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킷 6 댓글 공유 작가의 글을 SNS에 공유해보세요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내가 좋아하는 두 곳의 변방; 282 북스, 매치워크

vol2.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소셜벤처

by 잇티 레터 Mar 23. 2025
브런치 글 이미지 1

지난주에 마주친 글이에요. 이 글을 보니, 저는 종종 중심부에 콤플렉스를 느끼면서도 늘 변방을 동경하고 찾아왔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오리엔트의 변방이었던 그리스·로마, 그리스·로마의 변방이었던 합스부르크와 비잔틴, 네덜란드와 영국 그리고 영국의 식민지였던 미국에 이르기까지 인류 문명은 그 중심지가 부단히 변방으로, 변방으로 이동해 온 역사이다.” 저에게는 소셜 벤처들이 자신만의 변방을 찾은 주체들로 여겨졌어요. 중심부의 차선책, 그러니까 주변부로서의 변방이 아니라 창조적 기회를 가진 새로운 중심으로서의 변방 말이죠.


이번 주는 유우자와 함께 우리가 좋아하는 소셜벤처와 그 이유에 대해서 정리해보기로 했어요. 어떤 소셜벤처에 대해서 쓸 지 고르기가 정말 어려웠는데요. 그래서 이 주제에 대해 시리즈로 다뤄봐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답니다.:)


(1)282북스

282북스는 예술기반 사회적처방 프로그램을 만드는 출판사예요. 사회적스토리 IP 기업이라고도 하는데요. 사회 소수 그룹의 정서적 자립을 지원하고, 당사자성이 부여된 문화예술 콘텐츠를 제작해 소수 그룹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개선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282북스가 좋은 이유는 ‘심리치유’, ’소셜벤처’, ‘문화예술’이라는 제 인생 키워드를 모두 갖고 있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심리적 장애와 사회 맥락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오곤 했는데요. 심리 문제는 폭력, 사고, 재난, 차별, 불평등 등의 사회 맥락 속에서 발생하곤 하기 때문에 개인 문제가 아닌 사회적 고통이기도 하죠. 따라서 개인 내적인 요소만 다루는 것이 아니라 고통이 발생한 사회적맥락을 직시하여 본질적으로 고통의 요인이 되는 사회 맥락의 변화 방향성도 함께 제시한다는 점이 큰 인사이트가 되었어요. 개인 심리를 다루는 치유 활동이 문화 예술 콘텐츠로 가공되어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고, 사회변화를 만들어내는 일. 그런걸 하고 싶다고 어슴푸레 생각한 적이 있는데요, 그래서 그 일을 실현하고 있는 282북스를 알게됐을 때 뭔가 되게.. 유레카!!였답니다.


282북스는 2019년, 한국 사회적기업 진흥원 사회적기업가 육성사업을 통해 법인을 냈고, 2020년 문체부 및 서울시 (예비)사회적기업을 거쳐 2022년, 2023년 서울시 사회적경제 우수기업에 선정되기도 했어요. 그리고 드디어 2024년 소셜벤처 인증과 함께 사회적기업 인증을 받게 되었습니다!


이 조직은 이주 여성, 중도입국 청소년, 암 경험자, 감정 노동자 등 다양한 사회 문제 당사자들과 함께 수많은 프로젝트들을 진행해왔는데요. 그 중 인상깊었던 <메리골드의 꽃말을 아나요?>에 대해 소개해드릴게요. <메리골드의 꽃말을 아나요?>는 '자살 시도' 후 포기하지 않고 다시 삶을 살아가고 있는 청년들이 일상을 살아가는 위로와 희망의 이야기를 전함으로써 세상에 말하지 못하고 숨어있는 자살 시도자들의 재시도가 일어나지 않도록 진행된 프로젝트예요. 총 12명의 참가자들이 먼저 8주 동안 워크숍(나를 들여다보는 글쓰기 워크숍, 나를 발견하는 화보 촬영 등)을 통해 내면의 이야기에 집중하고, 자신의 감정을 찾아가 표현하는 시간을 보내며 정서적 안정을 찾았습니다. 그 후, 전시회, 입체 낭독 퍼포먼스, 에세이 출판 등의 다양한 콘텐츠로 사회에 작은 울림을 남겼어요. 그나저나 메리골드의 꽃말은 ‘반드시 오고야 마는 행복’이래요.


