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대연봉없이 10억 만들기 도전기
2005년 2월. 나는 대학에 합격해 서울로 올라가게 되었다. 대도시도 아니고 인구 12만의 작은 공주시에서 나고 자란 나에게 서울로 대학을 가는 것은(그것도 경영학과로) 그 자체만으로도 하나의 모험이었다.
서울로 올라가기 며칠 전인 2005년 2월 10일. 나는 시내에 위치한 국민은행에서 계좌를 트고 그동안 내가 가진 전재산인 66만원을 넣었다. 그리고 이 돈을 간직한 채 서울로 올라갔다.
서울로 올라갈 당시 나는 꿈이 있었다. 경영학과에서 배운 지식으로 세계적 거부가 되어보겠노라고. (경영학과라면 누구나 이렇게 생각할 것이다)
그런 마음가짐으로 서울에 올라갔지만 대개 1학년들이 그렇듯 개강 초반부터 각종 뒤풀이를 열심히 따라다니고 저녁때가 되면 선배들이 사주는 술을 먹으러 다녔다.
내가 85년생이니 만으로 계산한 나이가 이제 겨우 19~20살. 재테크니 이런 것은 알지도 못했고, 주식투자라는 것은 그런 게 있다고만 알고 있었다.
어차피 학교에 가면 다 배우려니 생각했고, 고등학교 때 입시 때문에 시달린 것에 대한 보상심리로 한달 가까이 술만 마시고 몰았다.
게다가 대학에는 수강정정기간이라는 제도가 있는데, 그 덕분에 3월 중순까지는 시원하게 날려먹을 수 있었고, 학교 경영대 로비에서 새로 사귀게 된 친구들과 모여서 떠들어대느라 시간가는 줄도 몰랐다.
물론 그 당시에도 많은 위기감을 가진 친구들도 많았다. ‘고용없는 성장’이란 단어가 언론에 회자되기 시작했고, 당시에도 대졸 청년 실업률은 7~8%수준으로 각종 신문들에서도 취업이 어렵다는 말이 나왔다.
내가 재수를 하던 시절, 학생들에게 더 공부를 시키려는 학구열을 불태우려는지는 몰라도 신문내용을 재수생들이 다 볼 수 있도록 알림판에 신문을 내걸었다. 2004년 당시에도 이런 기사가 신문 1면을 장식했었다.
[대기업 입사경쟁률 수백대 1. 피눈물 쏟는 서민자녀들]
2004년이면 이미 IMF위기는 모두 끝이 났고, 대기업들은 쭉쭉 고도성장을 하고 있었고, 당시 한국경제를 이끌었던 주력산업은 조선, 전자, 자동차였으며 이당시 국내대기업들의 성장세는 아주 빨랐다.
당시 삼성전자의 순이익은 11조원으로 압도적인 국내 1위를 달리고 있었다. 그 때도 초임이 성과급과 PS, PI를 다 받으면 5천에 이른다는 말이 대학가에 공공연하게 나돌았다.
사회생활이 험난하다는 것 쯤은 잘 알고 있었지만 당시 실질 경제성장률은 3~5%는 족히 됐었다. 물가인상률까지 감안한 명목경제성장률은 5~7%를 기록했었다.
대학 1학년들은 아직 취업이나 이런 것을 걱정하기에는 너무 나이가 어렸다. 여전히 대학 1학년생들의 관심은 당시 등장한 최신형 플레이스테이션과 피파 2004 같은 축구 게임, 서울에 왔으니 어디를 놀러가면 좋을 지와 같은 정말 티 없이 맑은 것들뿐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술을 먹지 않는 주말에는 학교 도서관에서 빌린 책을 하숙집으로 가져와 읽으면서 나름 공부를 하기도 했는데,
그 때 나는 그래도 경영학과니 해당분야에 대한 책을 읽어야겠다고 생각했고, 표지가 좀 천박해보이는 책 대신, 번역서나 학술서적 같이 좀 무거워보이고, 뭔가 있어 보이는 책들을 주로 빌렸다.
물론 현실적인 재테크 서적도 있었다. 이런 책들을 보면서 어렴풋이 느낀 점은 재산을 모으려면 최대한 어릴 때 시작해야한다는 점과 자본주의 사회에서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기업을 소유해야 한다는 점을 느낄 수 있었고, 노력을 하면 누구나 부자가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발견하게 되었다.
당시 내가 감명 깊게 읽었던 책은 토머스 J. 스탠리Thomas J. Stanley, 윌리엄 D. 댄코William D. Danko가 지은 이웃집 백만장자였는데,
이 책은 미국에서 순자산이 1백만 달러를 넘는 가구들을 분석한 것으로 평범해 보이는 미국인들 중에서 누구는 백만장자가 되고, 누구는 평범하게 사는지 잘 설명해놓았다. 여러 사례들과 내용 중에서 인상 깊은 부분들을 몇 개 간추려보았다.
1.1.1 PAW와 UAW
PAW는 엄청난 부를 축적한 사람(Prodigious Accumulator of Wealth)이고 UAW는 기대 이하의 부를 축적한 사람(Under Accumulator of Wealth)를 의미한다.
