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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땡그리 Oct 11. 2020

오감으로 새기는 기억

나에게로 떠나는 여행 - 산티아고 순례길

스물다섯 살의 배낭여행, 2019년도 산티아고 순례길 여정을 정리한 글입니다.

저만의 여행기가 차곡차곡 쌓여 한 권의 책이 되는 그 날을 꿈꾸며, 오늘도 씁니다.


산티아고 16일 차 : Boadilla del Camino - Carrion de los Condes (24.6km)


 와, 하늘빛 대박이다. 분홍과 붉은빛 사이의 신비로운 색에 잔잔한 강물까지, 마치 다른 세계의 풍경이 아닐까 하는 착각이 들 정도다. 게다가 자욱하게 깔린 안개와 착 가라앉은 분위기가 몽환적인 느낌마저 더해준다. 이건 남겨야지, 홀린 듯이 카메라를 꺼내 들었다.


 순간의 냄새, 분위기, 감정 모두 카메라에 쏘옥 담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조금 더 생생히 오래도록 기억하고 싶은 마음에 온 감각을 총동원하기 시작했다. 눈을 한껏 부릅뜨고 강, 색색깔의 나뭇잎들, 한껏 센티함을 일으키는 옅은 안개, 왁자지껄한 웃음소리, 그리고 살포시 맺혀있는 이슬까지. 괜스레 냄새도 한 번 맡아보고. 어제 프로미스타까지 갔다면 보지 못했을 풍경이었을 텐데 참 다행이다.

아름다운 순례길의 아침 풍경

 노래가 빠지면 섭섭하지. 좋아하는 노래를 들으며 가니까 일단 신이 난다. 나름의 춤도 추며 신나게 걷다 보니 웃음이 계속 났다. 긍정 에너지가 온몸으로 퍼져 발걸음이 한껏 가볍다.


 음악은 묘하다. 순간에 좀 더 빠져들게 하고, 그 시간을 더 특별하게, 빛나게 하는 힘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감정들을 극대화시켜 한없이 신이 나기도 하고, 때로는 노래 한 소절에 눈물샘을 쏟기도 하기 때문이다. 감정의 버튼을 이토록 한순간에 컨트롤할 수 있는 건 음악이 가진 가장 큰 힘이 아닐까.

순례길의 아침, 오늘의 목적지

 오늘 썬 오빠와 쑥 언니의 치킨마요는 정말 맛있었다. 정말 맛있게 먹고 1인당 2.5유로라니. 이런 때에 보면 슬프지만 순례자 메뉴가 그리 싸지만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된다. 매 끼니마다 생각하는 거지만 너무 잘 먹어서 걱정이다. 걸어서 그런 거라고 오늘도 합리화를 해본다. 그래, 가장 큰 삶의 낙을 어찌 모른척하겠나.

아침 한 끼, 정성 만땅 저녁 한 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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