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스토리 <작가의 여정> 전시를 다녀와서
글쓰기는 언제나 내 삶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았다.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스스로 고민할 때나 누군가에게 질문을 받을 때, 글쓰기는 꼬박 그 대답에 있었다. 글쓰기를 좋아한다는 걸 알게 되었을 때, 최소한 꾸준히 해볼 수 있겠다 싶었던 건 일상의 기록이었다. 6년 전부터 매일 빠짐 없이 일기를 쓰고 있는데, 정말 사소한 사건, 유치한 감정만이 남더라도 나의 일기장에는 눈치 보는 일 없이 차곡차곡 담아왔다.
글쓰기를 좋아하는 삶은 읽기의 영역까지 확장되어, 책 읽기도 내 시간을 채우는 것 중 하나가 되었다. 다독가는 아니지만 마음에 드는 책을 발견해 읽다 보면, 그 이야기가, 문장들이 나에게 필요한 무언가를 가져다 주었다. 살면서 꼭 한 번은 절실해지는 위로, 응원, 감동 등등... 쓰는 사람이 되고부터는 쓰는 사람을 찾게 되는 일도 자연스러워졌다.
브런치스토리에서 <작가의 여정> 전시를 열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글에 대한 주제였기 때문에 찾아가기에 망설임이 없었다. 예전부터 브런치를 알고 있었지만, 브런치 작가가 되어보고 싶다는 생각은 꿈도 꾸지 못 했던 것 같다. 누군가가 보는 글은 왠지 거창해야 할 것 같고, 나에게 그럴 만한 스토리가 지속적으로 생길지 부담이 되었다. 그렇게 혼자 멀게만 느꼈던 브런치에서 좋은 경험의 장을 만들었다고 하니, 이번엔 용기내 다가가보고 싶었다.
올해 브런치북 출판 프로젝트 대상 작가님들과 브런치스토리에서 몇 년째 활동하고 계시는 작가님들의 여정을 엿보는 재미도 있었고, 소장품까지 전시되어 있어 잘 몰랐던 분들도 더 친근하게 느껴지는 기분이었다. 나만의 키워드를 찾기 위해 던져볼 수 있는 질문들과 글을 오래 쓰기 위한 요령과 영감들도 도움이 많이 될 것 같아 열심히 수집했다.
전시 중에는 결국 내가 이렇게 브런치에 첫 글을 쓰도록 이끈 이유도 있었다. 시간을 내어 워크북에 나의 브런치북을 기획하고 키워드를 만들어 인증하면, 그 자리에서 브런치 인턴 작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었다. 어느새 나는 전시장에 마련된 책상 한 켠을 차지하고 있었고, 진지하게 그 활동을 임하고 있었다. 아직도 완벽히 모르겠지만, 나는 모두가 겪을 법한 상황을 깊게 들여다보고 나만의 시선으로 표현하고 세상 앞에 더 단단해지고 싶은 것 같다. 누군가가 나의 글을 보고 내가 받은 위로와 감동처럼 어떤 울림을 느낀다면 가슴도 뛸 것 같다.
브런치 인턴 작가 카드까지 받고 밖으로 나서려는 길에, 전시장에 계시던 혜윤 작가님께 인사를 건넸다. 사실 현장에서 내내 흘긋흘긋 쳐다보며 내적 반가움을 느끼고 있었다. 얘기를 건네볼까 말까 고민하다가 조심스럽게 다가갔는데 정말 잘 한 것 같다. 먼 곳에서 글과 책으로 접하기만 했던 혜윤님이 눈 앞에서, 그것도 나에게 수줍게 화이팅! 하며 웃어주시니 심장이 콩닥콩닥거렸다. 아, 나 진짜 여기 오길 참 잘 했어...
글쓰기는 여전히 내 삶의 테두리를 벗어나지 않는다. 마음 속에 글을 쓰고 싶다는 열망이 씨앗처럼 심어진다면 기쁠 것 같다던 브런치스토리팀은 환하게 기뻐할 자격이 있다. 다정한 사람들이 많을 것 같은 이 곳에서 나도 좋은 글을 묵묵히 써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