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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 잡기

by 와이에이치



온종일 생각이 흘러간다.


마치 산골짜기에서 흐르는 물처럼 낮은 물줄기를 따라 나의 생각들도 또르르 또르르 유유히 떠내려 간다. 잠시 머물렀던 생각들은 금방 기억해 낼 것처럼 자신 만만했지만 결국은 사라져 버린다. 그것은 순식간에 흩어지고야 마는 뭉게구름 같다.


기록이 습관처럼 몸에 배어있던 적도 있었다. 하지만 어느 한 날, 모든 것이 무의미해지고부터는 마치 이 세상에 원래 없던 존재처럼 아무것도 기록하지 않았다. 아주 고집스러울 정도로 말이다.

나의 그런 행동은 꽤 오랫동안 지속되었다. 그리고 습관처럼 굳어져 기록하는 것이 이제는 어색한 일이 되었다. 여기서 내가 말하는 기록은 글이다. 매 순간 무언가 떠오르면 하던 메모, 그날그날의 일기 그리고 의미 없이 생각 없이 손이 가는 대로 꺼내 든 종이에 끄적이기이다.


기록하지 않는 순간부터 카메라의 피사체도 시나브로 바뀌었다. 파인더로 바라보던 일상의 소소했던 기록들도 나의 시선이 담긴 무언가에서 오로지 사랑스러운 나의 아이들로 바뀌었다. 물론 아이들이 커가는 과정을 기록하는 건 너무나도 즐겁고 행복한 일이고 가슴이 벅찰 정도로 보람이 있다. 사진첩에는 온통 햇빛처럼 환하고 사랑스러운 나의 아이들뿐이다. 사실 그것도 꽤나 좋긴 하지만 왠지 조금은 아쉬운 마음이 든다. 이제는 나의 시선이 닿는 소소한 오브제나 풍경들이 사진 속에 더 많아지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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