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자째로 도쿄로 날아가는 방법, 원격 인터뷰 경험담을 공유합니다
제가 PO로 함께 하고 있는 '강남언니'는 한국인 고객에게 한국 미용의료 정보를 제공하는 것 외에도 일본/태국을 포함한 외국인 고객에게 한국 미용의료 정보를 제공하는 크로스보더 서비스, 일본 현지 서비스도 활발히 운영 중입니다. (더 궁금하신 분들은 아래 기사를 참고해보셔도 좋을 것 같아요)
그래서 제품팀도 고객을 만나기 위해 비행기를 타고 출장을 가곤 합니다. 저도 지난 3월에 도쿄로 출장을 가서 일본인 고객들을 만나고 돌아왔습니다. 일본인 고객의 얼굴과 질문을 직접 마주하며, 제품 개선을 위해 수립했던 가설 간 우선순위를 좀 더 확실히 세울 수 있었습니다. 대시보드 속 숫자만으로는 실감하기 어려운 고객의 제품 사용 경험을 낱낱이 들으면서, 이 제품을 더 잘 만들고 싶다는 욕심도 생겼습니다.
그래서 "병원 고객도 직접 만나봐야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플랫폼은 여러 주체를 연결하는 제품입니다. 배달의민족이 배달 주문을 하는 손님 외에도 음식을 제공하는 가게 사장님, 배달 서비스를 제공하는 라이더님을 고객으로 위하는 제품이듯, 강남언니 역시 미용의료 서비스를 찾는 사용자 외에도 미용의료 서비스를 제공하는 병원을 고객으로 위하는 제품입니다. 그래서 저 역시 병원 고객이 겪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병행 중이었는데요. 그간 B2C 제품만을 다뤘던 탓인지 B2B 고객인 병원 고객에 어떻게 접근하면 좋을지에 대한 고민이 대단히 부족한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B2C 사용자를 만나기 위해 도쿄 출장을 가서 느꼈던 것이지요, 잘 모르겠으면 일단 만나보자! 로 접근하는 게 쉽고 확실하다는 것을요.
그런데 문제는 이 생각을 출장 마지막 날 했다는 것입니다. ("어머니 전 좀 혼나야 해요 에잇떽...") 시부야 시내 아무 병원이나 들어갈 수도 없는 노릇이고 그렇다고 근시일 내에 다시 출장을 잡기에는 통역이나 프로젝트 일정을 고려했을 때 무리였습니다. 그래서 한국에 돌아와서 원격 인터뷰를 준비했습니다.
(1) 모객 과정은 대면 인터뷰와 크게 다르지 않았습니다.
인터뷰 방식보다는 대상이 다르기 때문에 발생한 차이는 있었습니다. 앱 사용자가 아니라 병원 고객을 대상으로 하는 인터뷰이기 때문에, 각 병원 고객을 담당하는 AM 동료들을 통해 더 빠르게 사전질문을 전달하고 일정을 조율할 수 있는 편리함이 있었거든요. 인터뷰 전후로 AM 동료들께 정말 감사하다는 말씀을 자주 드렸던 이유도 이 때문입니다.
대표 질문과 함께 인터뷰 목적을 대략 작성하고 > 모객 조건을 필수와 선택으로 나누어 기재하고 > 통역사 동료들과 사전 조율한 시간을 인터뷰 일정 선택지로 설정해 AM 동료들에 전달드렸습니다. 그리고 일사천리로 인터뷰 대상 병원이 모객되었습니다.
(2) 인터뷰는 ZOOM으로 진행했습니다.
인터뷰이가 체감할 사용성 및 마이크 음질과 통역 기능을 고려한 선택이었습니다. 참석자는 모더레이터(저), 인터뷰이(병원 관계자 1~2명), 해당 병원 담당 AM, 통역사, 서기 로 총 6명 정도가 참석했습니다. 원격 인터뷰이기 때문에 발생할 수 있는 상황 (예. 통역 기능 설정, 인터넷 연결 끊김)을 고려해 1시간 중 20여분은 버퍼로 두고 40분을 목표로 인터뷰를 진행했습니다.
(3) 인터뷰 결과는 레포트로 제작했습니다.
