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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아르볼 브리야 Jul 22. 2021

7월, 머뭇거리긴 했지만

연인보다 먼저 일어났을 때에는 무슨 일을 해야 할까. 문득 잠이 많은 자신의 부인보다 한두 시간 먼저 일어나 책을 읽거나 일기를 쓴다는 누군가의 말이 떠올랐다. 나도 그럴까, 하다가 만난 지 얼마 되지 않아 아직은 낯선 그의 얼굴을 신기해하며 찬찬히 들여다보기로 했다. 


지속적인 소음을 내며 돌아가는 천장 선풍기 소리와 환한 햇살이 조화롭게 어울린다. 두 살 어린 남자친구는 코를 찡그리기도 하고 짧게 코를 골기도 하며 달게 잠을 잔다. 가끔 골려주려 안고 있던 손을 떼내면 눈을 조그맣게 뜨고 쳐다본다. 하는 양이 꼭 애교 많은 강아지 같아 웃음이 새어 나온다. 사실 마리오는 매우 귀엽다. 눈이 마주치면 함박웃음을 지으며 좋아하는 마음을 못 숨기고 가득 드러낸다. 


엊저녁에도 영화 DVD를 한가득 가져와서는 하나 고르라며 침대에 잔뜩 늘어놓았는데 맥주도 마신 데다 일찍 자는 버릇 탓에 기다리지 못하고 자버렸다. 이날은 마리오의 친구들이 놀러와 그들과 맥주를 마시고 타코를 먹으러 갔다. 마리오가 일하는 동안 나는 그의 집에서 그의 친구들과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마리오는 뒤늦게 합류했다. 마리오는 나에 대해서 무슨 이야기를 한 걸까. 그들은 내가 한국인이란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중 한 명은 내게 마리오를 좋아하냐고 물어봤다. 


아마 초반에 마리오가 마음고생을 하며 자기 친구들한테 털어놓았나 보다. 사실 처음엔 마리오한테 이제 곧 다른 지역으로 간다며 3주란 시간은 매우 짧고 장거리 연애를 하기 싫다고 선을 그었다. 귀엽게 생긴 마리오가 좋았지만, 불안정한 미래에 불확실한 요소를 더하고 싶지 않았다. 마리오는 3주란 시간에도 많은 것을 할 수 있다며 같이 영화도 보고, 근교로 여행도 가고, 자기가 요리사니까 네가 좋아하는 음식은 뭐든 만들어 줄 수 있다며 말을 했다. 


그가 늘어놓는 모든 것들이 매력적이긴 했지만 처음엔 거절하기 바빴다.


그러다 마리오가 마지막 날 저기 하나 물어봐도 돼? 하며 운을 뗐다. 너는 나중에 나를 그리워할 거야? 응 당연하지-하며 말을 늘리자 그는 왜 그리워할 거냐고 끈질기게 물었다. 항상 장난치며 빠져나갔는데, 그날은 그럴 수가 없었다. 그날 마리오는 나를 여자친구로서 항상 존경하겠다고 약속했다. 


그나저나 어제 타코 집에서 2개를 시키자 마리오는 4개는 먹으라며 주문을 바꾸었다. 현아언니가 타코 감수성 높은 남자 만나라고 했는데 마리오는 아마 그런 사람인 듯 싶다. 타코 7개를 시켜 먹어도 전혀 많다고 하지 않을, 오히려 더 시키라고 할, 아침으로는 아주 큰 Carnita 타코를 사와 영화를 보며 같이 먹을 그런 편안한 소파를 준비해주는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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