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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이에이치 Jul 17. 2021

야채 부침개

뭉뚝 뭉뚝 썰리는 감자

사각사각 썰리는 청량한 양파

총총총 가볍게 썰리는 둥근 애호박


우유와 부침가루를 휘이 휘이 저어

잘게 다진 야채들을 반죽에 섞는다




한겨울 꽁꽁 얼어붙어있던 대지가 막 녹아내리고

스쳐가는 길가의 마른나무 잔가지에서는 설렘 가득한 겨울눈이 봄을 기다리던 삼월,

흙내가 진동하기 시작하던 그때, 열심히 심어 수확한 어머니네 감자는 정말이지 포슬포슬하고 담백한 맛이다.


또한 지난해 입동 즈음에 아버지가 심어놓은 양파는 긴긴 겨울을 나고 봄을 지나 얼마 전에서야 대지위로 모습을 드러내었다.

땅속에서 몇 계절이 바뀌는 동안 단단하게 몸을 불린 양파는 세상엔 없는 아삭아삭 청량한 단맛이다.



비가 내리는 점심,

달궈진 팬에 반죽을 올리니 지글지글 맛있는 소리를 내는 노릇한 야채 부침개는 지붕 위에서 후두득 세차게 내리치는 빗소리와도 닮은듯하다.

 

네 식구가 옹기종기 둘러앉아

뜨끈뜨끈한 야채 부침개를 한입 베어 문다


부모님들의 땀으로 얻어진 귀한 재료들로 만든 야채 부침개.. 당신들이 흘린 땀의 결실이 식탁을 가득 채워주니 나도 모르게 마음이 몽글몽글 뜨겁게 덥혀진다.


나도 한입 베어 물자 서로 다른 재료들이 고소함으로 똘똘 뭉쳐 입안에 한가득 퍼진다.

그리곤 코로나로 이 년째 만나지 못한 부모님에 대한 그리움을 조용히 씹어 삼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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