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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서전초이 Apr 30. 2020

당신만을 위한 나만의 이병헌 놀이

진짜 서전들의 놀이



정말 잘생겼다. 이병헌님.




정말 정말 잘생겼다. 놀랍게도 잘생겼다. 이병헌 님. 출처 : 헤드라인제주




정말 다르게 생겼다. 나랑은.








우리 외과 의국에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이 있다.



그는 나와 동갑이면서 나보다 한 년차 위인 치프 선생님이다.


항상 밝고 쾌활하고 유머와 위트가 넘치는 분이다.


어디서나 분위기 메이커로 그 선생님 주변에는 웃음이 끊이질 않는다.

의국원들에게 별명을 하나씩 지어주며 별명을 부르곤 한다.



나의 별명은?

.

.

.

 ‘이병헌’

.

.

.

그렇다. 예상대로 내가 이병헌과 닮아서이다. 아주 그냥 쏙 빼닮았다.

(그렇다. 제대로 반어법이다. 1도 안닮았다.)



(사실 내가 이병헌이 된 이유는 아직도 모른다.

아마도 졸국하기 전까지 모를 가능성이 아주 크다.)



내가 ‘이병헌’을 닮았다는 말, 그 소문은 

그 선생님 입에서 나오는 순간



병원 전체가 다 알게 되었다.



왜, 있지 않는가. 어디에나 있는 그런 휴먼 라디오 같은 사람.



그 분과 같이 있는데 한 간호사가 지나간다.

그 분과 친한 간호사다.


“xxx님. 이병헌 알아요?”

(실제로 xxx'님'이라고 부르신다.)

“네? 이병헌 알죠. 왜요?”

“여기 있어요. 이병헌.(나를 가리키며) 진짜 똑같지 않아요?”     



이 때 사람들의 반응은 제각각이다.     


“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렇게 그냥 빵 터지는 부류


혹은


“네? 이병헌이요?

(내 얼굴을 찬찬히 훑어본다. 동시에 내 얼굴은 시뻘겋게 달아오른다.)

아.. 그러고 보니 눈썹이 닮았나?”

 차라리 귀가 닮았다고 해라.


혹은


“아놔 장난해요? 1도 안닮았어!”

그래. 고맙다. 팩트 폭행이 차라리 마음은 편하다.



이렇듯, 사람마다 반응이 다르다.

하지만 그 와중에 단 한 사람은 매번 똑같은 반응이다.



그 사람은 바로

그 선생님.



혼자서 알 수 없는 미소를 짓고 계신다.




그렇다. 이 것은 바로 모두 그 분의 행복을 위한 나의 희생인 것이다!


'그래, 내가 좋아하고 존경하는 선생님이니, 선생님만 즐겁다면 나는 괜찮아.'



하지만 그 분은 심지어 교수님들과도 자주 대화를 나누는 분이다.

교수님들을 어려워하여 벙어리가 되는 나와는 참 다르다.



그래서 ‘이병헌 놀이’는 교수님들 사이에서도 이미 다 퍼졌다.

한 교수님은 이병헌 놀이를 매우 좋아하셨다.


내가 그 교수님 파트를 돌 때

같이 회진을 가다가 다른 교수님을 만나면


“여기 이병헌이 있어. 허허허허. 똑같이 생기지 않았어? 허허허허.”


어떤 행동을 해도

“역시, 이병헌이라서 이렇게 하는구나. 허허허허.”


하며 너무나 즐거워하셨다.

(덕분에 그 교수님 파트를 편하게 돌긴 했다.

이 자리를 빌려 무척 감사드립니다. 선생님.)




이 이병헌 놀이는 어디까지 퍼졌을까?


바로 외과 병동 환자분들에게까지 널리널리 퍼졌다.


유방암으로 고식적 항암치료를 수년째 받으시고

만성적인 유방의 염증으로 

이틀에 한 번씩 소독을 받으러 내원하시는 환자분이 있다.


그 선생님도 나도 환자분을 워낙에 잘 안다.

워낙 자주보고 안부를 묻는 탓.



그 선생님과 엘리베이터를 타고 외과병동으로 올라가던 중

그 환자분을 우연히 만났다.



“환자분, 안녕하셨어요? 혹시 이병헌 좋아하세요?”

“네? 이병헌 좋죠. 잘생겼잖아요.”

“이병헌 닮은 사람 있는데...”

“그래요? 어디요?”

“여기요.(나를 가리키며) 크크크크.”

“에이. 선생님. 농담도 잘하셔. 흐흐흐흐.”



또다시 급성 출혈을 일으키듯 빨개지는 나의 얼굴.








당신만을 위한 나만의 이병헌 놀이.

당신 덕분에 의국 생활이 즐겁습니다.

핫하하하핫.

나는야 참으로 즐겁습니다. 핫하하하핫. (죄송합니다. 이병헌님.) 출처 : 디스패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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