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것이 문제로다!
일에 대한 이야기를 하자면, 내 삶에서 굉장히 골치 아픈 주제 중 하나다. 나는 일에 있어 모순이 좀 있다.
1. 일을 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내가 일을 썩 좋아하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2. 일을 잘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나설 만큼 욕심 내는 사람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일거리를 찾을 때마다 꽤나 고생을 좀 했다. (어느 장단에 맞춰야 할지 나도 몰랐기 때문에...!)
처음에는 일명 로망이 있는 일자리를 구하려고 했다. 지난 글에서도 잠깐 언급했지만 뭔가 멋져 보이는 직업을 갖고 싶었다. 열심히 준비해서 그 직업군의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에서 일하게 된 적이 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자의로 탈출했다. 업무 강도가 정말 말도 안 되게 높았고, 그 시기에는 잠을 못 자고 일만 했다. 그만두자고 마음먹었을 때 회사 탓도 많이 했지만, 남아있는 사람들을 보니 내가 환상만으로 선택한 것에 대한 대가가 찾아오겠다는 생각도 같이 들었다. 맞았다. 불안과 막막함이 매일 밤 가슴 안으로 떠밀려왔다.
그 후로 좋아하는 것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그냥 조금이라도 좋아한다고 느끼면 공부하고, 활동이라면 참여하고, 만들어야 한다면 작업했다. 그러다 보니 내가 좋아하는 것이 아주 한정적이라는 것을 알았다. 나는 왜 이렇게 좋아하는 게 없을까 싶었지만, 나중에는 그거라도 알게 된 게 다행이다 싶었다. 시간이 갈수록 좋아하는 것에서 파생된 취향이 생기고, 점점 나만의 분위기가 흐르게 되었다.
좋아하는 것이 갑자기 일에 대한 이야기랑 무슨 관련이 있냐고 하면, 나는 좋아하는 것으로 본업을 삼고 있진 않다. 하지만 삶을 좋아하는 것으로 채워본 시기를 겪었기 때문에, 다른 궁금한 길로도 자유자재로 넘나들 수 있었다.
현재는 잘할 수 있다고 믿는 일을 하며 살고 있다. 그리고 나만을 위한 일이 아닌 사회에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다. 그런 일을 해보기로 선택했고, 이제야 그토록 괴롭지만 순수했던 지난 시간들이 여기까지 유기적으로 연결되기 위한 삶의 과정일 뿐이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계속해서 내 뜻에 따라, 다음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도.
일을 막 좋아하지도 욕심을 많이 내는 사람도 아니지만, 할 때만큼은 꼭 일에 대한 선택에 애정과 책임감을 가지고 한다. 그럴 수 있었던 건 어지러운 이 세상에 어떻게든 적응하고, 일을 바라보는 나만의 고유한 판단을 가지려고 애쓴 덕분이지 않을까... 여전히 좌충우돌이지만 나의 모순에 씩씩하게 맞서 싸우고 있는 기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