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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병원의 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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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Z Mar 05. 2021

사탕 껍질.

사탕 설탕이나  따위를 끓였다가 식혀서 여러 가지 모양으로 굳힌 . 알사탕, 눈깔사탕, 드롭스, 캐러멜, 누가 따위가 있다. 캔디. (국립국어원 표준국어대사전 중에서)


 병원에 가면 의사들은 이야기한다. '단 음식 먹지 마세요.'라고.

자신의 입안에는 목캔디를, 젤리를 때로는 점심시간 식사 후 어딘가에서 얻어온 오렌지 맛 사탕을 먹으면서도 의사들은 환자들에게 아주 근엄하게 "사탕은 먹지 마세요."라고 이야기한다.

'당'은 만병의 근원이라고 학생 때부터 배워왔으니까.


아주 예외적, 병원에서 사탕을 급하게 찾는 경우도 있다. 인슐린이 과도 투여되거나, 혈당조절에 실패한 당뇨 환자분들은 갑자기 전신 무력감을 호소하다가 의식을 잃기도 한다. 확인해 보면 혈당은 바닥까지  떨어져 있다. 물론 응급으로 포도당이 포함된 수액을 투여하면 환자들은 의식을 차리고 대부분 호전 된다. 그보다 먼저 사탕이 있어 환자의 입에 넣어주고나면  환자는 "이제 조금 낳아지네요. "라는 말을한다.  그 외의 병원에서 사탕의 효용은 없다.


얼마 전에 외래에서 사탕을 받았다. 고작 사탕인데 한참을 바라봤다.


10년도 훨씬 전, 교도소에서 출소한 지 일주일 만에 심근 경색이 생긴 환자가 중환자실로 입원했었다. 그가 처음 내게 한말은 "교도소보다 병원밥이 맛있다."는 것이었다. 수술이 필요하다는 나의 설명에 그의 대답은 "의사양반 반찬이나 신경 좀 써주쇼." 였다. 그는 심장 수술을 받았고 나는 반찬 신경은 써 주지 못했다.

그는 출가한 스님이라고 말하기도 했고   파계승이라고 스스로를 부르기도 했다.  입원기간 내내 그는 ,의료진에게 욕을 하고 간호사를 울렸고 다른 환자를 때렸다. 그리고 퇴원을 했다.


사람은 변하지 않는다. 그도 변하지 않았다.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술이 취한 채 강아지를 들고 외래에 들어오기도 했고, 모든 약을 뜯어서 큰 깡통에 담하 한주먹씩 먹고 싶은 만큼 먹는다며 자랑도 했다. 처음 헨드폰을 샀다며 병원에서 만난 모든 사람을 사진을 찍으며 다녔다. 그가 외래에 나타나면 모두 그를 피했다.


그렇게 10년을 봤다. 그는 대부분 노숙을 하며 지냈고,  친구의 당구장에서 자거나 노래방에서 살기도 했다.겨울에는 서울역에서 노숙하고, 여름에는 청평 강변에서 텐트 치고 지내고, 또 몇 달 안 보여서 걱정하면 감옥 갔다 왔다고 하며 울면서 외래로 들어왔다.


그러던 그가 외래로 다시 찾아왔다. 또 울고 있었다. 보호시설에서 살다가 코로나 검사 때문에 너무 힘들어서 나와서 시골로 내려가 쪽방 생활을 한다며 울었다. 서울 올라올 돈이 없어 진료의뢰서 써 주면 이제는 시골 병원을  다니겠다고 말했다. 아프지도 않고 숨차지도 않는다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처음 중환자실에서 만났을 때보다 훨씬 작고 약해져 있었다. 진료의뢰서를 쓰고, 약을 처방하고 잔소리를 했다.

"약 꼭 드시고, 또 깡통에 넣고 아무 약이나 드시지 마시고 꼭 순서대로 드시고, 가슴 아프면 병원 가고 술 그만 드시고 담배 끊고, 겨울에는 노숙하지 마시고 쉼터가 답답해도 지내시고 사람 때지지 마시고......"


그는 또 울었다. 그리고 인사를 하고 나가려다가 뒤돌아 와서 주섬주섬 주머니 속에서 무엇인가를 꺼냈다. 사탕이었다. 아주 오랫동안 그의 주머니에 머물렀을 사탕이었다.

"이거라도  드세요."


그는 또 울었다.

감사하다고 말하고 그가 나간 후 한참 사탕을 바라봤다.

그의 손때까 사탕껍질에 묻어있었다. 먹어도 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한참을 바라보다가 사탕껍질을 까서 입안에 넣었다.


달았다.


건강하기를. 아프지 마시기를. 울지 마시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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