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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성호 Jan 10. 2022

내 일상을 행복하게 하는 것들


 인생은 고통의 연속이다. 오늘도 월급을 받기 위해 열심히 일했는데, 내가 산 주식은 파란불이다. 많은 사람이 아침마다 힘든 몸을 움직여가며 살아가는 고난의 연속에서 사소한 행복을 찾기란 쉽지 않다. 누군가 행복은 빈도라고 했던가. 이대로 가다간 내 행복 빈도는 심정지 수준에 이를지도 모른다. 아직 죽기엔 너무 어리다 생각해서, 언젠가부터 일상 속에서 나를 기분 좋게 하는 것들을 채워가기 시작했다. 이번 글에선 내 기분을 즐겁게 유지해주는 몇 가지를 소개하고자 한다.




  내 모니터에는 펭수스티커 2개가  붙어있다. 전에는 펭수 가습기, 펭수 필통까지 있었지만, 팀 동료들의 과한 관심이 부담스러워 서랍에 넣어두었다. 나는 펭수를 좋아한다. 귀여운 얼굴과 그렇지 않은 태도가 내 취향에 꼭 맞았다. 거기에 천방지축인 성격과 직설적인 말투가 나를 닮아 있는 것 같아서 좋다. 일을 하면서 화나는 일이 있을 땐 멍하니 펭수를 바라본다. 그러면 펭수가 나한테 이렇게 말하는 것 같다.

"짜증 나는 상사들 부숴버려! 펭펭!"

 스마트폰이 보급된 이래로, 폰을 안 보고 사는 사람이 있을까? 하루에도 수십 번도 더 보는 휴대폰 배경에는 내가 찍은 사진이 걸려있다. 어디에서나 나를 즐겁게 하는 것은 사진이다. 2019년 겨울에 사진에 입문한 뒤로, 어딜 가나 내 손엔 카메라가 쥐어져 있었다. 부정적이었던 내가 긍정적인 사고를 가지게 된 데는 이 친구의 덕이 크다. 사진을 찍다 보면 좋은 습관이 하나 생긴다. 어떤 곳이든 어떤 것이든 예쁜 모습을 찾게 된다. 평범한 퇴근길에서는 예쁜 가로등을, 우중충한 날씨에서도 분위기 있는 장면을, 동네 강변에서는 아름다운 야생화를 발견했다. 이 습관은 아무리 힘들고 지친 일상에서도 아름다움을 찾게 해 준다.

 

 스트레스를 받을 때면 인스타그램을 들어가곤 한다. 내 인스타 계정엔 그동안 찍은 사진들은 모아두었다. 내가 발견한 예쁜 장면들을 보는 일이 즐겁다. 그 현장의 분위기가 시공간을 넘어 나를 감싸는 기분이 든다. 세상에 숨겨진 것들을 내가 발견한 듯한 뿌듯함이 든다. 금세 내 기분은 좋아진다.


내 휴대폰 배경사진


 8년 차 자취생인 나는 넉넉하지 못한 가정형편 탓에 풍족하게 소비해본 적이 없다. 빠듯한 용돈으로 월세와 생활비를 내는 건 힘들었고, 대학생활의 절반은 아르바이트였다. 절약이 몸에 밸 수밖에 없는 환경이었다. 이 습관은 직장인이 되고도 사라지지 않았다. 그 때문에 입사 후에도 약 2년간 허름한 단칸방 월세를 살았다. 아주 오래된 방에 5층 높이를 계단으로 올라갔었다.


 쌓여가는 스트레스는 어두컴컴한 집에선 해소되지 않았다. 천상 집돌이인 내게 집이 만족스럽지 않으니, 이보다 힘든 게 있을까 싶었다. "좋은 집"에 대한 욕구가 쌓이고 쌓여 폭발하기 직전 즈음, 좋은 조건으로 전세계약이 올라왔다. 뒤도 돌아보지 않고 계약했다. 그리고 2 달간 인테리어를 준비했다. 방을 3d 모델로 구현해 가구 배치를 하고, 내게 필요한 것들을 채웠다. 꿈에 그리던 홈시어터와 좋은 컴퓨터를 장만했다. 호텔을 연상시키듯 편안한 분위기를 위해 침구류와 조명도 고심 끝에 구입했다. 그렇게 내 방은 내가 원하는 것들로 채워져 있다. 집들이를 온 친구들의 극찬은 말할 것 도 없이 뿌듯했기도 했다.


 내게 집은 안식처이자 놀이터이다. 예민한 내가 무던해질 서 있는 유일한 장소이다. 하루하루 힘든 일상이지만, 집으로 돌아갈 생각에 힘을 내서 일하곤 한다. 지금의 집이 있어서 내 행복은 유지되고 있다.




"회복탄력성". 역경과 고난을 지나면서도 무너지지 않고 다시 회복하고 성장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이 단어는 국내에서 동명의 책이 베스트셀러가 되며 많이 유명해졌으며, 나도 한 에세이를 읽다가 처음 알게 되었다. 하지만 나는 이 단어 접하기 이전에도, 오랫동안 생각이 많았던 주제이기도 하다.


 역경과 위기를 극복하며 사람이 성장한다는 사실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어릴 적 읽었던 위인전에는 나오지 않으면 섭섭한 클리셰이기도 하다. 그런데 사람은 누구나 위기와 역경을 겪지만, 모두가 이를 극복해내지는 못한다. 위기와 역경이 보통 힘든 놈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 악랄하고 끈질긴 놈들을 이겨내려면, 그에 대적할만한 무기들이 필요하다. 큰 목표를 이룰 때의 성취는 짜릿하지만, 매 순간 작은 것에서 느껴지는 행복만큼 효과적인 도구는 없다고 생각한다. 내겐 펭수, 사진, 집이 그것들이다. 쳐다보기만 해도, 떠올리기만 해도 힘이 되는 이 친구들은, 오늘 하루를 버텨내게 하는 원동력이 되어주고, 부정적인 하루를 긍정적으로 역전시켜주는 조커다. 오늘도 나는 집을 갈 생각에 미소를 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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