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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연우 Apr 16. 2023

지구별을 노래하는 연우와 어린왕자

분분(芬芬)하더이다


분분(芬芬)하더이다


                                                        유설  정연우


바람 언저리를 걷다가 만난 저 그리움이

그것이, 다시는 일 것 같지 않던 떨림마저

불러 세우니

진달래가 불붙는 산에 가야만 보이는 것은 아니듯

어쩌면 그것이 당연하기라도 하듯이

어찌 그리 불쑥 오시는지

허나, 말해 무엇하겠습니까마는

내 하루가 분분하더이다


사랑만 갖고 살다간 실속없기가 따논 당상이라던

억지 아닌 억지같은 논리로

내 감정을 절용해 버리던 국어책의 훈화(薰化)는

오늘부로 새까맣게 잊어버리기로 하고

나는 저 그리움 앞에 맨 몸으로 설라요


마치, 분분하던 내 하루가

화장을 마친 뱀의 유혹이라 할지라도

고된 숨소리로 청량하던 목소리를 두고 왔다할지라도

종일토록 걸어서 오시는 그 귀한 걸음을

나는 오롯이 보듬을라요.






ㅡㅡㅡ

#2020죽란시사회_올해의좋은시인상수상 #광주시인협회 계간지에 실린 시_ #분분하더이다 #뱀의유혹 #그리움 #화장 #청량한목소리 #종일토록 #걸음 #진달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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