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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zayD Jul 09. 2021

삶을 읽는 사고

디자이너가 갖추어야 할 "소성"


궁금증을 자아내는 군더더기 없는 표지 덕분에, 글로서 사토다쿠 선생님을 만나볼 수 있었다. 

내가 자주 먹던 껌의 디자인 뒷이야기를 듣는 것이기에 묘하고도 재밌었다.

4-5개의 지침을 적고, 근거가 되는 책의 부분을 그대로 인용 후 감상을 적었다. (지침이라고 하니 굉장히 부담스러운데, 참고하고 맞지 않는 부분은 걸러 읽으면 되겠다.)



 모르는 것을 넓히기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것 쪽이 더 중요하다. 모르는 것이라는 사실을 깨달으면 누구나 그것에 대해 알고 싶어 지니까. 그 반복 작업을 통해 대상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즉, 모든 것은 모르는 것에서 시작된다.

"창의성이 극대화되는 시기가 정해져 있다"는 말에 동의하는 근거 중 하나이다. 

우리는 살면서 아는 것이 많아진다. (더 좋은 표현으로는 "경험"이 있다.) 모르는 것이 많을 때와 어느 정도 알았을 때의 양상은 완전히 다르다. 전자는 효율성이 떨어지지만 의지와 의욕만큼은 넘쳐흐른다. 반면 후자는 능률적이고 효율성이 올라가지만, 전자와 같은 번뜩이는 양상은 찾아보기 힘들다. 

당장 학부를 아직 졸업하기 전인 내 모습만 비치어 봐도, 새내기 시절과 3학년인 현재는 완전히 다르다. 지금 새로 접하는 것과 몇 년 뒤 시니어 디자이너가 되어 접할 때 역시 같은 양상이 반복될 것이다. 이러한 사이클을 인지하고 나니, 후자와 같은 사이클이 반복되는 것은 디자이너가 가장 지양해야 할 태도이지 싶다. 더 새로운 것, 모르는 것을 향해 의문을 가지는 것이 건강한 디자이너의 숙명이 아닐까.




소성을 가진 디자이너(혹은 창작가) 되기

일의 기본은 사이로 들어가 연결하기, 어떤 상황에서건 임기응변으로 연결될 수 있도록 일정한 형태를 유지하지 않는 것, (사토다쿠가 책에서 지속적으로 언급하는 "소성"이 해당되는 곳이다.)

세상에 완전한 creative는 없다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개척한 것도, 사실은 구대륙을 발견한 것이듯. 이 세상에 아예 존재하지 않는 것을 새롭게 "탄생"시키는 기적은 일어나기 힘들다.(물론 아예 불가능한 것은 아니겠지만) 그러면 우리는 창작을 멈추고 모방자가 되어야 하는가? 아니다. 있는 것에서 발견해야 한다. 그것이 우리가 추구해야 할 creativity정신이다. 사토다쿠는 위에 언급한 것처럼 "사이로 들어가 연결하기"라는 표현을 했다. 서로 다른 일을 올바르게, 알맞게 연결하는 것. 이 연결은 튀어서도, 개성이 지나치게 강해서도 안된다. 부드럽고 자연스러운 연결. 사토다쿠는 이를 위해 "소성"갖추기를 여러 번에 걸쳐 언급한다.




지금 바로 실행하기

똑같은 일은 두 번 발생하지 않기 때문에 아무리 기술을 연마해도 부족하지만, 종합적인 능력을 하나 둘 갖추어 머릿속에 떠오른 아이디어를 세상에 도움이 되는 상품으로 변환하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해선 안된다.

경험의 오류라는 표현이 적절할지 모르겠으나 다년간의 경험 혹은 성공경험에 의존해선 안 되는 이유를 반증한다. 똑같은 일은 두 번 발생하지 않기 때문. 여기서 언급하는 노력은 새로운 영감으로 번뜩이는 creativity point를 찾는 것이 아니라, (아니라기 보단 중요성이 덜하다는 표현이 더 적합하겠다.) 그것을 현실에 내놓는 실행력 따위를 말한다. 아무리 기막힌, 기갈난 아이디어라도 상상 속에서만 머무는 것은 의미 없다. 언제든 현실은 좋은 기폭제가 되어준다.




객관적으로 관찰하기

최대한 객관적으로 바라보고 관찰한 다음에, 자유롭게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생각하다 보면 어느 순간 "아"하는 깨달음이 찾아온다. / 아무리 여럿이라고 좋은 아이디어를 내는 것이 아니다. 몇 명이건 객관적으로 집중할 수 있는 사람만이 아이디어를 떠올릴 수 있다.

포인트는 "객관적으로 관찰하는 것". 여러 가지 사유와 집착에 흔들리지 않고 순수하게 관찰하는 것이다. 그러려면 의식하는 것이 중요한데, 의식 없이 관찰하는 사물은 지금까지 내가 봐왔던 사물들 지나치던 풍경들 그리고 느껴지던 자연스러운 감상만을 담기 때문이다. 우리는 좀 더 본질적인 것에 귀 기울일 필요가 있다.




여담, 브랜드 리뉴얼에 관하여

상품 자체는 변하지 않는 하나의 정보이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방식은 사람에 따라 다르다. 기존 상품과 인연이 먼 사람도 있지만, 깊은 사람도 있다. 양쪽 모두를 만족시키는 것이 리뉴얼이라는 작업 아닐까.

리뉴얼된 쿨민트 껌 작업에 관한 이야기를 하며 한 말이다. 리뉴얼이란 본디 새로운 이미지를 선사해야 하는 숙명을 가졌으나, 기존 유저에게도 낯설게 느껴져서는 안 된다. 쿨민트 껌 역시 기존의 헤비유저와 새로이 유저층이 될 사람들을 모두 만족시키기 위해 숱한 고민들을 거쳐 탄생했다. 단순히 로고나 디자인 요소 개선의 차원이 아니라, 껌 패키지를 열었을 때의 느낌, 맛과 향과 느낌을 잘 담아낼 그래픽, 그리고 그 그래픽을 둘 위치와 가장 최적화된 배치 및 개수, 여기에서 디자이너의 가치가 잘 드러난다.    






내 디자인 정체성은 뭘까, 나만 할 수 있는 그런 개성이 왜 없을까, 라는 고민에 골머리를 앓던 적이 있다. 따라서 소성을 갖춘 디자이너가 되어야 한다는 말은 내게 굉장히 반갑고 힘이 된다. 개성을 갖추는 것보다 맥락을 이해하고 그 연결점을 제대로 잇는 일. 앞으로의 방향상으로 삼아 마땅하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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