(2)매치워크

‘자기이해로 건강한 취준을 말하다’ 매치워크가 내걸고 있는 슬로건이에요. 매치워크는 에듀테크 기업으로, 현재 서울대, 고려대를 비롯한 국내 10곳의 대학교 및 기관과 제휴를 맺고 메타버스 기반 진로취업 교육 프로그램을 제공하고 있어요. 매치워크가 꼬집은 채용시장의 근본적 문제는 청년의 자기이해가 부재하다는 거예요. 정부는 교육지원금을 쏟고 있으나, 유행하는 직무에 대한 부트캠프나 자격증 교육에 주로 예산을 쓰며, 해당 교육을 수료하는 청년 중 상당수는 적성에 맞지 않다는 이유로 구직을 단념하곤 하죠. 그리고 다시 취준을 시작하느라 또 시간과 비용을 들이게 됩니다. 매치워크의 이용자들은 메타버스를 통해 2-6주간 강의와 미션을 토대로 자신에 대해 고민하고 기록하는 시간을 갖습니다. 이를 통해 자기를 표현할수 있는 키워드를 선정하고, 직무와 연결지어 ‘커리어 포트폴리오’를 만들어요.


매치워크를 좋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일단 대표님이 넘 멋있기 때문입니다. 이 조직을 알기 전에 루트임팩트에서 진행된 행사 강연으로 권수연 대표님을 먼저 알게 되었는데요. 1년 정도가 지난 지금 시점에서 그 날의 다른 강연들과 대담은 잘 기억나지 않지만, 권수연 대표님의 생명력 넘치던 태도만큼은 뇌리에 박혀 있네요. 그 날 적은 제 블로그 발췌글을 가져와봤어요.


“…의외로 가장 인상깊었던 건 기대가 제일 없었던 마지막 경험정리 강연이었다. 되게 뾰족했고, 실제적이었고, 프로페셔널하면서도 희망찼다. 뭘 몰라서 추상적으로 내지를 수 있는 열정말고 진짜 지혜로운 에너지. 사회경험이 많지는 않지만, 아는 게 많아질수록 경험치가 늘어갈수록 약간의 냉소를 장착한 태도로 살게 되지 않던가. 앞선 패널분들이 지속가능성에 대해 논의할 때 정말 맞는 말들을 해주셨지만, 수연님의 강연 태도에서 오히려 충만한 지속가능성을 느꼈다. …저 사람은 찐으로 청자가 뭔가를 얻어가기를 바라고 있구나가 느껴졌다.”


저도 매치워크의 교육 과정, 임팩트 커리어 마스터를 수료했는데요. 그 중 특히 ‘경험사전 만들기’ 파트가 기억에 남아요. 청년 시기는 스스로에 대한 정체성을 정립하는 시기잖아요. 자신만의 가치관을 형성하기 위해선 다양한 경험들이 필요하지만, 무작정 다 겪어보는 게 언제까지나 유효할 수는 없겠더라구요. 그래서 ‘회고’를 중요하게 생각하게 됐는데, 매치워크의 경험정리 워크시트가 개인적인 가치를 정리하고, 다음 어떤 경험을 할 지 선택하는 일에 도움이 됐어요. 더불어 이력서와 자소서를 작성할 때 가져다 쓰기 편한 형태로 정리할 수 있어 좋았답니다.


저는 소셜벤처가 일종의 사회운동이자 미디어라고도 생각해요. 고객이 겪는 문제를 실제로 해결해주면서도 사회에 어떠한 메세지를 던지니까요. 매치워크의 ‘존재’는 이 세대가 열심히 일하려면, 먼저 자신에 대한 이해가 우선되어야 한다는 메세지를 남기며, 취준생들이 자신이 원하는 일을 정말 할 수 있게되는 일에 기여합니다.


여기까지 제가 좋아하는 두 곳의 변방을 소개해 드렸는데요.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자기만의 변방을 발견하길 바라며, 신 교수님의 글 인용으로 이번 주제 마무리 합니다. “누구도 변방이 아닌 사람이 없고, 어떤 곳도 변방이 아닌 곳이 없고, 어떤 문명도 변방에서 시작되지 않은 문명이 없다. 어쩌면 인간의 삶 그 자체가 변방의 존재이기도 하다. 그런 점에서 변방은 다름아닌 자기 성찰이다.”  


어떠셨어요?  


평소 좋아하던 소셜벤처가 어떤 일을 하는지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보면서 그들을 더욱 응원하게 되었던 한 주였어요. 그리고 나는 이 조직이 왜 좋은지에 대해 반추해보며 스스로에 대해서도 좀 더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한편, 이 조직들의 형태와 종류?가 다 다른 걸 보면서 정확히 어떤 점에서 다른건지, 그들은 어떻게 돈을 벌고 어디에 돈을 쓰는지 더 알아보고 싶어졌어요.


잇티레터 구독: https://ittletter.stibee.com/













매거진의 이전글 고립청년 지원 프로그램 구축을 위한 5가지 영역

브런치 로그인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