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재능이 있는 사람인가
검은 개는 불안을 먹이 삼는다. 나를 비롯한 주변의 많은 사람들이 과도한 불안을 안고 살아간다. 그중에 제일은 자신의 미래에 대한 불안이다. 내가 이렇게 살아도 될까부터 시작해서 내가 이 일을 잘하고 있는 게 맞을까, 올해는 취직이 될까 여러 가지 불안은 사람들을 좀먹는다.
나도 한동안 불안장애를 겪은 적이 있다. 그때는 취직이 참 안됐다. 서류전형도, 필기 전형도 90% 이상 통과했는데 이상하게도 면접만 보면 떨어져 버렸다. 그것도 2차 면접. 1년 동안 2차 면접만 여덟 번 봤다. 나중에 두 개를 붙기는 했지만 연달아 여덟 번을 떨어지면 누구든 자신에 대해 의문을 품게 될 것이다. 잠이 안 오고, 눈만 감으면 나는 쓸모없는 사람 같은 극단적인 생각이 떠오르고, 척추가 굳은 것 같이 찌릿한 느낌과 숨이 차는 것 같은 느낌에 고통스러웠다. 가장 고통스러운 점은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는 점. 나는 그냥 능력이 없는 것 같아요 라는 말을 누가 위로해줄 수 있으며, 위로해준들 무슨 의미가 있었으랴.
당시를 생각해보면 자신에 대한 믿음이 별로 없었다. 나 자신을 잘 몰랐다. 내가 무엇을 잘하는 사람인지 발견하기까지 아직도 먼 길이 남았지만, 지금까지 발견한 답은 ‘이것저것’이다. 딱히 특출 난 것도 없지만 딱히 못하는 것도 없다. 이 점 때문에 정말 스트레스받았지만, 나중에 이 자체가 내 재능이구나 라고 생각했을 때는 꽤 괜찮은데?라고 생각하기도 했다. 그때는 자기소개서에 쓸 말이 없었다. 나는 확실히 무언가를 잘합니다 라는 말을 썼어야 하는데, 나는 확실히 잘하는 게 없다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나는 운동은 확실히 못한다. 그런데 운동을 꾸준히는 잘한다. 공부를 못한다는 얘기는 못 들어봤지만 딱히 잘하는 것도 아니고. 그림도 잘 그리는 건 아니지만 그리라고 하면 A는 받았으니까.
과연 재능이라는 것이 무엇일까. 사전적 의미로는 어떤 일을 하는데 필요한 재주와 능력을 말한다. 보통 일이 잘 안 풀리면 ‘난 재능이 없나 봐’ 하고 포기해버리는 경우가 많이 있는데 그때마다 나는 정말 타고나는 재능이 따로 있는 것인가 하는 의문을 가졌다.
재능이 타고나는 것이라는 생각에 불안해지기 시작할 때, 나는 재능에 대한 다른 시각을 본 적이 있다. 열세 살의 한 유도 영재가 이런 말을 했다. 본인은 남들처럼 빨리 습득하지는 못하지만 꾸준히 해서 잘하는 사람이라고. 재능은 그런 거다. 이미 완성된 상태로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다양한 모습으로 우리 안에 잠재되어있다. 그래서 재능은 찾기가 힘들다. 평범한 사람들은 재능이 없는 것이 아니고, 그 재능이 뛰어난 사람들과는 다른 모습으로 있으니 찾기 힘든 거다.
그 생각이 든 이후로 내 인생의 철학이 추가되었는데
하고 후회하자
시작을 안 해보는 것이 가장 나쁘다. 재능은 수십만 가지의 모습으로 존재하는데 나는 단지 몇 가지만 해보고 재능이 없나 보다 포기하는 건 미련하다고 생각했다. 재능이 꼭 직업이 될 필요는 없지 않은가. 재능을 발견하기에 늦은 나이가 없다. 후회는 나중에 하고 일단 시작해보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