서기가 메모한 내용을 바탕으로 AI로 요약해 목차화한 다음, 다시 raw text를 보면서 주요 VoC를 발췌하는 방식으로 정리했습니다. 이는 한국어, 일본어로 정리해 한국의 제품팀 외에도 이번 인터뷰를 도와주신 일본 AM 동료들에게도 공유했습니다. 인터뷰 결과가 팀 곳곳에서 유용한 디스커버리 소스로 활용될 수 있게 앞으로도 적극적으로 전파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1) 공간의 제약이 해소되어, 모객 난이도가 예상보다 낮았다.
- 이틀이 채 되지 않는 시간에 4개 병원 관계자와 사전 질문 안내 및 일정 조율까지 모두 마칠 수 있었습니다. 제가 일본으로 가거나 병원 관계자가 오피스로 찾아올 필요 없이 각자가 편한 장소에서 참여가 가능했기 때문입니다. 이 사례를 PO 워크샵에서 공유하면서- 일전에 병원 관계자와 대면 인터뷰를 하셨던 PO 분의 경험담도 들을 수 있었는데요. 인터뷰를 위해 병원에 가면, 일반적인 오피스와 달리 인터뷰를 할 만한 공간이 마땅치 않아 대기실 소파에 엉거주춤 모여 앉아 인터뷰를 하는 등 곤란한 경우가 있었다고 합니다. 그렇다고 저희 일본 오피스로 초대하기에는 근무시간 조율이나 이동을 요청해야 해서 그 또한 곤란하지요. 병원 관계자와의 인터뷰에서는 원격 인터뷰가 특히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겠다고 공감해주셨습니다.
(2) 공간의 제약이 해소되어, AM 동료도 참관할 수 있었다.
- 전국 각지에서 활동 중인 AM 동료도 원래의 근무 장소에서 인터뷰에 참관할 수 있었습니다. 함께 해주시는 게 참 든든했는데요. 제가 일본 시장의 배경과 다른 용어를 사용하는 등 병원 관계자가 이해하기 어려운 맥락이 나오면 중간중간 지원 설명을 해주셨습니다. 덕분에 매끄럽게 인터뷰를 진행할 수 있었고요.
(3) 다양한 자료를 빠르게 공유하며 질문의 맥락을 보충할 수 있었다.
- 제 휴대폰 화면 미러링, 피그마 화면을 공유하며 질문의 시각 자료를 보완할 수 있었습니다. 대면으로 고객 인터뷰를 진행할 때는 이런 부분이 번거로웠어요. 매번 제 휴대폰이나 노트북을 돌려 보여드리며 맥락이 뚝뚝 끊기는 것도 그렇고 무엇보다 그렇게 보여드리는 게 녹화되지 않기 때문에, (서기 및 녹음이 진행되지만) 나~중에 그 대화를 들어보면 어떤 걸 보면서 하는 대화인지 알기 어려웠습니다. 원격 인터뷰에서는 이런 부분이 잘 채워졌습니다.
(4) 다인원이 참여해도 심리적 부담감이 크지 않았다.
- 앞에 적은 것처럼 한 인터뷰에 참여한 인원은 6~7명이었습니다. 대면 인터뷰라고 생각해보면, 인터뷰이가 다소 압박감을 느낄 수 있는 환경이었을 겁니다. 원격 인터뷰에서는 달랐습니다. 특히 서기나 통역 역할을 맡은 동료는 인사 때를 제외하고는 카메라를 끄고 있어 더욱 모더레이터 : 인터뷰이 서로에게 집중할 수 있었습니다.
필요성을 늦게 알아차려서 얼결에 하게 된 원격 인터뷰이지만, 새로운 시도를 통해 몰랐던 장점을 체감했습니다. 물론 장점만 있는 것은 아니었어요. 저야 자료를 공유하기 쉽지만 반대로 인터뷰이가 자료를 공유하는 것은 번거로웠고 (평소의 대면 인터뷰 시에는 인터뷰이의 휴대폰에 lookback을 설치해 이것이 굉장히 수월했습니다), 다행히 이번엔 그런 사례가 별로 없었지만 인터넷 연결이 약해지면 인터뷰 진행 자체가 어려울 수 있습니다. 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출장 없이 빠르게 고객을 만남으로써 더 강한 컨피던스를 갖고 솔루션을 구체화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니 앞으로도 더 자주, 더 빨리 고객과 만나는 방법을 다양하게 강구해봐야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