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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쓰지 Nov 23. 2020

취업준비생을 위한 글

과거의 나에게

경력직 이직사이트에 올려둔 프로필을 통해 이번 주에 두 명의 헤드헌터에게 제안이 왔지만 내게는 맞지 않는 기회인 듯하여 거절했다.


[죄송합니다. 보내주신 포지션이 제가 생각한 방향과는 맞지 않는 것 같아 지원하지 않겠습니다. 다음번에 좋은 포지션이 있으면 연락 주세요. 감사합니다.]


이 문자를 회신하면서 취업 준비할 때를 자연스레 회상하게 되었다.


취업 준비할 때의 나는 어디도 상관없고 단 한 군데라도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었으면 좋겠다 했는데, 어느새 먼저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는 것이 있다는 게 이상한 느낌이었다. 취업준비생 시절 나는 끝이 보이지 않는 어둠 속을 걷는 느낌이었다. 내가 없는 미래를 향해 달리는 것이 아닌가 싶어 불안장애가 왔다. 꼬리뼈가 시도 때도 없이 아프고 다리가 차가워졌다. 심할 때는 근육이 굳으면서 불면증이 왔다. 150통이 넘는 자기소개서를 쓰고 탈락하면서, 자존감이 무너진 탓이었다. 나 자신과 외부의 평가를 동일시해서는 안되는데, 그 당시의 나는 그 둘을 동일하게 생각했다. 나의 지난 노력들이 헛된 것만 같고, 나는 쓸모없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나름대로 열심히 살아왔지만 나는 아무데서도 원하지 않는 사람이 되었구나. 그 절망감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그간 상처를 많이 받았던 것 같다.


과거의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 취준생들과 과거의 나 자신에게 말하고 싶은 몇 가지가 있다. 그때 알았으면 좋았을 것들 몇 가지.


첫째, 일과 자신을 동일시하지 말 것.


일은 당신의 일부에 불과할 뿐이고, 그것이 당신을 정의하지 않는다는 것. 당시의 나는 일부의 나를 가지고 나라는 사람 전체를 폄하하면서 힘들게 했던 것 같다. 일 적으로서의 내가 어려운 평가를 받고 있는 것뿐인데.


둘째, 언젠가 내 자리를 찾을 수 있다는 것을 잊지 말 것 / 최대한 많은 회사, 많은 직종에 입사지원을 할 것  


학생 때의 나는 자신을 과소평가했다. 경영학을 전공했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는 알고 있지 못한다는 생각에 겁이 나서 재무 분야로는 직무를 쓰지 못했다. 사실은 이 직무와 잘 맞는다는 것을 발견하기까지 오랜 시간이 걸렸다. 상, 하반기 두 번밖에 없는 공채 지원서에서 안전하게 가고 싶은 생각에 상대적으로 확답이 없는 영업 쪽을 많이 지원했던 것 같다. 나와 영업은 정말 성격이 안 맞는데도, 다른 직무는 자신이 없으니까. 그냥 차선책으로 영업을 썼다. 후평을 하자면 매우 잘못된 전략이었다. ‘이 중에 하나는 반드시 내 자리가 있고, 나는 그 분야가 어디인지 파악을 할 것이다’라는 마음가짐으로 접근했어야 한다. 다양한 분야로 지원서를 써보면 어떤 한 분야가 유달리 서류 및 면접 합격률이 높은 직무가 있을 것이다. 그 직무를 찾으면 더 심도 있게 공부를 해내가는 방법으로 자신을 파악했으면 덜 고생했을 것이라 생각한다.


셋째, 면접자들도 사람이라는 것을 기억할 것


대기업 면접에서는 항목별로 체계적으로 채점이 되긴 하지만, 최종 선발 과정에서는 아무래도 의견이 많이 개입된다. 채점항목을 떠나서 그 사람들이 생각하는 몇 가지 기준 중에 가장 중요한 기준은

1. 이 지원자를 뽑아도 금방 그만둘 것 같은지?

2. 기본적인 직무지식이 있는지?

3. 성격이 모나지 않고 팀원들과 잘 지낼 수 있는지?

세 가지라고 생각한다.

기업 입장에서 한 사람을 키우는데 수천만 원이 들어가고 3년은 키워야 1 맨먼스의 일을 한다고 하면, 금방 그만둘 것 같은 사람은 절대 뽑을 수 없다. 근무지로 어디를 선정해주더라도 잘 버틸 수 있을 것이라는 점을 강조하고 끈기가 있는 사람이라는 점을 강조할 때 합격률이 좋았다. 당연히 기본직무지식을 익혀가는 것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만약 모르는 질문이 나오더라도 그 부분은 잘 기억이 안 나지만 다른 것은 여기까지 알고 있다는 점을 들어주면서 기본지식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는 점을 알려줄 것. 신입은 팀원들에게 배워야 하는 입장이기 때문에 성격이 크게 모난 사람은 함께 일하기 힘들다. 감사할 줄 알고 받아들이는 자세가 좋다는 점을 강조하면 된다. 가장 중요한 점은 면접자들도 사람이기 때문에 똑똑하고, 성격이 좋은 ‘인상’을 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 실제로 그만큼 똑똑하고 성격이 좋지 않아도 자신의 장점을 최대한 끌어내면서 호감을 주면 다른 단점도 가려주는 효과가 있다. 나는 유약한 인상 때문에 면접에서 많이 탈락했다고 생각한다. 너무 AI 같다는 말도 들어서, 이 부분을 미리 알았으면 좋았을걸 후회된다.


날이 갈수록 취직이 어려워지고, 고용시장도 불안정해진다. 과거의 나도 힘들었지만 지금의 취준생들도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가장 강조하고 싶은 것은 1번이다. 자존감이 무너지면 아무것도 될 수 없다. 탈락했을 때는 슬퍼해도 되지만, 그것으로 자신에게 의문을 품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내일은 조금 더 내면이 단단한 사람으로 거듭나길 진심으로 바라며 응원의 마음을 전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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