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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전초이 Apr 27. 2020

제발, 나 좀 도와줘!

2달 전부터 신장이식파트를 돌게 된 나를

따뜻하게 대해 주시는 젊은 여자교수님이 계셨다.


대략 1년 전 쯤의 일인데,

레지던트 1년 차로 아무것도 모를 때

(지금도 뭘 아는지 잘 모르겠지만)


신장이식파트를 돌게 되었다.



그 때는 정말이지 어떻게 일했는지,

기억도 잘 안난다.



하지만 우습게도 그런 상황에서 조차

일은 잘 돌아간다.



그건 아마도

내가 잘 모르고, 내가 잘 못하는 만큼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고스란히 메꿨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 말은 즉, 다른 사람들이

더 고통스러워졌다는 것일터...

 


 나도 일부러 못하싶어서 그러는 건 절대 아니다.

아주 간혹 그런 사람이 있을 수도 있겠지만

(인턴 때와 레지던트 때 같이 생활하던 사람들을 생각하니 몇몇은 분명 그런 사람들이 있었다..!!

물론, 사람들에게 앞에서, 뒤에서 엄청 욕을 먹었고 아직까지 술자리에서 안줏거리가 되고 있다.)



하지만 나는 절대 일부러 그러는 건

아니었고,

아니고,

아닐 것이다.


   

하지만 그것은 전혀 중요하지 않은 문제다.




언제나 그렇듯 가장 중요한 것은 ‘잘’ 하느냐.

그래서 모든 일들이 수월하게 풀려 가느냐.

이것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무리 성실하고 착한 마음으로 일을 하더라도

결론이 좋지 않거나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실수나 잘못으로

일이 매끄럽지 않게 되면 재앙은 시작된다.



한 교수님이 하신 말씀이 생각난다.



잘은 못하지만 언제나 “열심히 하겠습니다.”

라고 반복하던 나에게



“야, 열심히 하지마. 그냥 잘 해.”라고 하시던.




맞다.



 대부분 잘하는 사람들은 열심히 하는 사람들이고

열심히 하면 잘할 수밖에 없으니.




하지만 또 맞을 수도 있는 부분은

열심히 해서 잘하는 데까지 사람마다 아주 다양한 시간 분포가 있다는 것이다.



머리 좋고 똘똘한 사람들은

금방 적응하고 빠르게 일을 익힌다.

그래서 새로운 곳에 가면 빠릿빠릿한 모습을 보이며 어디서나 늘 사랑받는다.


반면 그와는 많이 다른 나와 같은 사람들은

머리는 좋지도 않지만 나쁘지도 않아 보이는 편이며

적응하는 데 꽤나 오래 걸리고

일을 익히는 데 수십 번 반복해야 하며

그래서 새로운 곳에 가면 어리버리한 모습을 보이며 초반에는 언제 어디서나 늘 까인다. 혼나고 욕먹는다.   


  

하지만 분명한 건, 인턴 때도 마찬가지였지만

처음엔 답답해 보여도 시간이 갈수록

성실함이 빛을 볼 수 있다는 것이다.

     

반면, 첫끗발이 개끗발이라는 말처럼(?!!?ㅋㅋㅋㅋ)

처음에 잘하는 사람들 중 꽤 많은 사람들이

그리 성실하지 않다.

(물론 일 처리는 언제나 깔끔하기 때문에

문제를 만드는 일도 드물다.)


그래서 처음에는 잘할지라도

나중에는 큰 발전은 없는 경우도 많다.



하지만, 결론적으로는 누가 뭐래도

잘 모르고 잘 못하는 것은 ‘잘못’이다.


윗사람의 스타일에 맞춰주지 못하는 아랫사람은

잘못하는 것이다.


시간은 기다려주지 않는다.

한 번 본 것은 다 본 것이다.

그 기회를 꼭 붙잡고 머릿속으로 수십, 수백 번 떠올리며 이미지트레이닝을 하여

자신을 완성해 나가야 하는 것이 맞다.



맞다. 나의 잘못이다.



“야, 제발 나 좀 도와줘!

그 외침에 대한 대답





“죄송합니다. 저의 잘못입니다. 교수님.


    

“야, 제발 나 좀 도와줘!” "안녕, 잘 있어." 어린 왕자가 말했다. 너무나도 잔인한 어린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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