이를 가르는 기준은 순자산 기대치(나이×연봉×10%)값보다 크면(2배 이상) PAW가 되고 순자산 기대치 수준의 자산을 소유하면 AAW(Average Accumulator of Wealth)가 되며 이보다 아래가 되면 UAW가 된다.
이에 따르면 30살. 취업 4년만에 1억을 모은 필자도 PAW가 아니라 아직은 AAW가 되는 셈이다. 이 PAW와 UAW가 중요한 이유는 어느정도 부를 축적해 놓아야 실업과 같은 극단적인 사태가 와도 버틸 수 있고, 예기치 못한 사태를 이겨나갈 원동력이 되기 때문이다.
책에 따르면 가령 연봉 20만 달러, 나이 50세가 되면 80만 달러의 재산을 가진다면 UAW에 해당한다. 반면 연봉 3만 달러, 나이 30세의 직장인이 20만 달러의 재산을 가졌다면 그는 이미 PAW가 되는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80만 달러를 가진 사람이 더 부자처럼 보인다. 하지만 만일 그가 퇴직이나 은퇴를 하게 되면 남은 재산만으로 살아야 한다. 헌데 소비는 급격하게 줄일 수 없다.
그런 상황에서 UAW가 된다면 경제적 생존 가능성이 PAW보다도 적다. 결국 파산의 위험이 더 커지는 것이다. 이런관점에서 볼 때, 연봉대비 충분한 자산을 쌓아놓는 것이 왜 중요한지 한번 쯤 생각하는 것은 중요하다.
한번 독자들도 계산해보라. 자신의 나이와 연봉(책에서는 투자로 벌어들이는 수입까지 계산하라고 하지만 계산하기 쉽게 연봉만 놓고 본다면)을 곱한 금액을 10으로 나누어보라. 그게 독자분들이 그 나이때, 그 정도 수준의 연봉을 가졌을 때 합리적으로 기대할 수 있는 재산인 것이다.
1.1.2. 버는 것보다 아껴써라
이것은 누구나 아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이 책의 핵심인 듯 하다. 실제로 이 책에 따르면 PAW들은 상당히 절약을 많이 한다. 버는 것보다 검소하게 살고 차도 고급차를 꼭 타고 다니지는 않는다.
그저 평범한 국산(미국산) 승용차를 타고, 옷차림도 수수해서 심지어 이웃사람들조차 부자인지 모를 정도로 생활한다.
책에 등장한 한 백만장자는 부부교사인데, 차는 지극히 평범한 혼다 시빅을 타고, 초임교사시절부터 열심히 저축을 하고 현명하게 투자를 한 덕에 변호사인 동생보다도 재산이 많다고 했다.
오히려 변호사인 동생은 직업에 걸맞는 고급 독일제 자동차, 값비싼 시계등을 구입하느라 순자산은 오히려 적다고 했다.
직업이 무엇인지, 당장의 벌이가 얼마인지도 중요하지만 버는 것보다 아껴쓰고, 최대한 젊을 때 저축을 시작하는 것이 장기적인 재산축적의 지름길이라는 점도 알 수 있었다.
내가 대학 1학년 당시 읽었을 때, 상당히 인상깊었던 내용의 책이었던 것으로 기억된다. 많은 사람들은 대개 절약하기를 원하지 않는다.
풍족하게 쓸거 다 쓰고 남은 푼돈을 현명하게 투자하여 대박을 내기를 원한다. 그러다 보니 도서관에서 본 다른 재테크 책들도 ‘500만원으로 10억 만들기’와 같은 자극적인 내용이 많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었다.
물론 가능하겠지만 일반인들이라면 근검절약을 하고 아껴서 저축한 돈을 리스크를 낮추고 수익도 낼 수 있는 현명한 투자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1.1.3. 최대한 빨리 시작해라
이 책에서 느낀 또 다른 부자되는 방법은 바로 최대한 빨리(젊을 때) 시작하라는 것이다.
기억나는 책에서의 사례는 형은 평범한 직장인이고 동생은 변호사인데 평범한 직장을 가진 형이 동생보다 더 많은 재산을 모았다는 점이다.
연봉은 당연히 동생이 월등히 많았다. 하지만 형은 대학졸업과 동시에 직업을 가지고 돈을 모은 반면 동생은 학위를 취득하느라 많은 시간을 소요했다는 점이다.
그 기간동안 돈을 축적하지 못했으며, 이는 이후 자산격처로 이어졌다. 물론 위에 언급한대로 동생은 변호사라는 직업에 걸맞게 좋은 고급차를 타고, 고가의 옷을 사입었지만 형은 그럴 필요가 없어서 그렇게 하지 않았다.
한살이라도 어릴 때 돈을 모으는 것과 과도한 소비를 줄여 절감된 돈을 투자해야 부자가 된다는 것이다.
책이 선사한 신선한 감동
1학년때 아직 잘 모르던 시절이었지만 이 책을 읽고 받은 교훈은 컸다.
