾸미에게 사죄의 마음을 담아 곱게 밀어드렸다.


꾸미를 사랑하는 대모께서 정성스럽게 밀어주어서 그런지 꾸미는 털을 밀어도 순하게 가만히 있는 얌전한 고양이였다. 내가 실수로 꾸미 얼굴에 샤워기로 물을 뿌리기 전 까지는... 그 이후는 말로 다할 수 없는 대혼돈과 털뭉치가 흩날리고, 꾸미의 발톱이 그려낸 흡사 난을 닮은 동양화가 몸에 새겨졌다. 꾸미는 집사들 몸에 발톱으로 난을 치고, 집사들은 난리가 나고. 한마디로 대환장 털파티.


그래도 제일 힘들었을 꾸미는 츄르 두개를 먹으며 기분을 풀어주었다. 그루밍할 털이 없는데도 열심히 제 몸을 핥으며 꾸미는 무슨 생각을 했을까??


고양이 말을 못알아 들어서 정말 다행이다^^

정말 지. 못. 미

그렇게 꾸미는 털이 밀렸지만 그래도 귀여움은 여전했다. 일단 뒷태가 상당히 매력적이었다. 생닭 12호? 15호?사이즈 정도 될라나?? 정말 영락없는 생닭모습의 꾸미때문에 눈물나게 웃어도 보고, 이녀석은 정말 효자다^^

생닭이라니! 기분나쁘다옹!!




꾸미는 털도 밀리고, 포근한 잠자리도 잃고, 집에만 오면 청소기를 내내 밀어대고 코만 풀어대는 집사땜에 불만이 상당할것만 같다. 같이 지내보기위한 집사의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하고 바랄뿐이다.


다만, 사람을 너무 좋아하고 살을 맞대고 있는것에 행복함을 느끼는 꾸미를 맘편히 받아줄 수 없어서 너무나 미안했다. 알레르기가 없는 집사를 만났더라면 얼마나 마음껏 안기고 살을 맞대는 사랑을 받았을까 싶어 미안함이 더해갔다.

고양이가 원래 이렇게 자는건지 의아함


안타깝게도 세가지 방법을 동원해도 나아지지 않아서 병원에 방문하여 한보따리 약을 받아와서 먹고 있는 중인데, 이마저도 안통한다면 어찌해야할지 막막할 따름이다.


같이 살 수 있겠지? 마이꾸미 :)

매거진의 이전글 불편한 동거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