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을 산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할까요? 그러고 보면 우리는 언제나 '지금'의 순간에 있습니다. 우리가 살아갈 수 있는 순간은 '지금'뿐 이기에, '지금'을 사는 방법을 모른다면 우리의 삶을 어찌 살아야는 걸까요. 과거의 나와 미래의 내가 이끄는 삶에서 '지금'이 있을 만한 자리는 없어 보였습니다.
그리하여 '지금'이라는 순간을 살지 못하고 미래의 그 무언가를 위한 도구로서 '지금'을 쓰게 된다면 이러한 삶의 방식은 나를 언제나 힘겨운 '지금'에 데려다 놓게 되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로 한 권의 책을 집어 들었습니다.
에크하르트 톨레의 '지금 이 순간을 살아라'라는 책을 10주에 걸쳐 찬찬히 읽어보고 그에 대한 것을 소소하게 남겨보고자 합니다. 책위를 천천히 산책하듯 그렇게 읽어나가고 적어가려 해요 :)
첫 번째. 마음은 내가 아니다
에크하르트 톨레는 첫 장에서 '마음은 내가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글을 시작합니다. 마음이 무엇인가에 대한 설명에 앞서 소위 '깨달음'이란 무엇인가에 대해서 설명합니다.
"깨달음이란 먼 데 있는 것이 아닙니다. 깨달음은 아무리 다가가도 붙잡을 수 없는 초월의 세계가 아닙니다. 깨달음이란 자신의 존재와 하나 됨으로써 느끼는 자연스러운 상태일 뿐입니다."
그는 깨달음을 자연스러운 상태라고 설명합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사람들은 자연스러운 상태에 있는 것 같지 않습니다. 저 또한 깨달음의 상태에 이르러 자연스러운 상태로 삶을 살아가고 있지 않기에 이 책을 읽었을 테지요. 깨달음의 상태가 자연스럽다면 우리는 그 상태에 이르기에 어려움이 없어야 할 텐데, 그 '깨달음'의 상태는 마치 이 세상을 초월한 존재나 도달할 법한 저 먼 그 무엇으로 다가옵니다.
- 무엇이 우리의 자연스러운 상태의 도달을 막는가
그는 그 자연스러움을 방해하는 가장 주요한 원인을 '마음과 자신을 동일시'하는 데에 있다고 합니다. 마음은 생각과 감정을 수반하고 우리는 생각과 감정이 주거니 받거니 하는 순환의 굴레 속을 돌며 살아갑니다. 잠시도 멈추지 않고 머릿속에서 떠들어대는 내 안의 소리들은 쉴틈이 없습니다. 과거의 경험이 남긴 잔상은 현재를 왜곡하게 하고 나아가서 그 왜곡을 교정하고자 하는 욕구는 미래를 움켜쥐고 놓아주려 하지 않습니다.
마음이 나를 괴롭게 만든다면 구태여 왜 마음과 나를 동일시하게 되는 것일까요
마음은 과거가 없으면 자기 자신이 없다고 느껴지고, 미래에 자신을 투사하지 않으면 이내 불안해집니다. 과거와 미래에 대한 생각과 감정은 우리들을 지탱해주는 두 개의 불안한 기둥과도 같습니다. 마음에게 현재인 '지금'은 불필요한 그 무엇이 되어버립니다. 마음은 지금의 나에 대한 근거를 만들어야 힘겨운 현재를 버텨낼 당위성이라도 얻게 되는 걸까요?
"마음이 수행하는 주요한 과업 중 하나는 감정적인 고통에 대항하여 싸우거나 그것을 제거하는 것입니다. 마음이 그토록 분주한 것은 바로 이를 위해서입니다. 하지만 마음은 기껏해야 일시적으로 고통을 덮어두는 정도의 성과밖에 거두지 못합니다."
결국 마음은 현재의 고통을 지워내고자 부단히 노력하며 끝없는 생각과 감정으로 본래의 '나'가 아닌 무의식적으로 자기 자신을 마음과 동일시 한 거짓된 '나'를 창조하기에 이릅니다. 내가 동일시하고 있는 그 '마음'은 본연의 내가 아니기에, 거짓된 '나'로 살아가는 삶이 버거운 것이 당연하구나 싶습니다.
'현재'라는 지금의 삶은 어디에 있는 걸까요. 과거와 미래에 얽매여 있는 에고가 버티고 있는 한 '지금'이 자리 잡을 곳은 없어 보입니다. 항상 느껴지는 듯한 불안과 초조함이 여기에서 기인한 게 아닐까 싶어집니다. 지금의 내가 있어야 할 곳을 찾지 못하기에, 항상 떠돌고 어디에도 정착할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을 짊어지고 사는 것 같았는데... 이게 그저 느낌만이 아니었구나 생각하게 됩니다.
이에 에크하르트 톨레는 나의 생각과 감정을 그저 판단 없이 관찰하라고 합니다. 다음의 질문을 늘 떠올리려 노력한다면 내면의 고요와 평화를 느끼게 되는 '무심(無心)의 틈새'를 경험하게 될 것이라 합니다.
"'지금 내 안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가' 이 질문이 올바른 방향을 가리켜줄 것입니다. 하지만 분석하지 말고 그저 지켜보기만 하십시오."
주체가 자기 자신을 따로 떨어져 바라볼 수 없기에, 우리가 내 안에서 일어나는 생각과 감정을 제3자처럼 바라볼 수 있다면 곧 그것들이 내가 아님을 알아차릴 수 있게 됩니다. 그 무엇에 대한 판단 없이 자신의 생각과 감정을 바라보는 것을 그는 '현존의 상태'라고 말합니다. 현재에 존재한다는 말 그대로 '현존'의 상태는 현재에 머무르는 것 자체라고 느껴졌습니다.
현존이 도대체 왜 어찌하여 생생히 자기 자신으로 살아있는 감각일까 궁금했습니다. 마음으로부터 나를 분리하여 그저 지금 내가 있다는 것을 자각하는 것이 왜 고통으로 벗어나서 자기 자신의 본연의 모습으로 살아가는 방법이 되는 것인지 참 궁금해졌습니다.
지금 이 순간에 현존하는 느낌이란, 그저 내가 살아있으면서 이런저런 생각과 감정을 느끼는 것을 관찰하는 나를 만나는 하나의 경험 정도로 다가옵니다. 현존하는 실체로서 삶을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느낌일까요? 현존하는 의식으로 살아가는 매일은 어떤 모습일지 참 궁금해지면서 이 책의 마지막 페이지를 덮을 때 그 이유를 과연 알 수 있을 것인지 기대를 걸어보게 됩니다.
"쾌락은 항상 외부에서 오지만 기쁨은 내면에서 일어납니다."
인간의 자연스러운 본래의 상태를 가리고 있는 것이 마음이라고 에크하르트 톨레는 이 책에서 반복하여 말합니다. 구름이 가리고 있다고 하여 해가 없는 것이 아니듯, 우리의 마음이 우리의 본래의 상태를 가리고 있을지라도 우리에게는 기쁨과 평화가 가득한 본래의 '나'가 언제나 그 자리에 있다고 합니다.
그 본래의 나를 만나는 첫걸음이 '마음'과 '나'를 분리하여 바라보는 것이기에, 그는 '마음은 내가 아니다'라는 소제목으로 이 책을 시작했나봅니다.
마음이 가리고 있는 '나'는 어떤 모습일지, 나의 마음을 관찰하는 시선을 열어두고 그렇게 '지금'을 살아보는 연습을 하려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