그래서 남들처럼 어학연수니 이런데 들어가는 시간을 아껴 바로 휴학을 하지 말고 바로 졸업을 하고, 취업도 해서 젊을 때 낭비되는 시간을 줄여야겠다고 느꼈다.
또한 직장에서 일을 하면서 돈을 모아 죄대한 빠른 시간 안에 PAW가 되어야 안정적인 노후를 보내고, 자녀교육도 시키며,
해외여행을 가거나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하지 않고 경제적 자유를 찾는 것이 가장 좋은 선택이라고 여겼다.
실제로 2005년 내가 대학에 들어갔을 때, 우리나라는 IMF위기를 맞이한지 8년이 되어갔다. 얼핏 보아서는 IMF의 상흔이 완전히 사라진 듯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았다.
특히 그 동안 우리 사회를 짓눌렀던 정리해고와 조기퇴직의 열품. 그리고 삼팔선, 사오정, 오륙도라는 신조어가 이 당시까지도 유행했었다.
그러다보니 많은 사람들은 자연히 노후대비에 열을 올렸고, 이 즈음 해서 공무원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고 있었다. 당시에도 어지간해서는 공무원들이 퇴직을 할 때 퇴직금보다 연금으로 받아갔고, 30년 정도 공직생활을 하고 퇴직을 하면 월 200만원수준의 연금을 수령하는 사람들이 늘어갔다.
물론 괜찮은 직장에 가면 퇴직연금 적립금만 해도 공무원 연금액보다 월등히 좋다는 것은 취업하고 나중에 알게 되었다. 생각보다 공무원이 받기 힘든 연봉 1억 이상 직장은 발에 채일 정도로 수두룩 했다.
노후대비가 하나의 화두가 되었고, 우리나라가 고령사회로 접어든 것도 거의 이 시점이었다. 일본보다도 더 빠른 고령화속도, 저출산 등이 막 문제제기가 되었지만 실제로 그것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는 당시에도 크게 인식하는 사람이 없었다.
다만 국민연금에 대한 불신,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 등으로 노후대비에 사람들이 관심을 갖게 된 때가 내가 공교롭게도 대학에 들어갔던 시점이었다.
그러다보니 이웃집 백만장자라는 책은 좋은 지침서가 되었다. 지금과 달리 이 때는 어떻게 노후를 대비해야 하는지,
자산관리나 배분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기본 개념도 부족했고, 제대로 된 이론서 하나 없었다.
제대로 된 선진국형 자산관리보다는 부동산열풍에 편승해 투기이익을 얻는 것이 재테크의 전부였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게 가장 좋은 방법이었다. 그리고 미국도 마찬가지였다.
그런 상황에서 내가 이 책을 접했을 때, 비록 아주 자세한 구체적 방법론은 아닐지라도 어떠한 마음가짐과 재무적 통찰력, 개념을 확보하는지가 와 닿았고, 좀더 깊이 생각을 할 수 있는 계기가 된 것은 사실이었다.
부자아빠, 가난한아빠
이미 고등학교 때도 읽고 감동을 받았지만 대학에 와서도 깊이 읽은 책이 바로 로버트 기요사키의 부자아빠, 가난한 아빠라는 책이다. 국내에서도 워낙 많이 팔린 베스트셀러이다.
이 책에서 가장 인상깊은 부분은 역시 두가지.
1. 금융지식을 키워라,
2. 투자자와 사업가가 되어라는 것이다.
사실 이 두 가지는 정말 중요하다. 우리가 사회를 살면서 돈은 정말 중요한 부분이다.
금전관계를 잘 해놓지 않으면 한순간에 삶이 무너지기도 한다. 금융지식은 내 자산을 보호하는 길잡이가 된다. 실제로 유교문화권은 돈에 대해 부정적이고 천박하게 여긴다.
그나마 덜한 곳이 일본인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럽이나 미국에 비하면 금융인프라가 현저히 떨어진다.
다음으로 투자자와 사업가가 되는 것이다. 월급쟁이가 되어서는 부자가 될 수 없다는 것은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그래서 명문대를 나와서 대기업에 입사한 사람은 평생 남의 밑에서 일을 하지만 고등학교만 나와서 회사를 차리면 명문대생을 발밑에서 부릴 수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다.
다만 그것을 이론적으로 정리한 것이 바로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였던 셈이다. 결국 회사에서 일을 하면 내가 창출하는 부가가치의 극히 일부가 나에게 돌아오고 나머지는 회사를 살찌우기 때문에,
나를 부자로 만들 방법-나 스스로 사업가와 투자자가 되어야-을 느낀 것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주식투자를 통해 기업을 소유하거나 회사에서 받은 월급으로 나만의 사업체를 만들어 지속적인 현금흐름을 창출할 수 있도록 해야 했다.
그게 과연 무엇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점을 염두에 둔다면 기회가 도래했을 때 낚아챌 수 있다고 보았다.
대학시절 읽은 이 두권의 책. 비록 대학생이 읽어야 할 명서 100권은 아닐지라도 현실적으로 나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책이고, 이를 통해 대학 4년이라는 시간을 나에게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이끌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