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이에이치 Apr 20. 2021

집으로 가는 길

익숙지 않은 페달을 밟으며 울퉁불퉁한 길 위를 달린다.


속도가 조금씩 익숙해 지자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에

굳어있던 고개를 돌린다.


에메랄드와 코발트블루가 한데 섞인 바다는 뜨거운 태양 아래 하얀 모래 위에서 푸르게 빛나고 있다.


쥐고 있던 브레이크를 꽉 잡고, 밟고 있던 페달 위의 두 발을 땅 위에 내려놓았다.


늘 스치는 일상의 한 부분인 저 바다는 참으로 오랜만에 아름다운 색을 뗘 놓았다.

그 아름다움이 카메라 렌즈에 고스란히 담아지지 않는다.

눈으로 보는 아름다움이야 말로 진짜인 것이다.


다시 힘차게 페달을 밟아 돌린다.


설문대 할망이 누워있는 한라산을 보며 달리고 또 달린다. 나를 품어주고 우리를 품어주는 할망의 품이 포근하다.


사방이 온통 반짝반짝 빛나는 물결의 푸르름으로 가득 찬 바다는 하얀 포말을 거칠게 내몰고 일으켜 세운다. 바다의 신 포세이돈도 저 바다에 매료됐을 것이 분명하다.


자전거 타고 집으로 가는 길이 오늘따라 유난히 새삼스럽다.


그냥 일상의 모든 것에 감사하다.



작가의 이전글 육아 퇴근 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