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은 절대 싫어.
드디어 파아란 통깁스를 풀었다.
그리고 깁스를 푸르던 날, 의사 선생님께서 CPM이라는 무릎 재활 기계를 소개해주셨다. 집에서 병원까지 거리가 꽤 있었으므로 기계를 대여해 무릎을 굽히는 운동을 집에서 하고 오라는 것이었다.
2주의 기간 동안 나는 60도까지 무릎을 굽혀서 가기로 약속했다. 매일 아침, 점심, 저녁 3번을 30분 동안 무릎을 구부렸다 폈다 했다. 처음에는 30도로 시작했다. 이틀에 걸쳐 5도씩 올려 운동을 했는데 45도가 넘어가니 무척이나 아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빨리 여행 가고 싶은 마음에 운동을 한 번도 빼먹지 않았다.
2주 후 병원에 가는 날, 나는 나름 60도까지 구부려지는 나의 무릎을 자랑스러워하며 병원으로 출발했다.
의사 선생님은 내 무릎을 보시더니
"뭐야~ 45도도 안되잖아.
이러면 수술해야 돼요."
"에? 무슨 수술이요?"
"무릎 구부러지는 수술이요"
청천벽력 같은 말이 내게 떨어졌다. 수술한 지 얼마 안 되었는데 무슨 또 무릎 구부리는 수술을 한다는 것인가. 눈물이 핑 돌았다.
옆에서 남편이 "속상해하지 마."라고 위로해준다.
"나 속상한 줄 어떻게 알았어?"
"너 표정만 보며 알지."
"마스크 쓰고 있구만, 눈만 보고 어떻게 알아?"
"다 알아"
질문한 내가 웃겼다. 누가 봐도 세상에서 제일 속상한 자태를 뽐내며 앉아 있었다.
'수술이라니 말도 안 돼! 나는 오늘 재활이 잘 되고 있으니 가까운 데는 돌아다녀도 돼요~라는 말을 듣고 싶었다구~!!!'
내게 2주의 기간이 더 주어졌다.
다음 병원진료 때도 60도가 되지 않으면, 의사 선생님은 하반신 마취 후 무릎을 구부리는 수술을 해야 한다고 말해주셨다.
"간단한 수술이에요~"
라고 말하는 의사 선생님 얼굴이 어찌나 얄밉던지.
의사 선생님 잘못도 아니구만, 한대 콩 쥐어박고 싶었다. 그건 나 자신에게 하고 싶은 동작이었을지도 모르겠다.
45도가 넘어가는 순간부터 너무 아파서 자꾸 꾀를 부렸다. 무릎이 구부러져서 올라가는 시점에 슬쩍 엉덩이를 들었었다. 그랬더니 덜 아프더라. 그리고 나중에는 나도 모르게 엉덩이가 슬쩍 올라갔다. 몸도 아는가 보다 고통을 피해야 하기 위해 어떻게 움직여야 하는지.
"그럼 아파도 참고해야 돼요?"
"네. 아프면 처방해드린 약 먹고 하세요."
"네..."
무릎이 구부러질 때, 마치 꼭 부러질 것만 같다.
45도를 처음 하던 날, 무릎이 부었었다. 나는 겁이 나 그다음 날부터 더 살살 운동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에서야 알아차린 사실이지만, 무릎 재활 운동을 처음 시작할 때, 좀 빡세게(?) 했어야 했다. 지금 내 무릎은 유착이 되어 더욱더 굽혀지지가 않는다.
7살이 첫째 딸이 내가 운동하는 모습을 보고 자기 무릎을 구부려본다.
"엄마, 이렇게 하란 말이야. 이거 안돼?"
'그래 안된다구~~~!!' 무릎이 구부러지는 게 이렇게 어려운 일이었던가.
나도 아빠 다리하고 앉아있고 싶다. 나도 90도로 무릎을 굽혀 앉아있고 싶다. 그런데 내 마음처럼 안된다.
'하... 분명히 한혜진 언니가 세상에서 내 맘대로 되는 게 유일하게 몸이랬는데...'
수술을 또 해야 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속상함이 밀려온다.
남편의 위로로 '그래.. 2주 동안 빡세게 운동하자. 안되면 수술하면 되지 뭐.'라고 다짐했다가 '아쒸.. 그래도 수술은 너무너무 무섭다고!!'라는 생각이 쑥 든다.
나의 사랑스러운 무릎아 잘해보자! 구부려보자!
무릎이 완전히 다 구부러지는 날에 수고한 내 무릎을 위해 뭘 선물하지?
엊그제 쇼핑몰에서 본 원피스가 어른거린다. 이런 식으로 또 사심을 채우는 내가 참 웃기고 좋다. 그래 내 무릎아 잘해보자!!
CPM 재활운동기구가 마치 새로운 장난감인마냥 신기하게 쳐다보고, 슬쩍 만져보는 두 딸 덕분에 웃음이 난다. 매일 3번 하는 운동시간에 옆에 와 자그마한 하트도 날려준다. 때로는 내 배 위에 슬쩍 눕기도 한다.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잘 해내 보자. 내게 이렇게 사랑스런 아이들이 있으니깐 더 힘을 낼 이유가 충분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