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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소슬바람 Jan 25. 2022

처음이었다.

처음으로 동성애 영화를 봤다. 엄마의 신앙으로 어릴 때부터 교회를 다녔다. 하나님이 창조하신 세상에서 동성애란 죄였다.


난 이렇게 자랐다. 여자와 남자가 사랑을 해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아 가족을 이루는 것이.

동성끼리의 사랑은 받아들일 수 없는 부분이었다.

 

어느 순간부터 우리나라 드라마에서 동성애를 다루기 시작했고 이젠 모든 매체에서 기본적으로 다루는 것이 동성애다. 열광하면서 보는 드라마에 동성애 장면이 한 컷이라도 나오면 그 즉시 인상을 찌푸리며 채널을 돌리거나 그다음부터 그 드라마는 보지 않았다. 하지만 난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다. 나의 세상에선 가능하지 않은 것이었고, 변화된 세상에서 자연스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간이 흐르고 2021년에 개봉한 영화 <듄>(2021)을 통해 티모시 샬라메라는 배우를 알게 됐다.

그리고 ‘동성애’를 다룬 영화라는 이유로 쳐다도 보지 않았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의 주인공이라는 걸 알게 됐고 인지만 하고 있었다.  넷플릭스 썸네일이 청량하고 예뻐 어떤 영화인지 궁금하기도 했지만, 보지 않았다.


배우가 좋다고 해서 취향이 아닌 영화를 보고 싶진 않았는데.. 그렇게 나름의 이유로 보지 않았던 그 영화를.. 갑자기 배우의 연기가 궁금하고 배우가 계속 생각이나 결국 봐버렸다.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의 줄거리는 이렇다.

1983년 여름. 17세 소년 엘리오는 아버지 연구를 도우러 온 청년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낀다. 처음, 그리고 전부가 된 찬란한 사랑의 시작. 기억할게. 너는 나, 나는 너.
서로의 이름을 자신의 이름으로 불러 하나가 된 시간을.
출처: 넷플릭스


장면마다 이상하게 몸이 꿈틀꿈틀거렸다. 꼼지락꼼지락 발가락을 오므렸다폈다를 반복하며.

손으로 입을 가렸다가 눈을 가렸다가를 반복하며 티모시 샬라메의 연기에 빠져들었다.


영화를 보는 내내 놀라웠던 장면은,

엄마가 엘리오에게 "올리버도 널 좋아하는 거 같더라, 네가 좋아하는 것보다 더"

올리버가 본국으로 돌아가는 기차를 탄 후, 올리버가 떠난 기차역에서 떠나지 못해 엄마에게 애써 눈물을 참으며 "혹시 데리러 오실 수 있어요?

"네 이름으로 날 불러줘, 내 이름으로 널 부를게"

<콜 미 바이 유어 네임>(2017), 넷플릭스


그리고 버거웠던 장면은,

동성의 스킨십



부모님이 먼저 알아차린 아들의 조심스러운 사랑, 엘리오가 올리버를 생각하고 느끼고 그리워하는 표정, 엘리오와 올리버가 서로를 사랑하는 표정과 몸짓, 모두가 잠든 고요한 시간 그동안 낭비한 시간에 대해 속삭이는 그 시간들이 티모시 샬라메라는 배우가 연기해서 더 야릇하고 애틋한 것인지 모르겠다.


이 영화를 보고 나서 그동안 거부해왔던 문을 열어버린 것 같다.

해그리드가 해리포터를 다이애건 앨리로 데려갔던 그 순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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